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2.11 17:46
수정 : 2005.02.11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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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 빙하기 거인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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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상상력을 사로잡는 동물들을 꼽는다면 아마도 공룡과 매머드가 먼저일 터이다. 모두 한때 지구를 주름잡다가 사라져버린 대형 동물들이다. 공룡은 둘 중에서 상업적으로 더욱 성공했지만, 아쉽게도 인간의 제일 먼 조상이 출현하기 열 배도 더 전에 멸종했다. 반면 인류는 가장 최근의 빙하기를 어슬렁거리던 매머드와 동시대를 살았다. 우리 조상은 5m에 이르는 거대한 엄니를 지닌 털복숭이 매머드를 보고 처음에는 기겁했겠지만 차츰 주린 배를 채우거나 움막을 지을 기둥을 얻기 위해 이들을 사냥했다. 그리고 이집트 기자에 피라미드가 건설된 지 700여년 뒤 이 빙하기 동물의 마지막 무리가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불과 3700여년 전 일이다.
<매머드, 빙하기 거인의 부활>은 우리의 상상력 속에만 존재하던 이 선사시대 동물을 이 세상으로 불러오는 데 열정을 바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책이다. 과학언론인인 지은이 리처드 스톤은 이 책에서 두 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매머드는 왜 멸종했나?”가 그 하나이고 “멸종한 매머드를 다시 살려내는 것은 가능한가, 또 그래도 되는가?”가 다른 하나이다.
첫 질문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과학자들의 오랜 논쟁거리였다. 유력한 세 가지 학설은 이렇다. 먼저 기후변동설. 빙하기 말인 약 1만1천년 전 춥고 건조했던 초원지대가 갑자기 습하고 이끼가 가득찬 툰드라로 바뀌면서 먹이 부족으로 매머드가 몰락했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사람이 도달하는 곳마다 매머드가 사라졌다는 사냥 멸종설이다. 특히 북미에선 클로비스인의 석기 창끝이 매머드 뼈를 꿰뚫은 모습이 여러 곳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가장 최근의 질병설은 인간이나 개가 옮긴 에볼라바이러스 같은 치명적 바이러스가 기후 변화로 줄어들던 매머드에게 치명타를 가했다고 설명한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해 이 책은 매머드 부활에 나선 사람들의 아이디어와 오랜 노력의 과정을 실감나게 그리고 있다. 일본 긴키대 수의학자 고토 가즈후미는 죽은 황소의 정자를 이용해 송아지를 태어나게 하는 기술을 발전시켜 매머드 부활에 나선다. 온전히 보존된 매머드의 정자만 얻을 수 있다면 유전적으로 아주 가까운 아시아코끼리 암컷에 착상시켜 코끼리와 매머드의 잡종을 얻은 뒤, 이런 인공수정을 3대쯤 거듭해 순종과 비슷한 매머드를 얻는다는 발상이다. 복제양 돌리를 탄생시킨 체세포 복제기술은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했다. 정자가 아니라도 어떤 세포나 조직에서든 망가지지 않은 유전자만 끄집어내면 복제를 시도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머드의 복제는 차치하고라도 아직 멀쩡한 유전자를 구했다는 얘기는 들려오지 않는다.
지은이는 최근 멸종한 또는 곧 멸종할 우려가 큰 동물을 복제를 통해 되살리는 행위가 과연 옳은지를 둘러싼 최근의 논의를 소개한다. 러시아에서는 일본 연구진의 매머드 복제가 성공할 것에 대비해 쥐라기 공원처럼 매머드가 활보하는 ‘플라이스토세 공원’을 조성하는 사업이 시작됐다. 이것은 우리가 없애버린 동물에 대한 죄의식을 씻는 것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돈벌이이기도 하다. 멸종한 원인도 모르면서 매머드를 되살려놓은들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자연은 또다시 뒤죽박죽이 되지 않을까? 시베리아 원주민들은 이렇게 경고한다. “매머드를 건드리면 재앙이 온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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