<한겨레TV> 세상의 한 조각 ‘원:피스’ 28회
대한민국 ‘싱글맘 보고서’: 연호 엄마, 수연씨의 이야기
"여자 혼자 어떻게 애를 키울 거야? 너 지금 세상이 만만해?"
부모 되는 게 쉬운 사람은 없습니다. 한부모가정(‘싱글맘’)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두 사람이 짊어질 짐이 온전히 한 사람 몫이 됩니다. 세상의 편견과 경제적 궁핍, 싱글맘이 아이를 선택한 순간 ’헬조선’이 열립니다. 그래도 그들이 아이를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아이와 함께 꾸는 꿈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겨레TV> 세상의 한조각 ‘원:피스’팀이 싱글맘의 삶을 밀착 취재했습니다. 14개월된 아들 연호를 키우는 이수연씨(32)의 일상을 통해 대한민국 싱글맘들의 실태를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혼자 새벽에 출산, 스스로 탯줄을 잘라 낳은 아이
“연호야 맘마 먹자~”
서울의 한 주택가, 수연씨의 집은 아이를 키우는 여느 집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엄마는 밥을 먹이려고 애를 쓰고, 갓 돌이 지난 아이는 요리조리 피하며 장난을 칩니다. 밥상머리 엄마와 아이의 실랑이가 한창입니다. 고깃국에 정성스럽게 만 밥을 호호 불어가며 연호에게 떠먹이는 수연씨의 눈빛에 사랑이 가득합니다.
“연호가 제일 잘하는 건 웃어주는 것? 신생아 때부터 낯을 가리지 않는 편이라 사람들을 무척 좋아합니다.”
취재진 카메라에 호기심을 보이고, 처음 보는 피디에게도 미소를 날립니다. 아이가 웃을 때마다 엄마의 입가에도 함박 웃음이 번집니다.
연호를 낳을 무렵, 이렇게 즐겁게 웃을 수 있으리라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만삭의 몸으로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마련하고, 중병으로 쓰러진 아버지의 병원비도 홀로 감당해야 했습니다. 가족의 보살핌도 ‘아이의 생물학적 아빠’의 도움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홀로 감당해야 했던 출산의 고통이 고스란히 가슴 한구석 멍으로 남았습니다.
“유튜브를 보면서 출산 준비를 했어요. 병원을 갈 돈이 없어서 혼자 새벽에 출산을 하고 탯줄도 제가 스스로 잘랐어요. 그러다 보니 출생 신고가 안 되는 거예요. (병원에서 발급하는) 출생 신고서가 없다보니까... 아직 주민번호 없이 지내고 있어요.”
취재진을 보고 방긋 웃는 연호. <한겨레TV> ‘원:피스’ 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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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호가 태어난 직후 수연씨가 찍은 사진. <한겨레TV> ‘원:피스’ 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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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혼모가족협회에서 지원받은 물품들. <한겨레TV> ‘원:피스’ 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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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호와 놀아주는 수연씨. <한겨레TV> ‘원:피스’ 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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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일시보호쉼터’서 아이와 생활, 기초생활수급비 쪼개 적금 “돈이 너무 급해서 아이를 업고 일을 구하러 다녔어요. 아이가 움직임이 활발하다보니 받아주는 직장이 없더라고요.” 수연씨에게 지금 가장 어려운 문제는 직장을 구하는 일입니다. 전체 미혼모 중 일자리가 있는 여성은 45%입니다.(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10년 연구) 바꿔 말하면 혼자 아이를 키워야 하는 엄마의 절반 이상이 일자리가 없다는 뜻입니다. 세상의 편견을 뚫고 아이를 낳았지만, 일자리의 문턱을 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살 곳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출산 뒤 수연씨는 정부에서 위탁해 운영하는 미혼모 지원기관 여러 곳에 수소문을 했습니다. 수연씨는 청소년 미혼모도 아니고, 연호가 주민번호도 없는 상태라 보호 기관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싱글맘들을 돕는 미혼모가족협회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습니다. ‘긴급일시보호 쉼터’에서 생활하면서 연호에게 필요한 물품들을 지원받고 있습니다. 엄마 몫으로 기초생활수급비(40만원)도 받습니다. 법적 절차를 거쳐 연호의 출생신고가 끝나면 이제 70만원 정도를 매달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수연씨는 지원금을 쪼개 연호를 위해 적금을 붓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유치원 들어가거나 학교 들어갈 때 혹시라도 뭐가 필요한 게 많을 거라는 얘기를 들어서 그냥 조금씩 조금씩 모으고 있습니다.”
연호를 업고 일을 구하고 있는 수연씨. <한겨레TV> ‘원:피스’ 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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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금 계획이 적혀있는 수연씨네 달력. <한겨레TV> ‘원:피스’ 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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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모가족협회에서 받은 물품을 보고 있는 수연씨와 연호. <한겨레TV> ‘원:피스’ 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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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씨를 상담하는 김도경 대표.<한겨레TV> ‘원:피스’ 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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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즈 카페에서 연호와 놀아주고 있는 수연씨2. <한겨레TV> ‘원:피스’ 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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