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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3.29 06:00 수정 : 2019.03.29 19:53

[책과 생각] 정인경의 과학 읽기

수상한 질문, 위험한 생각들
강양구 지음/북트리거(2019)

중고등학교 강연에 가면 난 긴장감과 설렘을 동시에 느낀다. 아이들은 떠들거나 졸거나, 어수선하거나 무기력하거나 둘 중에 하나지만 가끔 반짝이는 눈동자를 만나기 때문이다. “오늘의 그 아이는 누구일까?” 지난 2014년, 나는 잊지 못할 말을 건넨 여학생을 만났다. “선생님은 좋은 어른인 것 같아요.” 순간, 그 한마디가 나를 무장 해제시켰다. 아이들은 어른 감별사였다. 과연 내가 ‘좋은 어른’일까? 의심이 들면서 아이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꾸 생각이 났다. 그래서 오늘도 중고등학교 강연을 허투루 할 수가 없다.

강양구는 <수상한 질문, 위험한 생각들>에서 자신의 십대 시절 이야기를 한다. 아이였을 적, 눈에 보이는 세상은 너무나 한정적이고 답답했다고. 그때 자신을 날아오르게 한 것은 책의 날개였다고 한다. 더 넓은 세상을 맘껏 구경하며 상상력을 펼치는 데 책만큼 좋은 친구는 없었다. “만약 그때 그렇게 세상과 소통할 기회가 없었다면 이렇게 글을 쓰고 책을 펴내는 지금의 저는 없었을 거예요.” “책을 읽는 일이야말로 다른 어떤 수단보다도 넓고 깊은 경험을 하는 가장 쉬운 방법입니다!”

아이들에게 독서를 권하는 어른들은 많을 텐데 강양구의 책 읽기는 남다른 점이 있다. 그는 구색 맞추기용 책을 들고나와 젠체하지 않는다. 시대에 뒤떨어진 교양은 과감히 폐기처분한다. 논쟁적인 주제에 뛰어들어 거짓을 폭로하는 데 거침없다. 그의 비판적 관점은 날카롭다 못해 파괴적이다. 세상이 얼마나 불합리적이며 지속불가능한지를 여지없이 드러낸다. 예컨대 지구 한쪽에서 사람들은 굶어죽는데 곡물 생산량의 35%는 가축 사료로 쓰이고 있다. 민주주의의 꽃인 줄 알았던 선거는 오히려 나쁜 정치인을 선출하고 있고, 일부일처제의 결혼제도는 계속 유지될 가망이 없어 보인다. 학생들이 목을 매는 시험제도는 기득권 사회를 지탱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뜯어고쳐야 한다. 바로 이것이 ‘수상한 질문’과 ‘위험한 생각들’이다.

강양구의 지식 큐레이션은 지식의 선별이 아니라 창조에 가깝다. 책 속의 문제의식을 치열하게 고민해서 우리 시대의 중요한 이슈와 대안을 함께 제공한다. 특히 과학과 기술, 사회의 문제는 시급하고 근본적인 주제를 담고 있다. 최근 한국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는 사건은 거의 과학기술과 관련되어 있다. 핵발전소, 미세먼지, 암호화폐, 4차 산업혁명, 연명치료 등은 일상 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이 책은 이러한 복잡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우리의 통념부터 깨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우리의 사고수준이 구태에 머물러 있으면 새로운 과학기술이 나올 수도 없고, 사회적 변혁도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난 이 책을 읽으며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았다. 동심 파괴가 될지언정, 상투적인 말보다는 솔직한 태도가 옳다. 아이들에게 ‘좋은 어른’은 용기내어 진실을 말해주는 어른이 아닐까? 강양구는 진심으로 아이들에게 말한다. 책읽기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고, 불합리한 세상에 도전하라! “우리에게 강제되는 사회적 게임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말라!”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할 건가요? 세상의 규칙에 순응하면서 이를 그대로 따르는 삶을 살 텐가요, 아니면 세상의 규칙 그 자체에 질문을 던져 보는 도전을 할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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