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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앞으로 내달려라고 채근하는 게 요즘 세상이다. 그러나 <게는 옆으로 걷는 것이 정도다>(다른 우리 펴냄).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라는 부제를 단 박기호 신부의 책 이름이다. ‘소비주의’ 또는 ‘물질주의’ 만능인 세상의 급류가 제대로 된 흐름이냐는 물음이다.
박노해 시인의 친형이기도 한 그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총무를 지냈다. 신학대학 시절부터 올곧은 그리스도적 삶을 실천하려는 동지들과 예수살이공동체를 꾸려 영성훈련을 하면서 ‘나만 잘 살아보자’는 세상이 아니라 내 자손만대까지도 너와 나, 우리와 자연이 함께 잘 사는 ‘산 위의 마을’이란 공동체 설립을 준비해 가고 있다. 예수살이공동체 회원들이 광야에서 사탄의 유혹을 이겨내듯이 휴대전화, 신용카드, 패스트푸드, 텔레비전 등 이미 깊게 중독된 소비를 선택적으로 거부하는 ‘광야운동’(off운동)을 벌이는 것이나 그가 주임으로 있는 서울 서교본당에서 외식할 때 보이지 않는 손님인 예수님을 초대해 1인분을 더 놓는다는 마음으로 1인분 값을 가난한 이나 장애우를 위해 내놓는 ‘나눔 적공’봉헌도 이미 그런 세상을 만드는 움직임이다.
“거지는 대문 밖에서 굶주려 고통 받는데 혼자 쾌적한 거실에 앉아 건강식으로 살지 않은가. 그런 삶은 오염된 저수지의 붕어 한 마리를 대야의 맑은 물에 옮겨놓는 일에 불과하다.”
자신과 타인의 삶을 분리한 삶의 어리석음을 깨우쳐주는 말이다. 그는 또 “끓는 물에 개구리를 넣으면 팔짝 뛰다가 죽지만, 찬물에 담긴 솥에 넣고 천천히 불을 때면 개구리는 헤엄을 치면서 놀다가 반항도 없이 죽는다”며 개발과 ‘잘살아 보세’의 신화 속에서 죽어가는 줄도 모르게 죽어가는 세상 사람들에게 죽비를 내려치고 있다. 조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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