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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7.03 10:39 수정 : 2017.07.19 09:52

최근 박정윤 원장의 병원을 찾은 노견 디투가 검사를 받으려고 얌전히 앉아 기다리고 있다. 아픈 알투는 그날 컨디션이 좋지 않아 사진촬영에 나서지 않았다. 디투야, 오래오래 같이 살자~.

[생명] 박정윤의 멍냥멍냥
반려동물의 갑작스런 행동 변화
심리 아닌 몸 이상인 경우 많아
스스로 못 돌보니 우리가 도와야

최근 박정윤 원장의 병원을 찾은 노견 디투가 검사를 받으려고 얌전히 앉아 기다리고 있다. 아픈 알투는 그날 컨디션이 좋지 않아 사진촬영에 나서지 않았다. 디투야, 오래오래 같이 살자~.
우리 병원에는 대다수의 동물이 노령동물이다. 요삐할머니는 16살에 처음 병원에서 만났다. 워낙 입이 짧은 아이인데, 요즘 들어 밥을 잘 안 먹으려 하고 부드럽고 맛있는 음식만 먹으려는 모습에 요삐 가족들은 이가 아파서라고 생각했다.

“우리 요삐는 한번도 아픈 적이 없었어요. 아직도 밖에 나가면 날아다니는걸요.” 하지만 검사 결과 일주일 전부터 요삐의 식욕이 줄어든 원인은 자궁축농증(자궁에 농이 찬 증상)이었다. 더 큰 문제는 심장이었다. 심장 좌측, 우측 판막에 문제가 있어서 심장약을 먹으면서 관리를 받아야 할 정도였다. 가족들은 수술해야 하는 상황도, 심장병이 있어서 마취의 위험도가 높은 상황도 모두 받아들이기 힘들어하셨다.

하지만 진단 결과를 듣고 곰곰 생각해보니 올해 들어서는 예전만큼 산에 잘 오르내리지도 않고, 조금 얌전해진 것 같다고 하셨다. 그냥 나이가 들었으니 기운 펄펄한 모습은 아닐 거야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셨다는 것. 한번도 아파본 적이 없던 요삐는 다행히 생애 첫 수술을 무사히 마쳤고 심장약을 먹으면서 17살을 맞이했다.

오랜만에 내원한 알투와 디투는 16살 잭 러셀 테리어다. 활달한 성격으로 집에서 종종 사고를 치던 녀석들은 언제 철들지 모르는 청년 같았다. 디투는 예전에 디스크 치료도 받고 종종 아픈 데가 있어서 자주 만났지만, 알투는 덩달아 따라와서 귀 치료를 하는 것 외에는 병원에 올 일이 없었다. 보호자는 얼굴에 흰 털이 나서 희끗희끗해진 알투 얼굴을 보며, 이제는 나이가 들었으니 건강검진을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몇 년 만에 검진을 받게 했다. 그 결과 알투는 심장병과 신부전(신장기능 부전)이 진행되고 있었다. 오히려 잔병치레가 많던 디투는 검사 결과 크게 걱정할 만한 질병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물도 많이 먹고 소변량도 늘어난 것 같네요. 크게 문제가 있어 보이지 않았는데….”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서 여기저기 불편함을 호소한다. 나이가 드니까 소화가 잘 안 되네, 오십견이 온 건지 어깨가 쑤시는군 하면서. 그래서일까, 동물들의 노화도 비슷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조금씩 불편함을 보이는 행동의 변화는 초기에는 사인이 미미하기 때문에 집에서만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변화들이 단순히 노화라고만 생각하고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병원에 가끔 들르면서도 사소한 행동의 변화에 대해서는 잘 상담하지 않는다. 심리적인 이유라고 생각하고 의학적인 문제가 아닌 다른 부분에서 원인을 찾아보려 하기 쉽다.

박정윤 원장의 병원을 찾은 알투(앞)와 디투. 알투는 이날 컨디션이 좋지 않아 사진촬영에 비협조적이었다.
하지만 모든 행동의 변화나 문제 행동이 심리적인 이유만은 아니다. 실제로 많은 행동의 변화들은 의학적인 원인을 가지며 약이나 식이요법, 수술 등으로 치료되거나 관리될 수 있다. 강아지의 갑상선 저하나 부신피질호르몬 항진, 고양이의 갑상선 항진 등의 호르몬 변화나 당뇨, 전립선 문제 등은 두드러지는 행동 변화의 대부분의 원인이다. 그리고 이런 많은 문제는 치료나 관리가 가능하다.

건강 상태를 체크할 때, 흔히 강아지는 코가 촉촉하면 건강하다고 한다. 코가 촉촉하고, 배변과 배뇨를 잘하고 밥도 잘 먹으면 건강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노령동물은 조금 더 세밀하게 관찰해보면 좋겠다. 피부와 털의 변화는 물론, 지나치게 식욕이 좋은지 혹은 식욕이 조금씩 줄어드는지, 배뇨배변의 횟수가 늘어나는지, 소변을 흘리는지, 종기나 혹은 없는지, 입냄새·잇몸출혈, 뻣뻣함, 신경질적인 반응, 헐떡거림, 기침, 체중의 변화, 몸을 떠는 증상, 우울해 보이는 모습 등을 좀더 눈여겨보면 좋겠다.

사람의 경우, 요즘 80살도 60대처럼 사는 분들이 있는 것처럼, 강아지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12살이 7~8살처럼 살 수 있다. 80살이 60살처럼 기운차게, 활기차게 생활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 사람들은 유전적으로 건강해서 정신적인 부분과 신체적인 부분에서 건강할 뿐 아니라 스스로 관리하는 데 적극적이다. 하지만 동물들은 스스로 돌볼 수 없다. 그들은 도와줄 우리가 필요하다. 노화는 질병이 아니다. 그들이 계속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기를 즐길 수 있도록 챙겨볼 몇 가지를 앞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글·사진 박정윤 올리브동물병원장·<바보 똥개 뽀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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