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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3.14 05:00 수정 : 2019.03.14 10:22

서울 시내 한 건물 옥상에 이동통신 기지국 안테나들이 어지럽게 널려있어 도시 미관을 해치고 있다. <한겨레> 독자 제공

Weconomy | 김재섭의 뒤집어보기

더는 환경친화적이지 않은 통신·방송서비스
치우지 않는 케이블·안테나는 ‘쓰레기’
사업자 “가입 해지했는데 치워줄 수 없어”
결국 주민·지자체가 해결방안 모색 나서

서울 시내 한 건물 옥상에 이동통신 기지국 안테나들이 어지럽게 널려있어 도시 미관을 해치고 있다. <한겨레> 독자 제공

전에는 자세히, 오래 봐야 볼 수 있었다. 그리 흉하다는 느낌도, 거부감도 크게 들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고개만 들어도 보인다. 흉하다. 보기에 불편하고, 저리 둬도 괜찮나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동안 이동통신·초고속인터넷·전화·위성방송·인터넷텔레비전(IPTV) 같은 통신·방송서비스들은 ‘환경친화적’이란 평가를 받아왔다. ‘보기 흉하다’거나 ‘쓰레기’란 말보다는 ‘공공 서비스’ ‘첨단 기술’ ‘황금알 낳는 거위’ 같은 표현들과 더 자주 어울렸다.

이제는 달라졌다. 통신·방송서비스를 놓고, 흉한 모습이어서 거부감이 들고, 쓰레기가 쌓여 걱정다고 말하는 이용자·주민들이 많다.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오래된 아파트 5층에 사는 이아무개씨는 요즘 아침마다 베란다 창문을 활짝 열고 어느 나무가 또 꽃을 피웠나 내려다본다. 엊그제 산수유 나무가 노란 꽃으로 장식되더니, 오늘은 목련 꽃망울이 고개를 내밀었다. 저 나무도 꽃을 피우려고 하네라고 감탄하며 하루를 시작할 수 있어 좋다.

그럴 때마다 갑자기 시야에 끼어들어 훼방놓는 게 있다. 첫번째는 미세먼지이고, 두번째는 베란다 창문 밖 지지대에 매달려 녹슬고 있는 접시 모양의 위성방송 수신용 안테나다. 이씨는 위성방송 서비스를 이용하다가 몇 해 전 인터넷텔레비전으로 바꿨다. 그런데 위성방송 안테나는 여전히 창문 밖에 매달려 있다. 해지 때 왜 제거하지 않았는지 기억이 없다. 케이티(KT)스카이라이프에 전화를 걸어 처리 방법을 물었더니 “안테나는 고객 소유다. 저희가 처리해줄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한다.

베란다 창문 구석을 찌그러트려 만든 홈을 경유해 아파트 밖으로 늘어진 케이블도 보기 싫기는 마찬가지다. 이전 주민이 이용하던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사업자가 설치한 것으로, 해지 때 철거하지 않은 것 같다. 김씨는 이 아파트로 이사한 뒤 다른 사업자의 초고속인터넷을 쓰고 있는데, 이 사업자 역시 케이블을 새로 깔아 서비스를 개통해줬다.

가정용 초고속인터넷 케이블을 설치하는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서울 관악구에 있는 아파트에 사는 나아무개씨는 베란다 창문을 열 때마다 눈에 들어오는 이동통신 기지국 안테나 다발이 보기 싫다. 창문을 열면 2층짜리 아파트단지 상가 옥상이 내려다 보이는데, 이동통신 기지국 안테나 20여개가 어지럽게 달린 철탑이 우뚝 서 있다. 아파트와 상가 사이에 서 있는 은행나무 잎이 울창할 때는 반쯤 가려지지만, 요즘은 온전히 보여 불편하다.

방송·통신서비스 사업자들이 돈벌이에만 급급할 뿐, 뒷처리나 주민들의 처지는 살피지 않아 남겨진 것들이다. 수십년 이렇게 하면서 흉물이 되고, 쓰레기로 남은 것들이다. 전문가들의 말을 들어보면, 이동통신 기지국 안테나의 경우에는 안테나 모양과 색깔을 도심 환경에 어울리게 디자인하거나 환경친화적으로 설치하고, 안 되면 환경친화적 구조물로 씌우는 방법으로 거부감을 줄일 수 있다. 얇은 플라스틱이나 나무 소재를 사용하면 전파를 방행하는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다.

초고속인터넷 케이블이나 위성방송 안테나 등은 사업자한테 회수를 의무화하면 된다. 이용자가 서비스를 해지하면 사업자가 셋톱박스를 회수해가는데, 이 때 개통 때 설치한 케이블과 안테나 등도 철거하도록 하면 된단다. 재활용도 가능하다.

사업자의 자발성에 맡겨서는 해결되기 어렵다. 스카이라이프 관계자는 김아무개씨 사례를 설명하며 ‘사업자가 회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는 질문에 “가입을 해지한 것도 마음이 안 좋은데 추가 비용을 들여 안테나 수거까지 하라는 건 너무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에스케이브로드밴드 관계자는 “케이블을 회수하려면 추가 비용이 많이 든다. 더욱이 해지하는 가입자인데”라며 난색을 표시했다.

한 아파트 베란다 창문 밖 지지대에 위성방송 수신용 접시 안테나가 매달려 녹슬고 있다. 이 집은 몇년 전 위성방송을 해지하고 지금은 인터넷텔레비전(IPTV)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해지 때 회수해가지 않아 몇년 째 매달려 시야를 가리고 있다. <한겨레> 독자 제공
결국 이동통신 기지국, 초고속인터넷 케이블, 위성방송 안테나 등이 도시 미관을 해치는 문제는 법·제도로 사업자들한테 회수를 의무화하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통신 케이블과 위성방송 안테나 등의 경우에는 베란다 창문 밖에서 작업을 해야 해 고층의 경우에는 위험하기도 하고, 특별한 공구도 필요하다. 그렇다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맡겨둬서는 사회적으로 크게 논란이 되기 전까지는 나서주기를 기대하는 것조차 어렵다. 전례로 볼 때, 사업자 편에 설 가능성이 크다.

그런 측면에서 서울의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이 통신·방송서비스가 남기는 흉물과 쓰레기 문제에 관심을 가지며 해결방안을 찾고 있는 모습에 눈길이 간다. 한 구청 관계자는 “조례를 통해 사업자가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구청의 시민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전직 통신 전문가는 “이통사에 요청해, 초고속인터넷 회선을 케이블 대신 5세대(5G) 이동통신으로 대체하는 방법도 생각해보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2위 통신사인 선라이즈는 곧 5G 이동통신 기반의 가정용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상용화에 나설 예정이다.

“황금알만 챙기지 말고, 거위가 싸는 똥을 치우는 노력도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한 지자체 관계자가 사업자들에게 전해달라는 말이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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