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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3.04 16:44 수정 : 2019.03.04 17:02

지난달 25~2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엠더블유시(MWC) 2019’ 전시회 삼성전자 전시관에 ‘갤럭시S10 5G’ 스마트폰이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Weconomy | 김재섭의 뒤집어보기

스마트폰 고가 여부 가릴 기준점
100만원서 150만원으로 ‘껑충’
‘갤럭시폴드’는 220만원으로 책정
이통사들 고가 폰 반기는 표정 역력

스마트폰 가격 대폭 높아진 점 앞세워
“요금제도 고가로 가야 한다” 주장 주목

삼성전자·이통사 물밑 짝짜꿍 모습
소비자는 기기값·요금 부담 동시 상승

지난달 25~2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엠더블유시(MWC) 2019’ 전시회 삼성전자 전시관에 ‘갤럭시S10 5G’ 스마트폰이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프리미엄 스마트폰 가격이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 등장을 지렛대 삼아 껑충 뛰는 모습이다. 최근 공개된 5G 스마트폰 가격을 보면, 과거 음성통화 중심 3세대(WCDMA)에서 데이터 중심 4세대(LTE)로 전환할 때보다 상승 폭이 클 것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것은, 이통사들이 5G 스마트폰 가격이 높게 책정되는 것을 반기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몇 년 동안 프리미엄 스마트폰 가격의 기준점은 ‘100만원’ 또는 ‘1천달러’였다. 국내에서 많이 팔리는 삼성전자·애플·엘지(LG)전자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경우, 출고가(소비자에게 건네지는 가격) 100만원을 기준으로, 이를 웃돌면 비싼 것으로 평가되고, 이보다 낮으면 다소 저렴한 것으로 간주됐다.

곧 출시될 5G용 스마트폰은 ‘150만원’으로 껑충 뛰는 모습이다. 지난달 25~28일 스페인에서 열린 ‘엠더블유시(MWC) 2019’ 전시회를 앞두고 공개된 5G 스마트폰 가운데 삼성전자 ‘갤럭시S10 5G’ 가격은 150만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됐다. 엘지전자의 ‘V50 씽큐 5G’ 가격도 150만원을 기준점으로 삼고 있다. 두 제품은 각각 삼성전자와 엘지전자의 첫 5G 스마트폰으로, 이달 말로 예정된 이동통신 3사의 5G 이동통신 서비스 상용화에 맞춰 출시될 예정이다.

엠더블유시 전시회를 달군 접히는(폴더블) 스마트폰 가격은 200만원을 훌쩍 넘는다. 삼성전자 ‘갤럭시폴드’는 220만원(1980달러), 화웨이 ‘메이트 엑스(X)’는 292만원(2299유로)으로 책정됐다. 두 기기는 유물처럼 유리관 안에 보관돼 만져보기는커녕 가까이서 보기도 어려워 “기술적으로 아직 완성되지 못한 것 아니냐”는 평가를 받았지만 가격은 일찌감치 분명하게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화면이 접히고 새로운 기술과 기능이 채택됐으니 가격이 오르는 게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비싸면 사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는 반론도 나온다. 새 스마트폰이 나올 때마다 남보다 먼저 써보지 않고는 못배기는 사용자(얼리 어답터)를 빼고는 기존 엘티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된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5G 스마트폰 가격 상승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통사들이 이번에도 높아진 스마트폰 가격을 지렛대 삼아 5G 요금제를 고가로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10여년 전 이동통신 서비스가 3세대에서 4세대로 전환될 당시, 휴대전화 제조사들은 ‘스마트폰’이란 이름의 새 휴대전화 기기를 고가에 내놨다. 이통사들은 이를 핑계 삼아 이동통신 요금을 대폭 높였다. 초기 스마트폰 가격은 이전 피처폰에 견줘 거의 두배 수준인 40만~50만원이나 비쌌다. 이통사들은 요금제를 개편하면서 고가요금제를 만든 뒤, 가입자가 이를 선택하면 고가의 스마트폰 값 일부를 지원하거나 약정기간에 따라 공짜로 주는 마케팅 등에 나서 가입자당 매출을 크게 끌어올렸다. 단말기 가격 상승이 이동통신 요금을 견인한 셈이다.

이번에는 5G 스마트폰 가격을 매개로 당시 상황이 재현되는 모습이다. 이번 달 28일로 예정된 5G 이동통신 서비스 상용화 행사를 앞두고, 에스케이텔레콤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5G 요금제를 놓고 물밑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에스케이텔레콤은 이동통신 시장 지배적 사업자라서 새 요금제를 내놓으려면 과기정통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에스케이텔레콤은 월 정액요금 기준 7만원, 9만원, 10만원대 요금제를 인가해달라고 하고, 과기정통부는 가계통신비 부담 증가 여론이 일 것을 우려해 낮은 요금제도 함께 내놓을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25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한 호텔에서 열린 박정호 에스케이텔레콤 사장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이 업체의 한 임원은 5G 요금제와 관련해 “가격이 200만원을 훌쩍 넘는 스마트폰으로 5G 이동통신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월 정액요금이 5만원도 안 된다는 게 말이 되냐. 적어도 7~8만원대 내지 더 높은 구간의 신규 요금제를 이용하도록 하고, 속도 규제 등을 다 풀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후발 이통사 최고경영자들도 같은 날 현지서 따로 기자간담회를 하면서 5G 요금제에 대해 같은 목소리를 냈다. 황창규 케이티(KT) 회장은 5G 요금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기존 엘티이보다 훨씬 다양한 서비스와 콘텐츠가 제공된다. 거기에 맞춰 적절하고 합리적인 수준의 요금제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현회 엘지유플러스(LGU+) 부회장은 “5G 요금은 엘티이보다 높을 것으로 본다. 대규모 신규 투자가 된 데다 소비자들이 부담하는 5G 스마트폰 가격도 20~30%가량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결국 스마트폰 제조사가 새 스마트폰에 150만~200만원이 넘는 가격표를 붙여 바람을 잡고, 이통사들은 이를 지렛대 삼아 “5G 스마트폰 가격이 높아졌으니 요금제도 고가로 설계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꼴이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을 사실상 쥐락펴락하는 삼성전자와 5G 이동통신 상용화를 계기로 가입자당 매출을 끌어올려야 하는 이통사 쪽에서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구도다. 그러나 5G 이동통신 서비스 이용자들은 스마트폰 값과 이동통신 요금 부담이 동시에 높아지는 상황을 피할 수 없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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