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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3.29 18:01 수정 : 2018.03.29 22:18

<한겨레> 자료사진

Weconomy | 김재섭의 뒤집어보기

‘통화내역 몰래 수집’ 파문

어떤 개인정보를
어떤 절차를 거쳐 수집하고
어디에 활용하는지…

사전에 명확하게 알리고
명시적으로 동의를 받는지…

4차혁명 활성화 위해서도
이용자 눈높이서 살펴볼 필요

<한겨레> 자료사진

페이스북·카카오톡·라인 같은 메신저 앱 운영자들이 ‘포괄 동의’를 받아 이용자 통화내역을 몰래 수집했다는 의혹으로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이들 앱의 이용자 개인정보 수집·활용 실태를 소비자 눈높이에서 검증해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도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통위가 사실조사에 나섰지만 불법 여부를 따지는 데 치중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정보인권 보호 활동을 펴고 있는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소비자 개인정보 보호 관점에서 주요 앱들을 검증해 공개하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어떤 개인정보를 어떤 절차를 거쳐 수집하고 어디에 활용하는지, 사전에 명확하게 알리고 명시적으로 동의를 받는지, 과잉 수집을 하거나 포괄 동의를 받고 있지는 않은지 등을 이용자 눈높이에서 살펴보고 개선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정책활동가는 “한국소비자원과 소비자단체 등이 장난감에 유해물질이 있지 않은지 등을 조사해 공개하는 것처럼, 많이 사용되는 앱들을 대상으로 소비자들의 개인정보를 침해하지 않는지 등을 검증해볼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한국소비자원 등 정부기관이 맡거나, 정보인권연구소·사람과디지털연구소·녹색소비자연대·참여연대·경실련 등 소비자 권익과 개인정보 보호에 앞장서는 시민단체가 정부 예산을 받아 대학교수·엔지니어 등과 ‘기획 검증’을 하는 방식이 추천되고 있다.

이를 두고 “쓸데없는 곳에 힘쓰게 한다”는 반박이 나올 수도 있다. 정부의 4차 산업혁명 활성화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처사라고 비판할 수도 있다.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이에 대해 “도움이 되면 됐지 해가 될 게 없고,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더욱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예를 들어, 페북이나 카톡 등이 공개 검증에서 ‘적정하다’는 평가를 받을 경우, 이용자들이 믿을 수 있는 앱이라며 서로 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상황은 이런 작업이 왜 시급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데이터 분석업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가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해 제3자에게 제공한 것과 관련해, 미국·영국·유럽연합 의회가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를 청문회 증인으로 나오도록 추진하는 것을 계기로 인터넷 기업들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의회에선 “방대한 양의 개인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플랫폼 업체를 규제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용자 통화내역을 몰래 수집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급기야 페이스북은 “그동안 개인정보 보안 설정을 20개 화면에 분산시켜 뒀다”고 고백하며, 한곳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개인정보 보호 바로가기’ 난을 신설하겠다는 방침까지 밝혔다.

카카오도 이런 경험이 있다. 카카오가 2014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대통령 모독’ 발언으로 열린 검찰 주관 ‘관계기관 대책회의’에 참석하고, 경찰이 노동당 부대표의 카톡방을 압수수색하면서 대화 상대의 정보까지 쓸어간 게 드러나 ‘메신저 망명’ 사태가 일었다. 카카오가 ‘외양간 고치기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카톡 대화에 대한 감청 협조 거부, 대화 내용 보관기간 2일로 단축 등의 조처를 취하면서 겨우 수습됐다.

공개 검증 제안에 업체들도 긍정적이다. 페이스북은 “괜찮은 제안”이라고, 네이버는 “필요한 작업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카카오 관계자는 “검증 요청이 오면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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