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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14 16:47 수정 : 2005.01.14 16:47

곰이 성공하는 나라 \

동문회·종친회 집착하는
한국인 정체성은 무얼까?
인지·지자 유형 연구통해
우리삶 고갱이 회복 제시

일단 세상 사람들을 ‘범 같은 사람’과 ‘곰 같은 사람’으로 나눌 수 있다고 치자. 그리고 문제를 풀어보자. 문제는 “다음중 누가 가장 ‘곰 같은 사람’일까?”다. 아래 4개의 보기에서 각각 가장 ‘곰’ 같은 이미지의 사람을 골라보자. 보기1: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보기2: 김영삼, 김대중. 보기3: 김대중, 이회창. 보기4: 노무현, 이회창.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대체로 답은 맨 앞의 인물이 아닐까? 그리고 이 보기는 눈치챘겠지만, 지난 1987년 이후 역대 대통령 선거 후보들이다. 역대 대통령 선거의 결과에 비춰 볼 때 결국 대한민국은 ‘곰 형’ 지도자를 선호했다고 볼 수 있다. 동양철학자 이기동 교수(성균관대 유학·동양학부)는 한국이 이처럼 ‘곰 같은 스타일이 성공하는 나라’라는 점이 바로 한국의 특성을 대변한다고 본다. 오랫 동안 한국인의 정체성에 대해 천착해온 이 교수는 그가 도출한 나름의 견해를 종합해 최근 책으로 펴냈다. 바로 <곰이 성공하는 나라>다.

지은이는 우선 인간의 유형을 지자와 인자로 나눴던 공자의 분류에서 착안해 ‘지(知)의 문화’와 ‘인(仁)의 문화’로 나눈다. 그리고 이 ‘지의 문화’는 마치 따로 따로 서있는 대나무와 같고, ‘인의 문화’는 겉으로는 따로 서 있어도 땅속에서는 뿌리가 하나로 연결된 대나무와 같다고 설명한다. ‘지의 문화’에서는 모든 존재를 각각 구별되는 개체적 존재로 인식하며, ‘인의 문화’는 사람은 물론 주변의 자연까지 모두 다 같다는 만물일체사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바로 이 ‘인의 문화’에 속한다고 본다. 크게는 서양이 ‘지의 문화’, 동양이 ‘인의 문화’로 볼 수 있겠지만 같은 동양이라도 일본은 ‘지의 문화’ 그룹이며, 중국은 그 중간 성향이라고 구분한다.

이런 ‘지의 문화’는 불안감이 정서 밑바닥에 깔려있고 그래서 삶의 방식을 투쟁으로 보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까닭에 ‘너죽고 나죽기’식의 투쟁을 벌이는 경향이 강하며, 힘의 차이가 현격하면 종속관계를 맺는 것으로 생존을 추구한다. 또한 경쟁지향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사회문화에 따라 규칙과 법의 가치를 매우 중시한다. 단군신화를 차용하면 곧 ‘범같은 사람’들이다.

반면 한국이 속한 ‘인의 문화’는 ‘함께 살기’를 추구하며 ‘뿌리의식’이 강하다. 한국인의 마음의 뿌리는 ‘마음’이고, 마음 중에서도 뿌리에 해당하는 깊은 마음의 세계를 지향한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영원하고 무한한 마음을 ‘하늘’로 보는 인내천 사상이 생겨났고, 근원적 마음을 찾는 종교와 철학에 대해 관심이 많다. ‘곰 같은 사람’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특성에 따라 한국인들은 경쟁보다는 ‘하나되기’를 지향하고 그래서 동문회·종친회 등에 집착한다고 지은이는 본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자존심을 상하게 해 모두가 하나되는 즐거움을 막는 ‘똑똑한 사람’ 곧 ‘범같은 사람’을 싫어하는 것이다.


지은이는 이런 한국인의 특성에 따른 단점을 극복하려면 한국인의 정체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그 성정에 맞는 방법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한다. 곧 지금 세상을 주도하는 ‘지의 문화’를 맹목적으로 좇는 바람에 우리가 잃어버린 우리의 고갱이인 ‘인’의 삶을 회복하는 것이다. 그 방법은 ‘변하는 마음’을 버리고 ‘변치않는 마음’을 따르며, 유학에서 말하는 ‘경’과 ‘의’ 개념의 재확립이라고 제안하고 있다. 정통 유학자인 지은이가 오히려 민족주의적으로 보일 정도로 동아시아 보편의 동양철학보다는 한국 전통사상의 우수성을 내세우는 점이 특히 눈길을 끈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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