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한 그릇의 행복 물 한 그릇의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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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올린 엽서 묶어 애시당초 책으로 펴내려고 보낸 엽서는 아니었다고 한다. 살다보면 편지 쓰고 싶은 날이 있기 마련이고, 판화가 이철수씨도 그랬다. “편지 쓰고 싶은 날이 많아서, 편지 받고 싶은 날이 많아서” 어느날 저녁 문득 직접 손글씨로 받는 이가 따로 없는 엽서를 썼다. 그저 마음 한 조각을 담은 짧은 편지였다. 마음 ‘안에 있는 그리움’이 그를 부추겼던 모양이다. 쓰기는 했지만 붙일 곳 없어 흐르는 물결에 던졌다던 피천득 시인처럼, 그도 엽서를 물결에 둥실 띄워 보냈다. 강물 대신 인터넷이란 물결 위에 실어서. 그냥 한 번 그러면 좋을 것 같아서 그랬을 뿐인데, 그 뒤로도 엽서를 쓰게 됐다. 일 마친 저녁, 짬을 내 엽서를 쓰고 자신의 인터넷집(mokpan.com) 손님들에게 부치는 것으로 하루를 마감하는 날이 잦아졌다. 그리고 엽서에는 ‘나뭇잎 편지’란 이름도 붙였다. 그렇게 띄엄띄엄 보내기 시작한 엽서가 차츰 그에게 일기 같은 것이 됐다. 지난 2년 동안 이씨는 거의 매일 엽서를 써왔다. 꾸밀 것도 없고, 감출 것도 없이 마음가는 대로 쓸 뿐인데 사람들은 오히려 그래서 더 열광했다. 그의 엽서를 받아보는 이가 이제 1만명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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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번 책이 지금까지 나온 이씨의 책 가운데 이씨 자신의 모습이 가장 많이 드러난 책이란 점도 이씨의 팬들에겐 흥미로울 듯하다. 그의 작품이 달력부터 컴퓨터 화면 보호기까지 여러 곳에서 널리 활용될 정도로 인기 높아도 정작 이철수 개인의 삶은 대중들에게 그리 알려진 편은 아니었다. 자신을 알리기보다는 숨기는 걸 좋아하는 그의 성정 탓인데, 엽서에는 충북 제천의 한적한 시골에서 농사지으며 살아가는 그의 모습이 오롯이 담겨 있다. 자신을 드러내기를 꺼리는 그의 마음이 변한 것일까. 그는 “책 낼 것이 아니었는데 책으로 나와 면구스럽다”며 그런 것은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 다만 “이제는 꾸미거나 목적에 따른 말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진심을 다해 이야기하는 관계를 세상과 맺어야 할 때가 된 듯하다”는 말은 덧붙였다. ‘나뭇잎 엽서’는 바로 그런 관계맺기의 한 방편이라고 한다. “그동안 ‘엽서 읽어 보세요’ 하는 마음보다는 ‘당신도 엽서 한 장 써보세요’ 하는 심정으로 엽서를 쓰고 부쳤습니다. 살면서 좋은 일 자주 있으시기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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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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