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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11.20 18:55 수정 : 2006.11.21 14:46

가계지출 대비 통신비 비중 추이

하위20% 수입의 7.5% 지출-상위20%는 3.7%만…요금 양극화 갈수록 심화


9면
[휴대전화 4000만명 시대]
(중) 소외된 사람들

회사원 김아무개(41·서울 은평구 불광동)씨는 최근 아내와 함께 운영하던 호프집을 내놨다. 이제 가계수입은 오롯이 김씨의 월급 200만원뿐이다. 그래도 휴대전화 사용료는 그대로다. 김씨는 “아이들이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잘 있는지 수시로 확인하느라 가족 4명 모두 휴대전화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부부가 한달 25만여원을, 중학생 아들과 초등학생 딸이 한달 7만여원을 쓴다. 수입의 16%가 휴대전화에 들어가는 셈이다.

휴대전화는 이제 누구도 외면할 수 없는 문명의 이기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만만찮은 비용 탓에 소득이 넉넉지 않은 이들에게는 또다른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생보자등 감면혜택 불구
소득 변변찮아 큰 부담

요금에 벌벌 떠는 저소득층=기초생활 보장 수급자 변정자(68)씨는 우울증과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 홀몸노인인 변씨에게 휴대전화는 필수품이다. 쓰러지기라도 하면 119에 전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감면 혜택을 받아 한달 2만원을 내고 휴대전화를 쓴다는 변씨는 “딱히 소득이 없어 이마저도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핸드폰 한달평균 통화시간
현재 이동통신사들은 장애인, 국가유공자, 기초생활 수급자 등에게 요금 감면 혜택을 주고 있지만,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의 경우 월소득 14만원 이하로 대상이 한정돼 혜택의 폭이 좁다. 수혜자는 10월 현재 에스케이텔레콤 4만2400명, 케이티에프 6446명, 엘지텔레콤 1만193명에 불과하다. 전체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 142만4천명(지난해 12월 기준)의 5%에도 못미친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하위 20% 계층은 수입의 7.5%를 휴대전화에 쓰는 반면 상위 20% 계층은 수입의 3.7%만 쓰는 등 ‘요금 양극화’ 현상도 나타난다. 하위 20% 계층의 수입 대비 휴대전화 비용은 2001년 6.3%에서 해마다 높아지는 추세다(그래프 참조).


요금을 내지 못하는 이들도 상당수다. 지난 6월 에스케이텔레콤 179만9천 회선, 케이티에프 100만2천 회선, 엘지텔레콤 22만7천 회선 등 모두 302만8천 회선의 요금이 2달 이상 연체됐다. 중복 사용자를 감안하더라도 4천만명 가입자의 7%에 이르는 250만여명이 연체자일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이통3사 작년순익 2조6천억
“요즘 상한규제로 전환” 목소리
저가·단순모델 전화도 출시를

요금정책 이대로 좋은가?=휴대전화 요금을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지는 오래다. 현재 정부는 시장 독점적 지배자인 에스케이텔레콤의 요금을 관할함으로써 사실상 전체 요금을 통제하는데, 요금을 하한선 이하로 내릴 수 없도록 하는 ‘하한 규제’ 위주로 관리한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정책위원은 “대부분의 나라는 요금을 어느 선까지만 올릴 수 있는 상한 규제를 한다”며 “에스케이텔레콤이 무턱대고 요금을 낮출 리도 없고 후발 사업자도 자생력을 갖췄으므로 상한 규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통신 요금 감면 혜택 현황
통신비 양극화를 막으려면 기본료를 낮춰야 한다는 요구도 높다. 휴대전화 통화료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저렴한 쪽이지만 기본료는 상당히 비싼 편이다. 나광식 소비자보호원 사이버연구팀 차장은 “이통 3사의 지난해 순이익이 2조6천여억원에 이를 정도로 독점적 이윤이 엄청나다”며 “기본료를 유선전화 수준으로 대폭 낮추고 대신 통화요금을 경쟁가격으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저렴한 휴대전화는 없을까?=맞벌이 회사원 김헌(37)씨는 초등학생 아들(9)과 잦은 연락이 필요해 휴대전화를 사주기로 마음먹고 문자와 통화 기능이 있는 저렴한 모델을 찾아봤다. 그러나 출시된 대부분의 휴대전화는 화상통화 등 현란한 기능을 뽐내며 몇십만원을 호가했다. 김씨는 결국 중고품을 선택해야 했다.

휴대전화 시장은 커졌지만 필요한 기능만 이용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은 부족하다. 이에 따라 대기업들이 수익의 사회환원 차원에서라도 저가 단말기를 제공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60대에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황젬마씨는 “문자메시지도 보낼 일이 없는데 다른 기능은 더더욱 필요없다”며 “나 같은 사람을 위해 10만원 이하의 저렴한 휴대전화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동통신도 ‘보편적 서비스’로=휴대전화 가입자 4천만명 시대를 맞아 이동통신도 ‘보편적 서비스’로 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유선전화는 현재 전기통신사업법상 보편적 서비스로 규정돼 장애인과 저소득층에 전화기와 한달 180도수(시내 3분·시외 10초) 통화가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보편적 서비스란 모든 이용자가 언제 어디서나 적정한 요금으로 제공받을 수 있는 기본적인 전기통신 서비스를 말한다. 이를 근거로 유선전화는 낙도나 산골에도 소비자의 요구가 있으면 의무적으로 설치해야만 한다.

그러나 지난 1999년에 유선전화 가입자수를 제친 휴대전화는 아직 보편적 서비스 대접을 못받고 있다. 유지연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주임연구원은 “정보통신 환경이 모바일 기반으로 전환됨에 따라 정보격차 해소 노력을 기존 인터넷 기반에서 모바일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앞으로 유비쿼터스 사회가 예견되는 만큼 무선통신를 보편적 서비스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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