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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1.24 15:24 수정 : 2018.01.24 15:49

2015년 8월6일 문재인 대통령(당시는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정보인권개선 시민사회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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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6일 문재인 대통령(당시는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정보인권개선 시민사회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네이버와 카카오 등이 뉴스 서비스 난을 공론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 도입한 ‘댓글’이 난타를 당하고 있다. 청와대 누리집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뉴스 댓글이 ‘조작’되고 있다며 포털을 조사해 바로잡아달라는 청원 글이 잇따라 오르고 있고,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네이버의 댓글이 인신공격, 비하와 혐오, 욕설의 난장판이 돼버렸다”며 “이를 방기하는 포털의 책임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놨다.

추 대표는 “익명의 그늘에 숨어 문재인 대통령을 ‘재앙’으로 부르고 (문 대통령)지지자를 농락하는 것은 명백한 범죄행위”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오른 ‘네이버 뉴스 댓글 조작’ 주장 글 가운데 가장 많은 동의를 받고 있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합니다’ 글에는 ‘남북 “한반도기 앞세워 공동입장·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이란 제목의 <연합뉴스> 기사에 달린 ‘문체부 청와대 여당 다 실수하는거다’와 ‘땀 흘린 선수들이 무슨 죄냐’란 댓글의 공감 클릭 수가 빠른 속도로 올라가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조작을 보여주는 사례’로 첨부돼 있다.

댓글 조작 조사 국민청원 이어
여당 대표도 댓글을 ‘난장판’ 규정

시민단체들 부작용 우려 제기
“이용자가 사업자 책임 강조할 수 있지만
과도하거나 정권 쥔 쪽이 나서는 건 문제”
‘댓글 실명제’ 공론화 등 부작용 가시화

4차 산업혁명 선도·신산업 육성 명분
비실명 고객 정보 공유·활용 길 트고
자율차 위치정보 개인정보서 빼는 것도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혁신’과 뭐가 다르나”

뉴스 댓글 난은 공론의 장이자 여론을 보여주는 구실을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욕설이나 조작 등으로 신뢰성이 훼손되지 않게 ‘관리’하라고 이용자들이 사업자들을 닦달할 수는 있다. 하지만 모니터링 요구가 과하거나 정권을 쥔 쪽이 입맛에 맞는 쪽으로 목소리를 높이면 정보인권을 후퇴시키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에는 댓글 조작 주장이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당 쪽에서 주로 제기됐던 것과 달리, 최근 들어서는 여당과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 쪽에서도 많이 제기되고 있는 것을 예사롭게 봐넘길 수 없는 이유다.

정보인권이란 익명 보호, 표현의 자유, 프라이버시·개인정보 보호 등 정보화시대를 맞아 존중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인권을 가리킨다. 4차 산업혁명이 사람 중심으로 이뤄지게 하기 위해서는 정보인권부터 챙겨야 한다는 지적이 많고, 그에 따라 현재 추진중인 개헌 논의에서도 중요한 사안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진보네트워크센터와 참여연대·경실련·오픈넷 등 정보인권 보호 활동을 펴는 시민단체들은 “이미 정보인권 후퇴 조짐이 가시화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댓글 실명제’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는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이 댓글 실명제를 도입하자는 법안을 발의했고,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댓글 실명제를 도입해달라고 청원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댓글 실명제란 댓글을 달 때는 본인 확인을 받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이에 대해 “2012년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위헌 결정이 난 ‘인터넷 실명제’를 부활시키는 것”으로 “위헌 결정의 기속력에 정면으로 위배되며,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 익명권, 개인정보의 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보수 언론이 가세하면서 공방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댓글 실명제에 대해 설문조사를 해봤더니 찬성 비율이 월등히 높다는 언론 보도까지 나왔다.

정보인권을 후퇴시킬 조짐은 정부에서도 보여지고 있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신산업을 육성하는데 필요하다며 개인정보 보호 문턱을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고객 정보를 비실명화해 공유·활용할 수 있게 하고, 민감한 개인정보로 간주되는 위치정보에서 자율주행차의 위치는 빼주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에 대해 “규제를 푸는 게 아니라 명확히 하자는 것”이라며 “시민단체와 산업계 등과 충분히 협의해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수 있게 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과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청와대 규제혁신 토론회 안건과 2018년 업무보고 내용에 포함시켜 기정사실화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등 산하기관들은 비식별 정보의 공유·활용을 허용해 데이터 활용의 족쇄를 풀어야 한다는 서명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비식별 정보는 재처리 과정에서 식별 가능 상태로 바뀔 수 있고, 자율차 위치정보를 개인정보에서 제외하는 것 역시 차와 탑승자의 위치정보가 일치하고 자율차가 탑승자의 생체정보 등을 수집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진보네트워크는 비식별 고객 정보를 공유한 대기업 20여곳을 경찰에 고발까지 한 상태이다.

정부가 신산업 육성을 명분으로 기업 편에 서서 개인정보 보호 문턱을 허문다면 박근혜 정부의 창조혁신경제 정책과 다를 바 없게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개인정보 보호도 국제 통용성을 가져야 하는데, 비식별화 정보 활용 길을 넓히고 위치정보 범위를 좁히는 것 등은 오는 5월25일부터 시행되는 유럽연합의 개인정보보호규정(GDPR)에 위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우려에 대해 시민단체 일각에선 “촛불혁명을 통해 등장한 정부이고, 문재인 대통령이 선거 공약에서 정보인권 보호를 위해 앞장서겠다고 했는데 설마 후퇴시키기야 하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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