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2.25 16:37
수정 : 2005.02.25 16:37
전교조 사태를 다룬 장편소설 <언제나 시작은 눈물로>의 작가 이성아(45)씨가 첫 소설집 <절정>(이룸)을 펴냈다. 1998년 이후 발표한 단편 아홉이 묶였다.
소설집은 전체적으로, 80년대를 뜨겁게 통과해 이제 40대에 이른 인물들이 결혼제도의 불합리에 직면해 흔들리는 양상을 다루고 있다. 많은 경우에 80년대적 가치와 결혼제도는 동시적 회의의 대상이 된다. 여성으로서, 그리고 역사적 존재로서 개인들에게 닥쳐온 정체성의 위기가 작가의 화두로 보인다.
“왜 우리 주위에는 이혼녀들밖에 없을까. 이혼녀들이 있으면 이혼남들도 있어야 할 거 아냐.”
영화 <델마와 루이스>를 연상시키는, 두 이혼녀의 승용차 여행을 그린 단편 <자유로운 여자들>에서 한 인물이 자문하듯 던진 질문은 결혼제도를 둘러싼 남성과 여성 사이의 불평등을 날카롭게 겨냥한다.
일본의 계급주의 소설 <게공선>의 작가 고바야시 다키지의 고향을 찾아 이념의 현재적 의미를 묻는 <삿뽀로 공산당>, 총련계 사촌의 한국 방문을 계기로 분단 현실을 곱씹는 <미오의 나라> 등이 사회성 짙은 작품들이라면, <고요한 밤 거룩한 밤>과 <신성한 집>은 가족 간의 사랑과 회한을 그리고 있다.
최재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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