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7.17 10:17
수정 : 2017.07.19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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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병 진단을 받은 찡이. 박정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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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생명] 박정윤의 멍냥멍냥
나이 든 강아지가 기침하면 일단 의심하라
‘완치 못한다’ 걱정 말고 일상 불편 덜어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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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병 진단을 받은 찡이. 박정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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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절기 때 시작한 기침이 아직도 멈추지 않아요.”
기침 때문에 내원한 12살 찡이는 심장병 진단을 받았다. 찡이의 정확한 병명은 ‘이첨판폐쇄부전증’, 좌심방과 좌심실 사이의 판막인 이첨판이 노후하여 생기는 노령성 심장질환이다. 청진기를 가슴에 대고 심장박동을 들었을 때도 쿵쾅쿵쾅하는 소리 대신 심잡음(심장에서 들리는 잡음)이 들렸다.
강아지가 기침할 때 단순한 감기나 기관지염일 수도 있지만, 나이가 든 강아지들이 기침하는 경우에는 심장질환이 가장 흔하다. 판막질환이나 심장비대증으로 폐에 물이 차거나 커진 심장이 기관이나 기관지를 압박하여 기침이 나기 때문이다.
개의 심장 구조는 사람의 심장과 다르지 않다. 심방과 심실 사이, 심실과 혈관 사이에는 판막이 있다. 좌심방과 좌심실 사이에는 이첨판이 있고, 우심방과 우심실에는 삼첨판이 있다. 판막은 주기적으로 혈액이 흘러나갈 수 있도록 문지기 역할을 하면서 일정하게 문을 닫았다 열어주면서 혈액 순환을 조절해준다. 이때 판막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가 심장박동 소리이다. 이 판막이라는 문이 낡아서 문제가 생긴다면 문틈 사이로 혈액은 새어나가거나 거꾸로 역류하게 된다.
특히 혈액을 몸 전체로 내보내는 역할을 하는 왼쪽 심장은, 혈액을 몸 전체로 보내는 흐름에서 혈액이 역류하는 상황이 생기면 충분한 양을 온몸에 보내지 못한다. 그럼 조금만 움직여도 숨을 헐떡거리게 된다. 또 폐에 물이 차는 폐수종 때문에 기침하거나 숨 쉬는 게 매우 힘들어질 수 있다.
사람이라면 심장에 문제가 생기면서 숨찬 느낌이나 신체 상부가 조이는 것 같은 불편함을 호소하거나, 울렁거리고 식은땀이 나는 증상을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동물은 말하지 못하기 때문에 신체적인 증상으로 눈에 띄기 전까지는 심각함을 알지 못한다. 나이가 들면서 판막의 노화로 심장 기능에 이상이 올 수 있다는 것을 미리 알아두고, 7~8살 이상이 되면 가벼운 기침도 놓치지 말자.
또 특별한 일이 없이 병원에 갔을 때라도 심잡음이 들리는지 간단히 청진을 부탁하고, 심잡음이 들린다면 방사선 촬영이나 심장 초음파로 상태를 진단하자. 정기적인 검진으로 미리 체크해두는 것이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하는 지름길이다.
찡이의 심장병은 꽤 진행된 상황이었다. 안타까운 마음에 눈물을 쏟은 찡이네는 사람은 판막질환이면 수술을 하는데 강아지는 이식수술을 하면 안 되냐고 물어봤다. 노화에 의한 질환이기 때문에 완치가 안 되고 약물로 관리만 가능하다는 말에 절망했다. 며칠 뒤 다시 만난 찡이 보호자는 완치가 안 되는데 굳이 매일 쓴 약을 먹이고 정기적으로 검사하는 게 아이를 힘들게 하는 건 아닌지 고민했다. 비단 돈 때문에 하는 고민만은 아니다. 찡이네와 같은 질문은 자주 받는 질문이다.
찡이네는 심장약을 먹되 이뇨제를 먹지 않으면 안 되는지도 문의했다. 심장약에 포함된 이뇨제가 신부전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인터넷 정보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온전한 관리방법이 아니다. 심장에 무리가 없고 제 기능을 해나가야 전신에 있는 다른 장기들도 원활한 혈액 공급으로 자기 기능을 할 수 있다. 심장 관리는 건강 관리의 가장 필수적이고 바탕이 되는 셈이다. 심장을 빼고 다른 장기를 우선시하는 건 옳은 방법이 아니다.
나이가 들어서 생기는 심장병은 ‘심장 기능의 노화’라고 이해하는 것이 좋다. 우선은 마음에서 노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치료보다는 관리가 필요하고, 그래서 초기에 발견해서 일찍 관리하는 것이 심장의 노화를 좀 더 줄여줄 수 있다. 완치가 안 된다고, 혹은 평생 약을 먹는다고 걱정하고 두려워하기보다는 사람이 나이가 들어 혈압약을 복용하듯,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습관처럼 약을 먹이는 것이 필요하다.
찡이는 2주 정도 약을 먹으면서 눈에 띄게 좋아졌다. 기침이 멎으면서 살도 찌고 밥도 잘 먹었다. 방사선 검사에서 심장의 크기도 조금 작아져서 찡이 가족은 세상 행복한 모습으로 돌아갔다. 언젠가는 다시 안 좋아질 수 있다. 그날이 언제일지는 몰라도 찡이 가족은 찡이가 지내는 데 불편함이 없다면 그게 최고의 선택이라고 결론 내렸다. 남은 시간을 늘리기보다는 지금을 행복하게 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행복한 거라는 귀띔과 함께.
글·사진 박정윤 올리브동물병원장·<바보 똥개 뽀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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