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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3.11 18:50 수정 : 2005.03.11 18:50

김선자의 중국신화 이야기

별로 많지 않은 직원으로 한 해 25종 이상씩 펴내는 다품종 소량생산의 환경에 있는 우리 같은 출판사에서 사실 ‘아까운 책’은 그저 잠시 동안의 아쉬움으로 끝나기 마련이다. 촘촘히 잡혀 있는 출간 일정상 모든 관심은 나올 책을 위한 준비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예외적으로 오랜 기간 준비하고 노력했기 때문인지, 아직도 마음 속에 진한 아쉬움으로 남는 책이 있다. 다름 아닌 <김선자의 중국신화 이야기>다. 원고 기획에서 출간까지 약 2년 반이 걸린 이 책은 편집자로서의 나에게 한계와 동시에 가능성을 일깨워주었다.

지은이 김선자 선생을 처음 만난 때는 2001년 여름이었다. 당시 나는 출판팀과 함께 사이버 강좌를 위한 콘텐츠 제작팀을 맡고 있었는데, <중국신화의 이해>라는 강좌 촬영 건으로 저자를 처음 스튜디오에서 마주하게 되었다. 단아한 외모도 인상적이었지만, 촬영 내내 보여준 신화에 관한 해박한 지식과 열정은 매우 강렬하게 다가왔다. “중국신화는 신화 독서 시장에서 아직 커다란 공백으로 남아 있는데, 이 정도 저자의 역량이라면 중국신화에 대한 좋은 책을 만들 수 있겠구나. 잘 만들어 신화에 대한 관심을 과감하게 동양 쪽으로…, 그리고 이 참에 우리 회사에 붙은 학술전문출판사의 딱지를 과감히 떼보자.” 내심 이런 커다란 희망을 안고 수차례 지은이를 만나 책 출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2년 반의 노력, 때를 잘못 만난걸까

결국 처음 선보이는 중국신화를 ‘이야기’로 구성하는 것으로 매듭짓고, 세부적인 기획방침을 확정했다. 일반인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스타일로 중국신화만의 독특한 재미를 잘 살릴 것, 서양신화에 익숙한 독자들을 위해 중국신화와 관련한 역사, 문화적 배경과 특히 비교신화적 해설을 첨가해 줄 것, 신화에 담긴 현재성과 가치를 언급해줄 것 등등. 바쁜 강의일정에도 불구하고 지은이는 편집부의 기획의도를 넘어서는 좋은 원고를 틈틈이 보내주었다. 하지만 편집 쪽이 문제였다. 각 장에서 요구되는 엄청난 양의 도판을 수집·정리하는 일이 만만치 않았고, 편집에도 처음 의도한 것보다 굉장히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그러면서 1년여의 시간이 지났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생각에 먼저 첫번째 권을, 그리고 2개월 후 두번째 권을 출간했다.


출간 후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매우 어려운 국면들이 찾아왔다. 1권이 출간된 직후에 <정재서 교수의 이야기 동양신화>라는 책(이 책 역시 장점이 많은 책이라 생각하며, 두 책 모두 중국신화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환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길 바란다)이 출간되었고, 2권 출간 때에는 중국의 동북공정과 고구려사 왜곡 문제와 맞물려 언론보도가 중국의 ‘신화의 역사화’라는 테마에만 관심이 집중되었다. 상대적으로 ‘이야기로서의 중국신화’에 대한 관심이 가려지게 된 것이다. 출간 준비 과정뿐만 아니라 출간 시점, 출간 후속작업 등 두고두고 많은 아쉬움이 남게 되었다.

애초에 나는 신화에 대한 관심이 적었다. 논리적 사고를 중시하는 편은 아니지만, 어쨌든 신화에는 현실적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변화의 계기가 결여되어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무지에서 비롯된 나의 편견을 말끔히 씻어주었다. 특히 지은이가 강조하는 다양성과 차이를 존중하는 공존의 세계관과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은 현실의 고단한 삶 가운데 있는 우리에게 신화가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 잘 알려주고 있다. 이 책은 중국신화에 대한 단언적 분석을 삼가면서, 신화에 대한 정제된 안목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되도록 그 여백이 독자들의 풍부한 상상력으로 메워질 수 있길 간절히 기대한다. 정연재/아카넷 출판사 출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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