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1.14 16:34 수정 : 2005.01.14 16:34

악마의 끈

철조망 처진 인간세상 꿰뚤어 보기

베트남전을 갈무리했던 파리 평화조약 3돌을 기리는 행사(1976년경, 오하이오의 콜럼버스) 복판에 기념 조형물이 섰다. 인간의 모습을 띤 철조망이었다. 보이는대로 전쟁 포로를 뜻하는 것이었지만, 이미 이데올로기의 폭력과 슬픔을 넘어서며 인간의 보편적 고통을 드러내고 있다.

철조망은 나와 너를 철저히 구분한다는 소위 ‘나너주의’를 전제로 한다. 지배와 소유라는 영역 다툼의 도구다. 원래 프랑스 울타리였던 게 미 서부개척시대에 보편화된 건 그 본성을 잘 드러내는 일. “어슬렁대는 야만인들의 수준을 뛰어넘어 문명사회로 접어든 곳일수록 … 울타리의 혜택은 바로 나타난다. … 울타리는 철조망에 맡기시라.” 1880년대 거의 독점적으로 철조망을 생산하며 어마어마한 수익을 올린 워시번·모언 제조회사의 광고 내용이다.

책은 철조망이라는 코드를 통해 세상을 꿰뚫어 보려한다. 1874년 미국의 농군, 조지프 글리든이 철조망으로 처음 명실상부한 상품 특허를 받은 이래, 시대를 거듭하며 철조망의 속성과 함의가 정치, 문화, 사회적으로 어떻게 확대되고 변이했는지 살펴본다. 인간(문명) 대 짐승(자연)의 대결수단이 인간 대 인간의 대결기제로 칡뿌리처럼 확대되기 이전, 아메리칸 원주민들은 철조망을 두고 ‘악마의 밧줄’이라 불렀다. 책 속 여러 삽화와 사진이 이해를 돕는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빛과 침묵으로 읽어낸 우리 건축물

%%990002%%

우리 전통 건축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무엇이라고 하면 좋을까? 실내 디자이너이자 현대적인 불교건축물을 여럿 설계한 건축가인 김개천 국민대 교수는 ‘명묵의 건축’이란 독창적인 개념을 제시한다. 말뜻 그대로 하면 ‘밝은 침묵의 건축’이다. 아침햇살 같은 빛으로 이룩한 건축, 그러면서도 초연한 침묵을 연상시키는 과묵한 건축이라는 것이다.

이런 관점을 바탕으로 지은이는 전통 건축물의 걸작으로 꼽히는 24개 주요 건축물에 대해 ‘깊이 읽기’에 나섰다. 지은이는 우리 건축은 전통 사상의 고갱이를 그대로 담고 있는 이념의 구현체로, 단순한 집이 아니라 자연과 우주의 원리와 합일하는 경지를 추구했으며, 그래서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는 것을 넘어 자연의 경지를 이룬 인문세계를 보태려 했던 결과물이라고 강조한다. 때문에 이처럼 서양 건축과는 전혀 다른 조형의도로 지어진 전통 건축을 읽기 위해서는 동양적 사고방식에 대한 근본적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한다. 유불선을 넘나드는 다양한 동양철학의 개념을 통해 지은이는 평상심의 세계와 신성의 세계를 동시에 이룩한 세계라는 것이 바로 우리 건축의 특징이라고 결론짓는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제국주의, 영국의 여성성을 내몰다

%%990003%%

19세기 ‘해가 지지 않는 나라’인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숨진 1901년, 전 세계 인구의 1/4가 영국의 깃발 아래 있었다. 이처럼 거대한 영국의 제국주의가 식민 국가들에 미친 영향은 다각도에서 분석돼왔지만, 제국주의가 영국 본토에 끼친 영향을 깊이 짚어본 작업은 드물었다. 책은 영국의 남성성이 자생한 게 아닌, 식민 국가에 덧씌운 ‘여성성’과의 대립 관계에서 역학적으로 형성되었다고 전제한다. 물론 그 남성성은 국가 내부에서 강화되고 있던 남성과 여성의 ‘구별짓기’와도 연접한다. 빅토리아 시대는 공적 기능의 남성, 가정이라는 사적 영역에 묶인 여성의 이미지를 대비시켜 국민들에게 주입, 성역할을 달리 해왔다. 산업혁명을 거치며 대두한 중간계급이 기존의 지배 엘리트를 부패하고 여성처럼 허약하다며 비난하고, 강하고 독립적인 자신들이 제국시대에 적합하다고 선전한다. 여성성이 더더욱 주변부로 내몰리고, 가치가 폄훼된 건 당연하다.

책에선 에드워드 사이드, 호미 바바, 가야트리 스피박 등의 탈식민주의 담론이 분석틀이 됨은 물론, 페미니즘과 문학 텍스트를 통한 고찰까지 섬세하게 이뤄지고 있다. 각기 영문학과 역사를 한 대학에서 가르치는 두 지은이의 울력 덕택이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