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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14 18:29 수정 : 2005.01.14 18:29

네그리 제국론이 이론 토대
컴퓨터화·디지털화 통한
지식정보사회 착취양식에선
다중 소통능력도 함께 발전
새 저항 창출할 원동력 돼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레닌주의적 혁명의 기획이 현실 사회주의의 파산으로 좌절한 뒤, 레닌주의 노선과 구별되는 다양한 형태의 반자본주의적 저항의 담론과 실천이 솟아올랐다. 이탈리아 노동운동에서 발원한 자율주의(아우토노미아)는 여러 비레닌주의적 좌파운동 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영향력을 키워가는 운동이다. 새천년 벽두에 출간된 안토니오 네그리(오른쪽 사진)와 마이클 하트의 〈제국〉이 던진 충격이 이 운동의 확산을 도왔다.

국내에서 네그리의 이론과 자율주의 담론을 가장 열심히 전파하는 사람은 조정환(48·왼쪽)씨다. 그는 〈지구제국〉 〈21세기 스파르타쿠스〉 같은 저서를 통해 네그리의 제국론을 비롯한 자율주의 담론을 소개해 왔다. 특히 〈아우또노미아〉는 네그리의 사상을 집중적으로 파고든 저작이다. 조정환씨의 새 저서 〈제국기계 비판〉은 전작 〈아우또노미아〉에서 펼친 생각에 기초해 그 생각을 좀더 앞으로 진전시키는 책이다.

지은이가 기대고 있는 네그리와 하트의 〈제국〉은 새로 등장한 세계체제의 윤곽을 그리고, 그 체제에 대항하는 저항의 주체를 찾는 책이다. 네그리의 기본 가정은 자본주의가 20세기 후반을 거치면서 근대적 체제에서 탈근대적 체제로 이행했다는 것이다.

근대가 국민국가(민족국가) 단위의 자본주의 체제를 가리킨다면, 탈근대는 자본주의가 국민국가 단위를 넘어 지구적 차원에서 ‘제국’을 형성한 상태를 지칭한다. 네그리에게 제국은 제국주의와 명백히 구별된다. 제국주의는 국민국가가 외부로 확장된 것이며, 근대적 제국주의 세계체제는 이 확장된 국민국가들의 경쟁 체제를 지칭한다.

그러나 네그리가 그려 보이는 ‘제국’은 특정 국민국가와 같은 권력중심이 없다. 국민국가들은 제국이라는 지구적 차원의 자본주의 네트워크 속의 하부 단위를 구성할 뿐, 독자성을 지닌 집합적 주체가 아니다.

이 제국의 네트워크가 지구를 통째로 포섭하고 있기 때문에 제국에는 외부가 따로 없다. 개척할 식민지도 없고, 발견할 신대륙도 없다. 중심도 없고 외부도 없는 전지구적 지배장치가 제국이다. 이 지구 제국 속에서 그 제국에 저항하고 대안을 만들어낼 주체가 생겨나는데, 네그리는 그 주체를 일컬어 ‘다중’이라고 이름붙인다. 다중이란 근대 제국주의 시대의 저항의 주체인 ‘민중’을 대체한 말이다. 자율적인 개체의 민주적 연대인 다중은 이 ‘제국 기계’를 해체해 새로운 사회를 창출할 수 있다고 네그리는 본다.


〈제국기계 비판〉은 이 제국론에 기초해 그 제국의 새로운 착취 형식을 찾아내고, 다중의 성격을 좀더 분명히하려는 이론적 작업이다. 지은이는 카를 마르크스의 연구 가운데 ‘자본의 노동 포섭’ 부분에 주의를 집중한다.

마르크스는 자본이 노동을 포섭하는 방식으로 ‘형식적 포섭’과 ‘실제적 포섭’ 두 가지를 들고 있는데, 형식적 포섭이 공장에 노동자를 가둬두는 것을 말한다면, 실제적 포섭은 그 노동자들을 기계의 부품으로 만드는 것이다. 지은이는 탈근대 사회에 이르러 이제 새로운 포섭이 시작됐다고 말하며, 그 포섭에 ‘가상실효적(버추얼) 포섭’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이전의 노동이 물질생산적 노동이었던 데 반해, 이 가상실효적 포섭 상태에서 자본은 컴퓨터화·디지털화를 통해 인간의 지적·정신적·정서적 능력을 착취한다. 말하자면 지식정보사회의 착취 양식이 가상실효적 포섭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를테면, 지구 제국은 그 포섭 양식을 지배적 착취 양식으로 삼는다. 그러나 지은이가 보기에 이 포섭 양식은 동시에 다중의 역량이 증폭한 결과이기도 하다. 다중은 이 포섭 양식 속에서 오히려 소통 능력을 키울 수 있으며 전 지구적 차원에서 새로운 저항을 창출할 수 있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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