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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25 16:13 수정 : 2005.02.25 16:13

‘여의도에서 새만금으로’
놀아운 상상력은 벽에 부닥치고…

뚜렷하게 근거를 내놓을 수는 없으나, ‘시간’의 의식으로부터 ‘공간’의 의식으로 앎에 대한 방법과 관심사가 옮겨간 듯한 시대를 살아가면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는가’라는 질문을 ‘어떤 공간을 누리는가’라는 문장으로 바꾸어 물어보기도 한다. 이는 대부분 맞닥친 현재를 살아가는 방법의 구체적인 모양새와 조건, 곧 삶의 바탕에 대한 사사로운 판단으로 모아지지만 또한 그것들은 이미 구획되어 마련된 살아가는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사사로움이다.

서울에서 나고 줄곧 강북에서 학교를 다니고 직장을 마련해 돈을 모아가는 나에게 이 도시는 지리적 인식의 ‘서울역’이고 공간 감각의 콘센트이다. 이 도시는 내게 늘 놀랍고 허망한 정서를 불러오는데, 몇 번의 이사를 다니면서 전에 살았던 모든 집들이 아파트로, 주차장으로, 음식점으로, 도로로 신속하게 사라지고 전변하는 풍경을 지켜보는 일이 그러하다. 그래서 끊임없는 기억의 재건축을 벌이고, ‘잠시 거처’로써 우리네 삶의 부유를 상기하게 만드는 이 도시의 계획은 무엇인지, 어떻게 변해왔고 변해갈 지를 궁금해 하는 것은 ‘잘 사는 삶’에 대한 설계만큼이나 종요로운 생각거리라 여겨진다.

‘생각의나무’는 한국 건축사의 주요 뼈대 역할을 하고 있는 김석철 선생과 <김석철의 20세기건축산책>(2001년)을 통해 인연을 맺었다. 사실 김석철 선생은 개별 건축물의 설계 작업과 더불어 40년 가까운 건축인생 동안 도시설계와 도시계획 분야에 많은 관심과 제안을 펼쳐온 분이기도 하다. 우리는 김석철 선생이 서울의 도시계획과 관련해 발표하고 실현되었거나 실현되지 못한 여러 설계안들이 갖는 의미에 주목하고, 마침 선생의 회갑을 기념하여 책으로 묶어내는 작업에 착수하였다.

<여의도에서 새만금으로>는 ‘인간과 자연과 도시 공간 사이의 새로운 질서 형식, 자연과 상생하는 건축과 도시’라는 건축 철학을 바탕으로 여일하게 괴력과도 같은 추진력으로 한국 건축공간의 논리와 실제를 넓혀온 김석철 선생의 도시설계 프로젝트를 정리한 것이다. 여의도 마스터플랜으로부터 서울대 마스터플랜, 예술의전당 도시화계획, 한강 마스터플랜, 사대문 안 서울구조개혁, 새만금 개발 대안론, 황해도시공동체안까지 설계 스케치와 각종 도면을 통해 그 계획안의 얼개와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이를 읽다보면 먼저 드는 생각이 그 실험적인 상상력의 놀라움이다. 도시라는 큰 기계의 세밀한 작동 방식에 대한 고려가 놀랍고, 또 그것의 현재 꼴과 비겨 예상대로 된 것과 예상을 벗어난 것의 차이와 효과가 놀랍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김석철 선생의 작업을 엿보면서 현실의 벽을 밀어제치는 힘, 공학적 타당성에 대한 엄밀한 검증, 개발과 보존 사이의 균형 감각을 덤으로 하여, 현재 지금 우리가 거니는 도시의 속도와 너비, 주거의 형편과 효율, 삶의 시간과 공간의 역사, 그리고 환경의 조건에 대해 되돌아보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랐다. 더불어 청계천 재개발과 새만금 간척사업 등 생활의 지각과 공간 인식에 큰 영향을 끼치는 ‘사건’에 대한 중요한 참조가 되리라 기대하였다. 값비싼데다가, 다소 전문적으로 비쳐졌는지 아쉽게도 이 책은 그리 많지 않은 독자들을 만났다. 선생에게는 좀더 튼튼한 집(책)을 지어드리지 못한 아쉬움이, 독자들께는 ‘살 만한 공간’에 대한 생각을 나눌 자리를 내어드리지 못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김수한/생각의나무 출판사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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