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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1.21 07:47 수정 : 2019.01.23 11:05

<한겨레TV> 세상의 한 조각 ‘원:피스’ 28회
대한민국 ‘싱글맘 보고서’: 연호 엄마, 수연씨의 이야기

"여자 혼자 어떻게 애를 키울 거야? 너 지금 세상이 만만해?"

부모 되는 게 쉬운 사람은 없습니다. 한부모가정(‘싱글맘’)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두 사람이 짊어질 짐이 온전히 한 사람 몫이 됩니다. 세상의 편견과 경제적 궁핍, 싱글맘이 아이를 선택한 순간 ’헬조선’이 열립니다. 그래도 그들이 아이를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아이와 함께 꾸는 꿈이 있기 때문입니다.

<한겨레TV> 세상의 한조각 ‘원:피스’팀이 싱글맘의 삶을 밀착 취재했습니다. 14개월된 아들 연호를 키우는 이수연씨(32)의 일상을 통해 대한민국 싱글맘들의 실태를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혼자 새벽에 출산, 스스로 탯줄을 잘라 낳은 아이

“연호야 맘마 먹자~”

서울의 한 주택가, 수연씨의 집은 아이를 키우는 여느 집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엄마는 밥을 먹이려고 애를 쓰고, 갓 돌이 지난 아이는 요리조리 피하며 장난을 칩니다. 밥상머리 엄마와 아이의 실랑이가 한창입니다. 고깃국에 정성스럽게 만 밥을 호호 불어가며 연호에게 떠먹이는 수연씨의 눈빛에 사랑이 가득합니다.

“연호가 제일 잘하는 건 웃어주는 것? 신생아 때부터 낯을 가리지 않는 편이라 사람들을 무척 좋아합니다.”

취재진 카메라에 호기심을 보이고, 처음 보는 피디에게도 미소를 날립니다. 아이가 웃을 때마다 엄마의 입가에도 함박 웃음이 번집니다.

연호를 낳을 무렵, 이렇게 즐겁게 웃을 수 있으리라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만삭의 몸으로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마련하고, 중병으로 쓰러진 아버지의 병원비도 홀로 감당해야 했습니다. 가족의 보살핌도 ‘아이의 생물학적 아빠’의 도움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홀로 감당해야 했던 출산의 고통이 고스란히 가슴 한구석 멍으로 남았습니다.

“유튜브를 보면서 출산 준비를 했어요. 병원을 갈 돈이 없어서 혼자 새벽에 출산을 하고 탯줄도 제가 스스로 잘랐어요. 그러다 보니 출생 신고가 안 되는 거예요. (병원에서 발급하는) 출생 신고서가 없다보니까... 아직 주민번호 없이 지내고 있어요.”

취재진을 보고 방긋 웃는 연호. <한겨레TV> ‘원:피스’ 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연호가 태어난 직후 수연씨가 찍은 사진. <한겨레TV> ‘원:피스’ 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홀로 출산은 고립된 육아로 이어져

혼자 아이를 낳는 고통은 혼자 아이를 키워야 하는 문제로 연결됩니다. 이 과정에서 싱글맘들은 일자리를 잃고, 가족과 세상의 편견에 맞서야 합니다. 수연씨도 출산 직전 심한 하혈로 직장을 다닐 수가 없었습니다. 가족의 무관심과 아이 아빠의 외면은 육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고립된 육아가 홀로 출산의 바통을 이어받는 꼴입니다. 전체 미혼모 중 13.2%가 아이를 낳기로 결심한 순간 가족과 직장 그리고 지역 사회에서 고립을 당한다고 합니다.(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10 연구자료) 이렇게 수많은 수연씨들은 사회에서 고립되고 경제적 어려움이 시작됩니다. 고립에서 벗어나는 가장 쉬운 방법이 있습니다. 입양입니다. 수연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이가 저랑 지내면 불행해질 것 같다는 게 뻔히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더 좋은 부모를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입양을 결심했습니다.”

양육비 차별로 입양 부추기는 사회

입양을 부추기는 것은 고립된 육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정부가 주는 양육비는 싱글맘들에게 오히려 차별적입니다. 정부는 한부모가정에게 아동 양육비로 만 14세 미만까지 월 13만원을 줍니다.(※ 여성가족부는 23일 올 1월부터 한부모가정 아동 양육비가 월 20만원으로 인상되고, 지원 연령도 만 18세로 올렸다고 밝혀왔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남의 손에 맡기면 금액이 후해집니다. 아이를 입양한 가정은 만 16세까지 부모의 소득에 상관없이 월15만원을 받고, 의료비는 공짜입니다. 친 엄마가 홀로 아이를 키울 때 보다 더 많은 돈을 더 오랫동안 지원하는 셈입니다. 보육기관에 아이를 맡길 경우에는 아이 한 명당 평균 135만원이 지원됩니다. 이쯤되면 국가가 아이를 키우기 보다는 다른 곳에 맡기는 것을 권장하는 꼴입니다.

한국미혼모가족협회에서 지원받은 물품들. <한겨레TV> ‘원:피스’ 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입양을 결심한 후 들려온 연호의 울음소리

“출산 뒤 입양기관에 전화를 했어요. 그 때부터 아이를 보려고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아이에 울음 소리가 들리니 도저히 외면할 수 없더라고요. 그래서 입양기관 사람에게 아이를 보고 싶다고 말씀드리고 연호를 안았는데... 도저히 떠나보낼 수 없더라고요.”

아이와 엄마의 정이 돈 몇푼에 쉽게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한번의 강렬한 포옹이 수연씨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줬습니다. “연호가 품에 안겨서 배냇짓을 해주더라고요. 그 순간 결심했습니다. 그래 키워보자, 힘들어도 우리 연호 잘 키워보자.”

연호와 놀아주는 수연씨. <한겨레TV> ‘원:피스’ 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아이를 업고 일을 구하러 다녔지만 번번이 거절당해
’긴급일시보호쉼터’서 아이와 생활, 기초생활수급비 쪼개 적금

“돈이 너무 급해서 아이를 업고 일을 구하러 다녔어요. 아이가 움직임이 활발하다보니 받아주는 직장이 없더라고요.”

수연씨에게 지금 가장 어려운 문제는 직장을 구하는 일입니다. 전체 미혼모 중 일자리가 있는 여성은 45%입니다.(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10년 연구) 바꿔 말하면 혼자 아이를 키워야 하는 엄마의 절반 이상이 일자리가 없다는 뜻입니다. 세상의 편견을 뚫고 아이를 낳았지만, 일자리의 문턱을 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살 곳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출산 뒤 수연씨는 정부에서 위탁해 운영하는 미혼모 지원기관 여러 곳에 수소문을 했습니다. 수연씨는 청소년 미혼모도 아니고, 연호가 주민번호도 없는 상태라 보호 기관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싱글맘들을 돕는 미혼모가족협회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습니다. ‘긴급일시보호 쉼터’에서 생활하면서 연호에게 필요한 물품들을 지원받고 있습니다. 엄마 몫으로 기초생활수급비(40만원)도 받습니다. 법적 절차를 거쳐 연호의 출생신고가 끝나면 이제 70만원 정도를 매달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수연씨는 지원금을 쪼개 연호를 위해 적금을 붓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유치원 들어가거나 학교 들어갈 때 혹시라도 뭐가 필요한 게 많을 거라는 얘기를 들어서 그냥 조금씩 조금씩 모으고 있습니다.”

연호를 업고 일을 구하고 있는 수연씨. <한겨레TV> ‘원:피스’ 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적금 계획이 적혀있는 수연씨네 달력. <한겨레TV> ‘원:피스’ 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가족과 사회로부터 고립, 경제적 빈곤 악순환 끊어야

전문가들은 미혼모가 아이를 택하는 순간 고립과 가난이 덮친다고 말합니다. 가족과 사회로부터 고립되고, 일자리를 잃거나 얻지 못해 경제적 빈곤의 악순환에 빠진다는 것입니다. 수연씨를 돕고 있는 김도경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는 악순환을 끊는 출발점으로 국가의 정책 변화를 주문합니다.

“가장 지지해줘야할 가족이 외면하고, 직장에서는 문란한 여자라고 손가락질 받아요. 그래서 결국 직장도 잃습니다. 국가의 지원은 일반 가정보다 미비하고, 이런 상황에서 싱글맘들은 아이를 선택한 순간 가난을 선택하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결혼해 아이를 낳은 법률혼 관계에 있는 사람들한테 제도가 맞춰져 있어요. 결혼하지 않고도 아이를 낳은 사람들과 아이한테 초점이 맞춰져야 합니다. 그래야 사람들 생각도 바뀌게 되겠죠.”

미혼모가족협회에서 받은 물품을 보고 있는 수연씨와 연호. <한겨레TV> ‘원:피스’ 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수연씨를 상담하는 김도경 대표.<한겨레TV> ‘원:피스’ 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다”는 싱글맘의 꿈

아직 수연씨와 연호가 평범한 삶을 살기에는 힘든 세상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수연씨는 아이를 버리지 않고, 함께 살 용기를 얻었습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베풀고 사는 것, 싱글맘의 소박한 꿈입니다.

“도움 주신 분들이 많아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지금 사회복지사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거든요. 저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면서 살고 싶어요. 그리고 연호도 도움을 받은 것을 감사하게 여기고 남을 돕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어요.”

키즈 카페에서 연호와 놀아주고 있는 수연씨2. <한겨레TV> ‘원:피스’ 화면 갈무리. 조성욱 피디

연출: 조성욱 피디 chopd@hani.co.kr, 촬영: 원광일, 내레이션: 김포그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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