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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01.18 09:06 수정 : 2020.01.18 09:40

2011년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를 쓴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혁은 큰 그림과 함께 디테일까지 바꾸어야 한다”며 시행령과 시행규칙 마련, 검찰과 경찰의 협조 관계 구축 등 검찰개혁의 성패를 좌우할 실무개혁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김 교수가 검찰개혁 입법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토요판] 인터뷰
김인회 인하대 로스쿨 교수

대통령의 검찰개혁 구상 담은
2011년 ‘검찰을 생각한다’ 공저자

“법안 통과는 검찰개혁의 출발점
법무장관이 실무 변화 이끌어야
국민이 개혁 효과 느낄 수 있어”

2011년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를 쓴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혁은 큰 그림과 함께 디테일까지 바꾸어야 한다”며 시행령과 시행규칙 마련, 검찰과 경찰의 협조 관계 구축 등 검찰개혁의 성패를 좌우할 실무개혁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김 교수가 검찰개혁 입법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 문재인 대통령은 2011년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에 검찰개혁 구상을 담았다. 이 책의 핵심 내용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로 옮겨졌다. 검찰개혁 입법안이 패스트트랙에 오르고 조국 법무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검찰개혁을 둘러싼 논쟁이 뜨거워지자 공저자인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동안 언론 인터뷰를 거절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김 교수는 <한겨레>와 만나 남은 과제를 짚었다.

“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킨 것은 검찰개혁의 1막이 끝나고 2막이 시작됐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 다시 법무부 장관의 시간이 왔다. 실무와 현장에서 구체적 변화가 일어나도록 법무부와 검찰이 협력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체감하는 개혁을 이뤄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개혁 매뉴얼’이라 불리는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2011, 이하 <검찰을 생각한다>)의 공저자인 김인회(56)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변호사)는 “검찰개혁 법안이 통과됐다고 다음날 세상이 바뀌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검찰개혁의 3대 과제로 불리는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법무부의 탈검찰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가 가능하도록 법률이 마련됐지만, 검찰개혁의 성패를 좌우할 실무개혁 준비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1993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김 교수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변호사로 활동하며 검찰과 법원의 개혁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대법원 사법개혁위원회 전문위원, 대통령 자문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기획추진단 간사 등으로 활동하며 국민참여재판, 법학전문대학원 제도의 도입 등 참여정부의 사법개혁에 일조했다. 하지만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설치 등 검찰개혁은 노 대통령의 의지에도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것을 지켜봤다. 당시 검찰개혁이 좌절된 원인을 짚으면서, 구체적인 대안을 모색해 2011년 문 대통령과 함께 <검찰을 생각한다>를 펴냈다. 그 뒤로도 김 교수는 <문제는 검찰이다>(2015), <김인회의 사법개혁을 생각한다>(2018), <정의의 미래 ‘공정’>(2019) 등을 통해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인 검찰을 개혁해야 할 이유를 설명했다. 현재는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국민주권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다.

공수처 법안(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이어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검찰개혁 입법’이 마무리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난 김 교수는 “법안 통과는 검찰개혁의 종착점이 아니라 또 다른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65년 만에 검경 ‘지휘’에서 ‘협력’ 관계로

―검찰개혁 3대 입법의 의미를 평가해달라.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단초를 마련한 것은 상당히 큰 의미가 있다. 1954년 형사소송법이 만들어질 때부터 수사권과 기소권을 어디에 둘 것인가를 두고 깊은 논쟁이 있었다. 나라가 어수선할 때 수사권과 기소권을 검찰이 다 갖도록 임시적으로 정해놓았는데, 그것이 65년이나 이어졌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면서 바뀌어야 했는데 그 제도에 익숙해져버려서 저항이 컸다. 검찰과 경찰이 상명하복 관계에서 상호 협조 관계로 바뀐 것이 역사적인 사건이다.”

막강한 검찰 권력은 일제강점기에 형성됐고, 1945년 해방 이후 미군정이 검찰과 경찰의 상명하복 관계에 처음으로 변화를 꾀했다. 미국식으로 경찰에 1차 수사권을 주고 검찰과 경찰의 관계도 상호 협력적 관계로 바꾸려 했다. 이러한 개혁은 일본에서는 관철됐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실패했다. 당시 일제 ‘순사’의 고문 등 경찰의 심각한 인권유린을 경험한 여론이 검찰 편에 섰기 때문이다. 1954년 9월 형사소송법이 제정될 때 ‘검찰과 경찰의 관계’가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지만, ‘검찰 파쇼’보다는 ‘경찰 파쇼’가 더 위험하다는 의견이 우세해 결국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장악하게 됐다.

지난 13일 국회를 통과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검찰과 경찰을 협력 관계로 규정하고 경찰이 ‘모든 수사에 관해 검사의 지휘를 받도록 한다’는 조항을 65년 만에 없앴다. 두 기관의 관계가 지휘에서 협력으로 바뀌면서 경찰은 독자적 수사를 진행할 수 있게 됐고, 무혐의로 판단한 사건은 검찰로 보내지 않게 됐다. 김 교수는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을 자율주행차 도입에 빗대 설명했다. “교통사고를 줄이는 방식에는 안전교육을 확대하는 것도 있지만, 자율주행차를 도입해 교통체계를 완전히 개편하는 방법도 있다. 검찰과 경찰의 관계를 조정한 것은 자율주행차 도입처럼 트랙을 완전히 바꾼 일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파급 효과가 상당히 많이 나타날 것이다.” 지나치게 집중된 검찰의 권한을 분산하고 견제함으로써 형사 절차가 정상화될 것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경찰의 권한이 커진 것에 비해 정보경찰 폐지와 자치경찰제 도입 등 그 권한을 분산할 경찰개혁 법안은 지지부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2018년에 전체 국가경찰 약 12만명의 36%인 4만3천명을 2022년까지 각 시·도와 시·군·구의 자치경찰로 전환해 이들에게 생활안전, 여성·청소년, 교통, 지역경비 등을 맡길 방침을 세웠지만, 이러한 내용을 담은 경찰법 개정안 등은 이번에 마련되지 않았다. 대검찰청 미래기획·형사정책단장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 업무를 맡았던 김웅 법무연수원 교수가 지난 14일 “처음 약속했던 ‘실효적 자치경찰제’ ‘사법경찰 분리’ ‘정보경찰 폐지’는 왜 사라졌나”라고 항의하며 사의를 표명한 이유다.

―경찰 권력의 비대화도 해결해야 하지 않나?

“자치경찰로 가면 (경찰의 권력 비대화) 문제의 상당 부분이 제자리를 찾을 것이다. (검찰개혁과 경찰개혁은) 원칙적으로 같이 가기로 돼 있었다. 국회가 정상적이었다면 함께 이뤄졌을 텐데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대상 안건)에 검찰개혁 법안이 오르면서 중요한 것부터 할 수밖에 없었다. 검찰개혁을 먼저 했으니 경찰개혁 등 후속 조치도 가능한 한 빨리 하면 된다. 경찰이 검찰보다 큰 조직이기 때문에 자치경찰제 도입은 시범 실시를 할 수밖에 없고, 이 성과를 바탕으로 조속히 정착해나가야 한다. 하지만 (검찰개혁과 경찰개혁이) 동시에 진행되지 않으면 (개혁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일이 몰리면서 선후가 생겼는데 그렇다고 검사가 옷을 벗는 게 합당한지 의문이다.”

―과거 경찰이 정권의 눈치를 보며 덮었던 사건들을 제시하며 경찰의 수사 종결권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박정희, 전두환 정권 때 경찰만이 아니라 검사들도 다 사건을 덮었다. 정경 유착, 권력형 비리 사건에 유독 약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검사 비리가 잇따르지 않았나. 검찰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돼 있는 탓에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이 작동하지 않은 탓이다. 이제는 수사권과 기소권이 분리되면서 검경이 서로 견제할 수밖에 없고 검찰이든, 경찰이든 사건을 덮기가 훨씬 어려워졌다.”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 출간을 기념해 2011년 12월7일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토크콘서트 ‘더(The) 위대한 검찰’ 현장 모습. 왼쪽부터 조국 서울대 교수, 김인회 인하대 교수, 문재인 대통령, 김선수 대법관. 채널예스 제공

“박상기 전 장관의 개혁 실기 아쉽다”

―검찰개혁 입법 과정에서 많은 갈등이 있었다.

“지나치게 떠들썩했다. 우리 사회가 해결할 많은 문제점 중에서 검찰개혁은 일부분이다. 재벌개혁, 경제민주화, 불공정 해소 등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개혁 과제를 고려할 때 검찰개혁 문제가 과대 포장된 측면이 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국민을 두쪽으로 쪼개는 방식으로 진행될 사안이 아니었다. 충분한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할 수 있었고, 그렇게 했어야 했다. 득보다 실이 많았다. 안타깝다.”

―원인을 진단해본다면?

“우왕좌왕했다. 개혁 주체들이 처음부터 분명한 계획을 세워놓고 깨끗하게 진행했다고 보기 어렵다. 몇가지 예를 들어보면, 첫째, 검찰개혁 법안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애초에 방향이 없었던 것 같다. 패스트트랙을 갈 것이라면 일찌감치 갔어야 했는데 너무 늦었다. 두번째 문제는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축소해나갈 것이라는 공감대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정권 초기에) 적폐청산 수사를 할 때 검찰에 힘이 몰렸고 그것은 지금 갖고 있는 수사권을 더 잘 (행사)하라는 시그널(신호)로 비칠 수 있었다. 2018년 6월 법무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이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합의했는데, 그 후속 조처가 불분명했다. 치밀한 계획이 부재했다.”

김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첫 법무부 장관인 박상기 전 장관이 국회의 법률 개정이 필요하지 않은 수사 방법 개혁을 제때 하지 않은 점을 비판했다. 조국 전 장관이 취임한 뒤 검찰개혁 방안으로 나온 피의자 심야조사·공개소환 폐지, 피의사실 공표와 별건수사 금지 등은 박 전 장관 때 했어야 하는 과제였는데 실기했다는 진단이다. “수사 대상은 누구나 될 수 있지만 수사 방법은 인권 국가 수준에 맞게 절제돼야 한다. 하지만 법무부의 개혁이 2년간 늦어지면서 (조 전 장관이 이를 추진할 때) 본인 수사 때문에 그런 것 아니냐는 오해가 생겼고, 핵심도 찌르지 못했다. 박 전 장관 때 법무부 문민화를 통한 검찰의 견제도 제대로 되지 않아서 후임 장관들에게 짐으로 남아 있는 상태다.”

―검찰개혁은 앞으로 어떻게 진행돼야 할까?

“개혁은 큰 그림과 함께 디테일까지 바꾸어야 한다. 이제 실무와 현장에서 디테일을 채워나가야 한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할 것인가라는 추상적인 사안으로 싸웠다면, 이제는 하나하나 사례를 두고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를 따지며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시행령과 시행규칙 마련, 검찰과 경찰의 협조 관계 구축 등 실무적 문제를 꼼꼼하게 해결해나가는, 폼이 나지 않는 지난한 작업이 남아 있다. 이렇게 실무와 현장이 변하면 개혁의 효과를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게 된다.”

―실무와 현장의 개혁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법무부 장관의 리더십과 검찰총장과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검찰개혁을 현장에서 실현해야 하는 사람들은 검사들이기 때문이다. 입법 과정에서는 양쪽이 싸워도 다수결로 통과될 수 있지만 실무개혁 작업을 할 때는 법무부와 검찰이 싸워서는 안 된다. 바람직한 검찰상을 함께 상정하고, 그에 맞는 수사·기소·재판 방식 등에 합의하고 국민에게 검증받는 절차를 밟는 게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법무부 장관은 전국을 뛰어다니며 검사를 만나고 교육을 해야 한다. 새로운 검찰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검사의 요구도 반영해나가야 한다. 실무와 현장의 개혁이 매끄럽게 이뤄지지 않으면 개혁에 대한 반대가 다시 등장할 수도 있다. 개혁 실패를 바라는 집단은 항상 빈틈을 노릴 테니까 말이다.”

검찰개혁은 현재진행형

공수처장 임명을 지연하는 방식으로 공수처 출범을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는 이미 나오고 있다. 고위공직자 및 그 가족의 뇌물수수, 직권남용, 피의사실 공표 등을 수사할 공수처는 1996년 참여연대 입법 청원으로 시작됐다. 노무현 정부 때 정부 법안으로 제출됐지만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고, 오랜 잠복기를 거쳐 지난해 의원 입법안으로 다시 발의돼 12월30일에 제정됐다. 하지만 국회에서 구성할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의 경우 재적 인원 7명 중 6명이 찬성해야 공수처장 후보 추천을 의결할 수 있어 야당 추천 위원(2명)이 끝까지 후보자를 내는 데 반대하면 의결이 불가능하다.

김 교수는 “공수처는 계속 논란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처장 1명과 차장 1명을 포함한 검사 25명 내외, 수사관 40명 내외로 공수처가 구성되는데, 규모가 지나치게 작다. 현실에 맞게 재조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또 초대 공수처장을 구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장은 공수처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지녔으면서, 반부패 수사를 잘할 능력을 갖추고, 다른 기관과의 협조 관계를 이끌 인품도 있어야 한다. 이 세가지 자질은 상치되는 면이 있어 적임자를 찾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개혁은 큰 산을 넘은 것은 분명하지만 갈 길이 먼 현재진행형이라는 얘기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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