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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07 16:34 수정 : 2005.01.07 16:34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

그리스 신화에서 프리기아의 미다스 왕은 손에 잡히는 것은 무엇이든 황금으로 변하게 하는 마법의 손을 가진 사람이다. 그에게는 손 말고도 기이한 신체 부위가 있었는데, 당나귀 귀처럼 털이 난 커다란 귀였다. 그것을 이발사만 알고 있었다. 이와 똑같은 이야기가 <삼국유사>에 실려 있다. 신라 제46대 경문왕(재위 861~875)의 귀가 당나귀 귀처럼 컸는데, 임금의 두건을 만드는 복두장이만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늙어 죽게 된 복두장이는 그 비밀을 도림사 대나무 숲에서 털어놓았다. 그때부터 바람이 불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이 설화의 주인공 경문왕은 도대체 어떤 임금이었을까? 고대사 연구자 조범한·문왕씨가 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는 이 신체적 기밀의 소유자를 역사의 현장으로 불러내는 책이다. 전해 내려오는 설화를 <삼국사기> <삼국유사> 등의 역사서와 얽어 경문왕의 진실을 추적하는 것이다. 경문왕에게는 ‘당나귀 귀’ 설화 외에 다른 설화가 딸려 다닌다. 왕이 된 뒤 경문왕이 항상 뱀 여러 마리와 함께 잠을 잤다는 설화가 그것이다.

이 책은 그 설화들이 품고 있는 진실이 무엇인지를 자료의 숲을 헤치며 역사적 상상력을 동원해 추적한다. 그 추적을 통해 경문왕은 신라의 부흥을 꾀한 강력한 개혁 군주로 나타난다. 신라는 경문왕 대에 이르러 붕괴의 조짐이 여기저기서 드러나기 시작했는데, 경문왕은 그 쇠락을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발버둥쳤던 임금이다. 그는 기득권 세력인 진골귀족에 맞서 육두품·화랑·승려 세력을 지지기반으로 삼았는데, 그것이 설화 속의 뱀으로 표현됐다고 이 책은 해석한다. 그렇다면 ‘당나귀 귀’ 설화는? <삼국유사>는 아무런 대답을 내놓고 있지 않지만, 강력한 독재를 통해 개혁을 관철하려 했던 경문왕에 대한 사람들의 두려움이 그 설화를 낳았을 것으로 이 책은 추측한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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