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인터뷰
강창일 한일의원연맹 회장
“3년전 우리 국민 강한 반대에도
미국 압력으로 지소미아 체결
작동 중단 원인 제공한 일본엔
미국, 비겁하게 책임 묻지 않아”
“최종 종료까진 3개월 여유
그동안 양국 협상으로 풀어야
재단 설립, 우리 기업 출연 등
우리 쪽 징용 해법 열려있어”
“우리 정부가 내민 손을 일본이 무시하니까 지소미아 종료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이제 양국이 협상으로 풀어야 할 때다.”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8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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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일(67·제주갑) 의원은 국회에서 몇 안 되는 일본통이다. 일본 우익의 뿌리에 대한 연구로 도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2017년부터 한일의원연맹 한국 쪽 회장을 맡고 있다.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정부 쪽과 함께 오랫동안 고민해왔으며 일본 쪽과도 대화해왔다.
강 의원은 한-일 간 외교 협상을 통한 해결이 가능하다고 봤다. 일본 정부의 태도 변화가 관건인데, 일본 경제나 정치적 역학관계 등으로 볼 때 협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지금 미국이 나 몰라라 할 때가 아니다”라며 미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했다.
“일본 고도의 정치전략 사용 중”
―한-일 관계가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 일본의 반도체 부품 수출 규제에 이은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우대국 명단) 배제 실행, 지소미아(GSOMIA·한-일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 종료 결정 등 경제와 안보 분야 등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데.
“그렇다. 지금은 역대 최악의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1965년 한일협정 이후 그동안 한-일 간에 독도나 역사 교과서, 군위안부 문제 등등으로 조용한 적은 한번도 없긴 했지만, 그때는 한 테마로 싸움하고 옥신각신했다. 그래서 경제와 정치를 분리하는 투트랙이니 스리트랙이라는 얘기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역사 문제에서 시작해 경제 영역과 안보 문제 등 모든 분야로 전선이 확대됐다. 국교 단절 이외에는 더 이상 나빠질 게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8일부터 일본이 우리나라에 대한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예정대로 실행했다.
“수순대로 움직이고 있다.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해놓고, 당분간은 지금보다 더 자극적인 것을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시행 자체가 가장 센 것이니까 더 구체적으로 자극하는 조처를 취해서 일본이 문제를 더 꼬이게 만든다는 빌미를 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는 일본이 고도의 정치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10월 우리 대법원에서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 판결이 나온 뒤부터 일본 기업의 자산을 강제 매각할 때는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부터 그런 말을 했다. 우리 정부는 나름대로 해법을 내놓기 위해 애썼고, 저 역시 강제동원 피해자 변호사들과 만나서 (강제 매각을) 미루는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매각 결정이 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일본이 수출 규제 조처를 전격적으로 취했다. 이것은 자신들이 한 말과도 맞지 않는 그야말로 기습 도발이다. 이는 단순히 일본 국내 정치용이 아니라 거대한 프로젝트에 따른 것이라고 본다. 심하게 말하면, 과거 식민지배와 침략, 전쟁을 정당화, 합리화하면서 군국주의적인 일본 제국의 부활을 꿈꾸는 것 아닌가 싶다.”
한일의원연맹 회장을 맡고 있는 강 의원은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한 뒤 도쿄대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박사학위 논문(‘근대 일본의 조선 침략과 대아시아주의-우익 낭인의 행동과 사상을 중심으로’, 2003년)에서 ‘일본의 조선 강점은 군부와 함께 일본 낭인집단이 앞장을 섰으며, 이 민간단체들이 후일 일본 우익세력의 뿌리가 됐다’는 점을 사료를 통해 증명한 바 있다.
―일본이 그렇게 큰 그림에 따라 움직인다면 우리도 장단기 목표를 정해서 가야 할 것 같은데, 지금 우리 쪽 대응은 어떤가?
“일본의 속내를 정확히 이해하고 대응하는 게 필요한데 우리의 대외관계에서 큰 전략이 무엇인지, 우리가 어디에 서야 하는지 하는 좌표가 잘 안 보인다. 물론 일단 우리는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좋아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그렇다. 그러나 상대가 있는 것 아니냐. 아베 총리가 일체 응하지 않으니까 지소미아 종료 등의 방식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우리 쪽에서는 지소미아를 연장할 것 같은 분위기가 다소 있었다. 8·15 대통령 경축사에서도 일본에 대해 유화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았나.
“그랬다. 청와대 등 정부 분위기도 당일 낮까지 그런 게 있었다. 아마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토론 과정에서 그런 결정이 내려진 것 같긴 한데 지소미아 종료는 다른 나라들엔 우리가 새로운 문제를 꺼내든 것처럼 비치는 측면이 있다. 물론 저도 지소미아 결정 전에는 일본이 지소미아와 관련해 자기모순에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일본은 화이트리스트 배제 등 한국을 안보 비우호국 내지는 적대국 취급을 하는데 우리가 어떻게 안보의 최고 가치인 정보 특히 군사정보를 줄 수 있겠느냐, 그러한 자기모순을 일본이 해소해줘야만 한국도 지소미아를 연장할 수 있지 않으냐고 말이다. 그런데 일본은 일체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그런 일본의 태도가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영향을 준 건가?
“그동안 우리는 나름 성의를 다했다. 북핵이나 미사일 문제 등의 정보를 다 제공해주고, 8·15 경축사도 일본에 사전에 알려줬다. 문 대통령께서 그렇게 엄청 자제하면서 손을 내밀었지 않았나. 8·15 경축사에 대해 일본에서는 우리가 마치 형님이나 대인처럼 군다면서 기분 나쁘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우리의 본심은 아베 정권과 손잡고 나가자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아베 총리 주변에서 대한민국의 주권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일삼고, 우리의 호의를 무시했다. 우리가 지소미아를 종료하기로 결정했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최종 종료까지는 3개월의 시간이 있다. 그동안 여러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일본통인 강창일 민주당 의원은 지난 28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나 몰라라 방관자로 있을 때가 아니다. 적극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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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14일 청와대에서 한일의원연맹 합동총회를 위해 방한한 누카가 후쿠시로 한일의원연맹 회장을 비롯한 일본 대표단과 강창일(왼쪽 둘째) 한국 쪽 회장을 비롯한 한국 대표단과 만나 얘기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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