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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산업사회의 삶을 형상화한 발군의 작가로 추앙되기도 했고, 또 때로는 소비사회와 포스트모더니즘의 휘황한 광휘를 교묘하게 이용했을 뿐인 작가로 폄하되기도 했다.” 소설가 구광본씨가 동료 작가 장정일(43)을 두고 한 말이다. 1980년대부터 엄숙한 문학 세계에서 ‘불온한 문학’을 선보이며 사회 파장의 한 진원으로 매김한 것은 명백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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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집 <생각>(행복한책읽기)은 말 그대로 생각의 편린들과 지난날 신문에 연재했던 영화평, 시사 칼럼 따위를 모은 것이다. 단상들을 묶어둔 ‘아무 뜻도 없어요’는 비문학적 말걸기의 연장이다. 이미 <장정일 화두, 혹은 코드>(2001년)에서 같은 소제목으로 엮였던 것도 다시 실었다. 하지만 이렇게 확장된 단상들의 모음은 21세기 장정일의 문학·사회적 궤적과 견해를 고스란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사회질서에 극도로 순응”하는 징후라며 아침형 인간 신드롬을 비판하고, 휴대폰 신호 음악을 통해 소음과 음악을 구분짓기도 한다. 2류 연예인들의 누드 열풍에 견줘 애송시선집을 펴내는 2류 시인들의 안이함을 꼬집기도 한다. 촉수는 사회와 문학 세계 전반에 닿아 있다.
이처럼 작가의 비문학적 말걸기가 거듭 강화된 까닭은 뭘까. 작가는 지금이 “잠언의 의미를 잃어 가는 (복잡하고 반어적인) 시대” “그것이 전복되는” 시대라며 직접 화법에 무게를 둔다. 다만 ‘아무 뜻도 없어요’에서 엿보이는 소극성은 <내게 거짓말을 해봐> 등의 필화 사건이 가져다준 트라우마이겠지만, 누구보다 힘차게 비꼬며 통념과 다투겠다는 반어처럼 보이기도 한다. 물론 그 힘의 원천은 여전히 문학임을 확인해주고 있다. 책엔 빈부격차의 폭력성을 우화적으로 그린 ‘중단하고 말았던 소설의 몇 대목’도 실려 있고, 연작시 <검은 색 통굽 구두>도 처음 발표, 수록됐다. 그는 “호주머니가 하나도 없는” 집필복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작가’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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