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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해 12월1일 새 이동통신(5G) 첫 전파 발사에 앞서 이통사 관계자들과 새 이동통신 세계 최초 상용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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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conomy | 김재섭의 뒤집어보기
정부·이통사 “5G 세계 최초 상용화”
“이통시장 감소세…5G가 신성장동력”
기대치만큼 가계통신비 부담 커질 듯
통신료 인하 노력 다시 물거품 될 수도
5G로 새로운 산업 일으켜 돈 벌게 해야
일반 소비자 부담 늘지 않게 관리·감시해야
과기정통부 “이래저래 골치아파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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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해 12월1일 새 이동통신(5G) 첫 전파 발사에 앞서 이통사 관계자들과 새 이동통신 세계 최초 상용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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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이동통신사 최고경영자들은 요즘 입만 열면 새 이동통신(5G) 서비스 타령이다. 한결같이 ‘새 이동통신 세계 최초 상용화’와 ‘새 이동통신 생태계 선도’ 타이틀에 목을 매는 모습이다. 서울 광화문 케이티(KT) 사옥에는 회장의 ‘기존 통신사를 벗어나 새 이동통신 사업자로 거듭나자’는 지침을 담은 스티커가 화장실 칸마다 붙어있다.
지난주에도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이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함께 서울 마곡동 엘지(LG)사이언스파크에서 새 이동통신 상용화 준비 상황을 점검하는 현장간담회를 열었고, 박정호 에스케이텔레콤(SKT) 사장은 서울 중구 에스케이브로드밴드(SKB) 본사에서 ‘행복한 소통 토크 콘서트’를 열어 홈 미디어로 새 이동통신 생태계를 선도해줄 것을 당부했다. 황창규 케이티(KT) 회장은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새 이동통신 전도사’를 자처했고, 하현회 엘지유플러스(LGU+) 부회장은 강원도 속초에서 임원들과 ‘새 이동통신 1등 결의 워크숍’을 가졌다.
과기정통부와 이통사들이 장관과 최고경영자들의 이런 행보를 주요 홍보꺼리로 삼으면서 보도자료도 새 이동통신 서비스 얘기 일색이다. 과기정통부와 이통사들은 왜 이렇게 새 이동통신 서비스에 집착하는 것일까.
“새 이동통신은 새로운 성장동력이며, 4차 산업혁명을 가속화할 것이다.” 하현회 엘지유플러스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기자간담회를 하면서 들머리 발언을 이렇게 시작했다. 그는 “2015년부터 2017년 사이, 미국 버라이존 매출은 704억달러에서 631억달러로 연평균 5.3% 감소했고, 프랑스 오렌지텔레콤은 67억9천만달러에서 64억5천만달러로 2.6% 줄었다. 같은 기간 국내 이동통신 시장도 24조3천만원에서 24조1천만원으로 0.5% 감소했다”며 “새 이동통신 서비스를 통해 다시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국내 통신산업 발전사를 보면, 새로운 이동통신 서비스가 등장할 때마다 이통사들의 가입자당매출(ARPU)과 가입자 수가 크게 늘었다. 소비자 쪽에서는 그만큼 가계통신비 부담이 늘어난 셈이다. 이번에도 ‘새 이동통신 서비스가 상용화하면 가입자당매출이 늘고, 스마트 팩토리와 자율주행차 등을 기반으로 한 사물인터넷(IoT) 시장이 커지면서 이통사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이란 내용의 증권사 보고서가 지난해부터 줄줄이 쏟아지고 있다.
이통사가 새 이동통신 서비스 상용화를 서두르고, 이통사 최고경영자들이 이 과정에서 각종 타이틀을 쥐려고 하는 게 당연한 셈이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이 새 이동통신 세계 최초 상용화를 외치는 것을 두고는 “다음 총선에 출마할 생각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전평마저 나온다.
이를 가계통신비 부담을 호소해온 소비자와 통신비 인하를 요구해온 시민·소비자단체와 정치권 쪽에서 보면 어떨까. 벌써부터 새 이동통신 서비스가 가계통신비 부담을 키우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기정통부와 이통사들의 새 이동통신 서비스 세계 최초 상용화 및 생태계 선도 노력을 응원하는 것 못지않게 새 이동통신 요금제가 국민 가계통신비 부담을 키우는 쪽으로 작용하지 못하도록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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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티(KT)가 지난 16일 서울 광화문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실감형 미디어 서비스 탑재 ‘5G버스’ 체험행사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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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사들은 그동안 해외사업을 벌였다가 실패해 까먹기만 했을 뿐 돈을 벌어온 적은 거의 없다. 한마디로 그동안 이통사들의 실적은 전부 국민 호주머니에서 나왔다는 얘기다. 다른 말로 하면, 이통사들이 새 이동통신 서비스 상용화를 통해 실적 개선을 기대하는만큼 국민 가계통신비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뜻이다. 과거 이동통신이 2세대(CDMA·PCS)에서 3세대(WCDMA)로, 다시 4세대로 불리는 엘티이(LTE)로 넘어갈 때마다 국민 가계통신비 부담이 껑충 뛴 것 이상으로 이번에도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이다.
새 이동통신이 요금뿐만 아니라 단말기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새 이동통신 요금제는 단말기 가격과 연동해 짤 수밖에 없습니다.” 하현회 부회장이 최근 새 이동통신 서비스 요금을 어느 수준으로 생각하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을 받고 한 말이다. 이통사와 단말기 제조사들이 ‘짬짜미’해, 이통사들은 새 이동통신 단말기 가격을 지렛대 삼아 요금제를 높게 설계하고, 제조사들은 요금 증가 흐름에 맞춰 ‘프리미엄’ 수식어를 달아 단말기 출고가를 높게 책정하는 상황을 예상해볼 수 있다. 이런 상황은 엘티이 등장 때 적나라하게 벌어진 바 있다.
이통사와 단말기 제조사들은 오는 3월을 이른바 ‘디(D)-데이’로 꼽고 있다. 이통사들은 새 이동통신 단말기 출시에 맞춰 3월에 서비스를 상용화하겠다고 하고, 제조사들은 이통사들의 상용화 일정에 맞춰 단말기를 출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통사들은 그에 맞춰 새 이동통신 서비스 요금제를 선보인다.
과기정통부는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의 통신비 인하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애써왔다. 취약계층의 요금감면을 확대하고, 선택할인요금제의 할인 폭을 25%로 높이는 등 성과도 있었다. ‘이통사 팔을 비튼다’는 소리까지 들었다. 하지만 기본료 폐지와 보편요금제 도입 등 구조적인 부분은 이통사들의 반발로 실현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새 이동통신 요금제가 높게 설계되면 그나마 가계통신비 부담 완화 노력조차 다시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고, 국민들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더욱이 내년에는 총선이 예정돼 있다.
아무리 정부라고 해도 실적 개선을 위해 새 이동통신 서비스 상용화에 목매고 있는 사업자들한테 무조건 요금을 낮게 책정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다만, 이통사들은 개인 가입자 대상 요금제를 높게 설계한 뒤 마케팅을 통해 기존 가입자를 전환시키는 방식으로 손쉽게 매출을 늘리려고 하지 못하게 방향을 잡아줄 수는 있지 않을까 싶다. 새 이동통신 서비스로 스마트 팩토리, 가상현실(VR) 게임, 자율주행차, 모바일 헬스케어 등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며 수혜를 보는 업체들을 상대(B2B)로 추가 매출을 올리게 하는 것이다. 이래야 이통사들이 국민 호주머니를 상대로 얻은 이익이 4차 산업혁명을 앞당기는 데 투자돼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고, 괜찮은 일자리도 만들어내는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더욱이 새 이동통신 서비스가 상용화돼도 적어도 당분간은 이름만 새 이동통신일뿐 이용자들이 실제로 이용하는 것은 엘티이일 가능성이 크다. 새 이동통신의 기술적 장점이 꼭 필요한 콘텐츠나 서비스가 아직 상용화된 게 없다. 기존 콘텐츠·서비스나 출시가 예정된 것들 대부분은 엘티이로도 충분하다. 새 이동통신 주파수 할당 조건도 ‘3년 내 엘티이 반경의 15%까지 망 구축’으로 돼 있다.
이통사들은 아직 새 이동통신 서비스 요금제 인가(에스케이텔레콤)를 신청하거나 신고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과기정통부 통신정책 담당자들은 새 이동통신 요금제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골치 아파 죽겠다”는 말부터 한다. 이미 물밑으로는 새 이동통신 요금제 설계와 관련해 많은 얘기들이 오가고 있다는 뜻이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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