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0.13 16:34
수정 : 2017.10.15 10:12
이재익의 아재음악 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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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한국시각) 미국 연예매체 <레이더 온라인 닷컴>에 공개된 머라이어 캐리의 사진. 레이더 온라인 닷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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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에서 휘트니 휴스턴 이야기를 했으니 이번 칼럼의 주인공은 당연히 머라이어 캐리다. 팝 역사상 최고의 디바 자리를 놓고 다른 경쟁자 없이 다투는 두 사람이다. 같은 시대에 전성기를 누렸고 팝 역사상 그 어떤 라이벌전보다 막상막하였던 둘 사이에 굳이 둘의 우위를 논한다면 그건 취향의 문제라고 본다.
어릴 때부터 가수로 길러져 당연한 듯 스타가 되었던 휘트니 휴스턴과 달리 머라이어 캐리의 데뷔 에피소드는 꽤나 극적이다. 머라이어 캐리는 무명의 가수 지망생이었던 10대 후반에 음반업계 관계자들의 파티에 참석해 자신의 노래가 담긴 데모 테이프를 돌렸다. ‘세계 최고의 가수가 될 머라이어 캐리’라는 낯간지러운 소녀풍의 소개글이 적힌 이 테이프는 컬럼비아 레코드사의 사장 토미 머톨라의 손에 들어가게 되고 테이프를 들어본 토미 머톨라가 전격적으로 계약을 추진해 데뷔했다는 스토리다. 말하자면, 모든 가수 지망생이 꿈꾸는 판타지가 현실로 이루어진 경우랄까. 후에 머라이어 캐리와 토미 머톨라는 20살의 나이 차를 극복하고 부부가 되었다가 이혼했다는 후일담, 어쩌면 본편 이야기도 따로 있다.
굵직한 레코드 회사의 사장을 단숨에 매료시킬 만큼, 머라이어 캐리는 어린 시절부터 압도적인 재능을 뽐냈다. 특히 10대 소녀 시절부터 직접 곡을 썼던 그는 데뷔 음반의 모든 곡에 직접 참여했고 이 음반은 빌보드 차트 1위는 물론이고 비평가들의 극찬까지 이끌어냈다. 그의 데뷔 음반은 싱글차트 1위곡도 4곡이나 배출하는 기염을 토하며 1991년에 가장 많이 팔린 음반이 되었다.
화려한 데뷔 이후 파죽지세로 슈퍼스타의 자리에 오르는 과정은 휘트니 휴스턴과 다를 게 없다. 조금 일찍 데뷔해 이미 최고 디바의 왕좌에 앉아 있던 휘트니 휴스턴과 경쟁을 펼치듯 머라이어 캐리는 수많은 기록을 쏟아냈다. 차트 1위곡을 놓고 엎치락뒤치락 겨뤘던 일도 있고 상상을 초월하는 음반 판매량이나 세계 순회공연의 엄청난 성공도 막상막하였다. 휘트니 휴스턴이 영화 <보디가드>(‘아이 윌 올웨이즈 러브 유’)로 세계 영화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영화음악 기록을 갖고 있다면, 머라이어 캐리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크리스마스 캐럴 음반 기록을 갖고 있다. 발매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크리스마스만 되면 태평양 건너 대한민국에서도 가장 많이 울려 퍼지는 그 노래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즈 유’가 수록된 바로 그 음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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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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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전에도 마돈나와 신디 로퍼라는 여가수 라이벌 구도가 있었다. 20세기 후반에 들어서는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크리스티나 아길레라가 당대의 디바 자리를 놓고 경쟁했다. 그러나 휘트니와 머라이어에 비하면 모든 면에서 긴장감이 떨어진다. ‘마돈나 대 신디 로퍼’는 체급부터 너무 차이가 났다. 데뷔 당시만 빼면 신디 로퍼는 단 한 번도 마돈나를 위협할 정도의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크리스티나와 브리트니는 하이틴 스타라는 점을 빼면 음악적 성향도 창법도 판이하게 달랐다. 무엇보다 휘트니와 머라이어 라이벌전의 핵심은 압도적인 성량 싸움이었다. 사자와 호랑이 싸움처럼 침이 꼴깍, 입이 떡 벌어지는 접전은 휘트니와 머라이어 외에는 누구도 보여주지 못했다.
휘트니가 전성기를 넘긴 뒤 재기를 하지 못하고 있다가 세상을 떠난 것과 달리 머라이어 캐리는 몇 번이나 음악적 변신을 통해 화려한 부활에 성공한다. 힙합, 일렉트로니카 등 디바의 영역이 아닌 장르에서도 젊은 아티스들과 찰떡궁합을 선보이고 멋진 노래를 선보였다. 결혼과 공개연애도 여러 번, 이혼과 결별도 여러 번 되풀이하며 연예계 가십난에도 부지런히 오르내렸다. 그러다 최근에 민망한 뉴스의 주인공이 되었다. 체중이 너무 불어 가수 생명을 위협받을 정도라는 소식과 함께 살이 꽉 차다 못해 의상이 터질 것 같은 모습을 찍은 사진이 실렸다. 실제 공연에서도 전과 다른 형편없는 가창력으로 실망을 안겨주었고 안무는커녕 무대 위에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사실 머라이어의 ‘비만 이슈’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애인과 배우자가 자주 바뀐 것처럼 그의 몸무게 또한 같은 사람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증가와 감소를 되풀이했다. 체중 증가 때문에 공연을 형편없이 망쳤다면 팬들의 원성을 탓할 수도 없다. 그렇지만 적어도 비아냥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힙합신에서 쓰는 표현을 빌리자면, 머라이어 캐리는 ‘리스펙’을 받아 마땅한 가수니까. 휘트니가 살아 있을 때는 확언하기 어려웠으나 이제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말할 수 있다. 살아 있는 최고의 디바는 머라이어 캐리다. 그는 걸어다니는 여신이다. 노래의 여신. 살이 쩠다는 이유로 돼지 운운하며 그를 비하하는 덧글을 볼 때면 문화유적을 파괴하는 테러를 보는 기분마저 들어 가슴이 아프다. 지나친 팬심일까?
추천곡은 머라이어와 캐리의 ‘이모션스’와 휘트니 휴스턴의 ‘소 이모셔널’, 비슷한 제목의 두 곡을 함께 들어보길 권한다. 둘 다 빌보드 정상을 차지했으며 디바를 대할 때 필요한 최소한의 존경심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노래다. 볼륨 업!
에스비에스(SBS)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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