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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가장 행복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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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탄도 슬퍼도 말라 변하는 건 겉모습일 뿐 인생은 언제나 전성기임을” %%990002%% 나이 듦은 분명히 “해가 갈수록 크리스마스가 점점 더 싫어지는 것”이기도 하며, 일명 ‘안경 찾아 삼만리’라는 한가지 운동밖에 못하는 현실일 수도 있다. 또는 후손 숫자가 친구 숫자를 추월하는 것, 젊은 애들이 전혀 신경쓰이지 않는 존재가 되어 투명인간처럼 취급당하는 것, 점점 심술과 심통이 늘어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에 등장하는 ‘선험자’들은 “많은 것이 변하지만, 더 많은 것이 그대로 남는다”는 프랑스 속담이 노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강조한다. 이상하게도 현재의 나이란 것은 항상 받아들일 만하며, 나이 들어 유일하게 줄어드는 것은 성생활뿐, 겉모습은 변해도 사라지지 않는 내적 모습이 주는 만족감은 여전히 생생하다고 귀띔한다. 게다가 나이가 들어 더 좋아지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고 역설한다. 역시 세계적 동화작가인 레이몬드 브리그스는 “젊었을 때는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축복들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 점점 더 커진다”고 말한다. 사람은 저마다의 가치관대로 노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소포클레스가 아흔이 다돼서 최고의 작품을 썼다는 교훈을 따르며 맞을 수도 있고, 더이상 야망을 가질 필요 없으니 분명한 현실 앞에서 버티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으로 맞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시간은 나이가 들수록 빨라진다는 것이다. 영국 작가 헨리 오스틴 도브슨처럼 “시간은 머물러 있는 것, 흐르는 것은 우리인 것을”이라고 푸념할 수는 있어도, 셰익스피어가 희곡 <리처드 2세>에서 말한 것처럼 “지금까지는 내가 시간을 함부로 썼는데, 이제 시간이 나를 함부로 대하네”라고 탄식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인생이란 언제나 전성기이기 때문이다. 영국 작가 피어스 브랜던이 말했듯 “생명없는 화석보다는 노망 든 노인네가 더 났다”. 그것은 “아무리 모양새가 우스워져도, 그 부조리함을 웃어 줄 수는 있”기 때문이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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