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1.14 18:14 수정 : 2005.01.14 18:14

거북선 \

베일속 거북선 역사추적
과학적 상상력 살점입혀
400여년만에 뱃속 공개!

임진왜란 당시 조선 수군이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이 거북선 덕분이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이처럼 위력이 대단했던 거북선은 과연 당시 몇척이나 있었을까? 적어도 기록에 따르면 이순신 장군이 직접 전투를 이끌던 당시 그의 휘하에 있었던 거북선은 겨우 세 척 뿐이었다.

우리는 거북선에 대해 너무나 친숙하고 그래서 잘 아는듯 하지만 사실 거북선은 그 실체가 알려지지 않은 수수께끼 같은 배다. 거북선이 어떻게 생겼는지, 단 세척만으로도 어떻게 그리 엄청난 성과를 낼 수 있었는지 아무것도 알려진 바가 없다. 그토록 그 이름이 유명한데도 그 실체는 미지에 쌓여있는 것이다.

신화가 된 이 미지의 배를 역사로 되살리는 시도를 담은 독특한 ‘보는 책’이 나왔다. 일러스트레이터 김정진씨가 이 미지의 거북선의 모습을 복원하고 다큐멘터리 작가 남경완씨가 거북선에 대해 취재해 구성한 새 책 <거북선>은 이 미지의 전함의 실체를 추적하는 ‘다큐멘터리 책’이자 책으로 된 거대한 ‘복원도’다.

지은이들은 ‘과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거북선의 모습을 되살리는 작업에 도전했다. 거북선을 유추하는 단서는 일단 역사적 사실들이다. 책은 거북선의 비밀이, 이 전투함의 성능이 그 ‘내부 구조’에서 나왔을 것으로 보고 내부구조로부터 추리를 시작해나간다.

7년 전쟁 동안 조선 바다에 적합한 학익진이 더욱 위력을 발휘했던 것이 바로 거북선 덕분이었다. 거북선은 배끼리 맞부닥쳐 수군끼리 해상에서 육박전으로 백병전을 펼치는 것이 주전법이었던 일본 수군이 조선 수군에 접근하기도 전에 지휘선을 박살내는 돌격선이었다. 거북선에게 지휘선을 잃은 일본군은 지리멸렬 참패하기 일쑤였다. 이는 거북선이 그만큼 기동성과 공격력이란 두가지 기능을 최대화할 수 있게 설계되었다는 뜻일 것이다.

그래서 지은이들은 거북선이 흔히 알려진대로 2층구조가 아니라 3층구조라고 예상한다. 기동성을 좌우하는 노와 공격력의 핵심인 포가 2층에 함께 놓여있으면 노를 젓는 것과 포를 쏘는 것을 동시에 빨리하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1층은 주거 공간 밑 창고 공간이며, 2층은 노꾼과 활쏘는 사수가 배치되어 기동력을 최대한 살리며, 3층은 화포를 설치해 공격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짜여졌을 것이란 예상이다. 지은이들은 이런 가설을 바탕으로 이전 조선 수군의 주력선이었던 판옥선의 구조가 어떻게 거북선으로 이어졌을지, 그리고 거북선의 주력무기는 무엇이며 어떻게 장착되었을지 추론해 하나하나 조립블럭을 맞추듯 종합해 복원했다.


또한 임진왜란 이후 거북선의 운명에 대해서도 파고들어간다. 전쟁 이후 200여년 동안 계속해서 만들어졌던 거북선은 진화를 거듭해 더 뚱뚱해지고 그 생김새도 ‘업그레이드’ 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왜 거북선이 사라졌는지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는다. 1817년을 마지막으로 공식기록에서 거북선은 사라진다.

책은 거북선이 단순히 이순신이란 한 사람이 만들어낸 천재적 발명품이 아니라 민족 전체의 생존 지혜가 탄생시킨 구국의 전함이라고 본다. 고려시대 이후 대외무역과 해적방어 속에서 발전시킨 조선술과 항해술, 왜구격퇴용 화약 무기가 하나가 되어 조선조 판옥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결정체가 바로 거북선이란 것이다. 거북선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 않았던 것이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