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선
\
|
과학적 상상력 살점입혀
400여년만에 뱃속 공개! 임진왜란 당시 조선 수군이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이 거북선 덕분이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이처럼 위력이 대단했던 거북선은 과연 당시 몇척이나 있었을까? 적어도 기록에 따르면 이순신 장군이 직접 전투를 이끌던 당시 그의 휘하에 있었던 거북선은 겨우 세 척 뿐이었다. 우리는 거북선에 대해 너무나 친숙하고 그래서 잘 아는듯 하지만 사실 거북선은 그 실체가 알려지지 않은 수수께끼 같은 배다. 거북선이 어떻게 생겼는지, 단 세척만으로도 어떻게 그리 엄청난 성과를 낼 수 있었는지 아무것도 알려진 바가 없다. 그토록 그 이름이 유명한데도 그 실체는 미지에 쌓여있는 것이다. 신화가 된 이 미지의 배를 역사로 되살리는 시도를 담은 독특한 ‘보는 책’이 나왔다. 일러스트레이터 김정진씨가 이 미지의 거북선의 모습을 복원하고 다큐멘터리 작가 남경완씨가 거북선에 대해 취재해 구성한 새 책 <거북선>은 이 미지의 전함의 실체를 추적하는 ‘다큐멘터리 책’이자 책으로 된 거대한 ‘복원도’다. 지은이들은 ‘과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거북선의 모습을 되살리는 작업에 도전했다. 거북선을 유추하는 단서는 일단 역사적 사실들이다. 책은 거북선의 비밀이, 이 전투함의 성능이 그 ‘내부 구조’에서 나왔을 것으로 보고 내부구조로부터 추리를 시작해나간다. 7년 전쟁 동안 조선 바다에 적합한 학익진이 더욱 위력을 발휘했던 것이 바로 거북선 덕분이었다. 거북선은 배끼리 맞부닥쳐 수군끼리 해상에서 육박전으로 백병전을 펼치는 것이 주전법이었던 일본 수군이 조선 수군에 접근하기도 전에 지휘선을 박살내는 돌격선이었다. 거북선에게 지휘선을 잃은 일본군은 지리멸렬 참패하기 일쑤였다. 이는 거북선이 그만큼 기동성과 공격력이란 두가지 기능을 최대화할 수 있게 설계되었다는 뜻일 것이다.
|
||||
또한 임진왜란 이후 거북선의 운명에 대해서도 파고들어간다. 전쟁 이후 200여년 동안 계속해서 만들어졌던 거북선은 진화를 거듭해 더 뚱뚱해지고 그 생김새도 ‘업그레이드’ 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왜 거북선이 사라졌는지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는다. 1817년을 마지막으로 공식기록에서 거북선은 사라진다. 책은 거북선이 단순히 이순신이란 한 사람이 만들어낸 천재적 발명품이 아니라 민족 전체의 생존 지혜가 탄생시킨 구국의 전함이라고 본다. 고려시대 이후 대외무역과 해적방어 속에서 발전시킨 조선술과 항해술, 왜구격퇴용 화약 무기가 하나가 되어 조선조 판옥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결정체가 바로 거북선이란 것이다. 거북선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 않았던 것이다.
|
||||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