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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0.25 11:20 수정 : 2017.10.25 16:50

Weconomy | 김재섭의 뒤집어보기-단말기 지원금 상한제 폐지 이후

“단말기 지원금 상한 폐지됐는데 왜 지원금이 안올라?”라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다. “올릴 이유가 없는데 왜 올리겠냐”고 말해주면 뭔 말인지 못알아듣는다. 단말기 지원금(보조금)이 찔끔 수준이었던 게 정부가 상한선을 만들어 많이 못주게 해서였던 게 아니냐고 되묻기도 한다.

단말기 유통법 가운데 출고된 지 15개월이 지나지 않은 이동통신 단말기에 대해서는 지원금을 33만원(유통점 재량으로 15% 추가 가능) 이상 주지 못하게 했던 조항이 지난 9월30일자로 일몰(폐지)됐다. 다음날인 10월1일부터는 얼마든지 많이 줘도 된다. 사전에 누리집에 공시하고, 조건이 같으면 누구에게나 똑같이 줘야 하는 것만 지키면 된다.

한달 지나도록 상한 넘는 지원금 딱 한건
KT, 갤럭시J7에 34만5천원 책정한 게 유일
이통사 “인사 평가 끝나 경쟁 불필요…
아이폰X는 인지도 높아 지원금 안줘도 돼”
상한 폐지 외친 소비자 ‘닭 좇던 개’ 처지?
가성비 높은 단말기로 눈 돌리는 게 ‘상책’

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된 지 한 달 가까이 지났지만 출시된 지 15개월이 지나지 않은 단말기 가운데 기존 상한선이었던 33만원 이상의 지원금이 실린 건 케이티(KT)가 전용으로 출시한 ‘갤럭시J7’ 스마트폰에 최대 34만5천원을 책정한 게 전부다. 이를 계기로 지원금 경쟁이 벌어지지 않을까 주목됐으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

“인사 평가 작업이 끝났다.” 한 이동통신 회사 임원은 지원금 경쟁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올 연말 인사를 위한 임직원들의 평가 작업이 이미 마무리돼 올해는 특별히 더 성과를 낼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굳이 지원금을 올려 가입자를 끌어올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그 과정에서 시장을 과열시킨 진원지로 지목되면 방송통신위원회 제재까지 각오해야 한다.

곧 ‘아이폰8’과 ‘아이폰엑스(X)’가 국내에도 출시될 예정인데, 이를 계기로 지원금 경쟁이 촉발되지 않을까. 이통사 관계자들은 고개를 가로젖는다. 한 술 더 떠 “아이폰은 인지도가 높고 ‘빠’로 불리는 충성 사용자가 많아 지원금을 실을 필요가 없다”는 이유까지 보태진다.

다른 이통사 고위 임원은 “지금은 가입자 수나 가입자점유율보다 영업이익에 더 신경을 써야 할 때다. 영업이익을 늘려 배당을 높이는 게 가입자 수 늘리는 것보다 주가를 높이고, 최고경영자가 자리를 보전하는데 더 효과적이다. 적어도 연말까지는 지원금 경쟁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 임원은 “이통 3사 모두 지원금 경쟁이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일부 사업자가 특별한 이유로 이벤트가 필요해 특정 단말기에 대해 높일 수는 있으나 경쟁하는 형태로 발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금까지의 상황과 이통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됐으나 당분간은 지원금 인상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또한 ‘상한제 때문에 지원금을 높일 수 없다’던 이통사들의 주장은 지원금을 더 주지 않기 위한 핑계에 지나지 않았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전에도 이통사들의 지원금은 상한선에 한참 못미쳤다.

결과적으로 지원금 인상 경쟁을 기대하며 상한제 폐지 목소리를 높였던 소비자들은 ‘닭 좇던 개’ 처지를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돈이 없어 단말기 값에 부담을 느끼면서 특정 스마트폰에 달린 기능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비싼 스마트폰에 미련를 두고 지원금이 오르기를 기대하기보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비율) 좋은 스마트폰으로 눈을 돌리는 게 더 ‘스마트’하지 않을까 싶다. 단말기 유통법 효과로 절반 가격 내지 공짜로 쓸 수 있는 스마트폰이 널려있다.

요즘 말로 쿨하게 ‘알뜰 소비자’로 거듭나는 것이다. 어차피 두툼한 케이스 씌우면 겉모습은 다 그 놈이 그 놈이다.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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