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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21 17:23 수정 : 2005.01.21 17:23

새벽의 건설자들 \

잃어버린 관계를 되살리려
모인 이들이 살아가는 그곳

도시는 사람을 빨아들인다. 세계 곳곳에서 사람은 도시로, 도시로 향하고 있다. 그러나 그토록 많은 사람이 모인 도시속에서 사람들은 오히려 더욱 외로워지고 있다. 도시화로 상징되는 근대화는 모든 사람들이 군중속에서 원자화되는 과정이기도 했다. 아는 사람은 많아도 정말 가까운 친구는 줄어들고, 그 속에서 삶은 공허해진다. 그래서 개인들은 잃어버린 ‘관계’에 목말라 한다.

그런 갈증을 채우려는 사람들이 있다. 절대고독을 벗어나 함께 하는 삶을 직접 일구려는 이들이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아하는 것을 함께 하면서 좋아하는 가치를 공유하는 삶.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복원하고,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를 복원하는 삶. 그리고 영성을 추구하는 삶. 이런 삶을 함께 만드려는 이들이 모여 같이 살아가는 곳을 만드는 것이다. 근대화가 파괴한 뿌리로 돌아가 과거를 일깨우면서 더 나은 세계에 대한 비전을 보여 미래를 일깨우는 곳, 그 곳을 흔히 ‘공동체’라 부른다.

다양한 관점·해결책 실험
공동체 만들기 길라잡이

그 자신들이 직접 시리우스 공동체를 만든 미국의 공동체 운동가 코린 맥러플린과 고든 데이비드슨이 함께 지은 <새벽의 건설자들>은 공동체에 대한 충실한 안내서다. 공동체란 무엇이며, 그 역사는 어떤 것인지, 그리고 지금 현재 진행중인 다양한 공동체들은 어떤 곳이고 어떤 이념과 경제적 시스템을 추구하며 유지되고 있는지 세밀하게 살피고 있다. 지은이들은 계획공동체에서 23년 넘게 살아보고 100여곳의 공동체를 취재해 이 책을 썼다. 나온 지 꼭 20년이 됐고 미국 사례를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일반인들에게 생태공동체를 소개하는 책, 공동체를 실제 만드려는 이들을 위한 길잡이책으로는 여전히 첫손에 꼽히고 있다.

역사적으로 어느 시대에나 시대적 병폐에 대한 반응으로 등장하기 마련인 공동체는 동양의 아슈람 공동체와 서양의 수도원을 시작으로 해서 1800년대 유토피아 운동, 이스라엘의 키부츠 운동 등으로 이어졌다. 이후 서구의 공동체운동은 이후 1960년대의 히피 공동체와 코뮌을 거쳐 1980년대 이후 ‘뉴에이지’를 중심으로 하면서 다양하게 발전해왔다. 책은 이런 공동체의 역사를 훑은 뒤 최근 공동체 실험의 주류를 이루는 이 ‘뉴에이지 공동체’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뉴에이지’는 모든 존재의 뒤에 근원적 신성이 지배하고 있으므로 모든 존재가 하나이며 형제이고, 그래서 모든 존재안에 존재하는 신성을 찾아 꾸준히 수련하면 누구나 깨달음을 얻는다고 믿는 조류다.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생태적인 삶을 추구하며, 네트워크를 통해 사회적 실천을 행하려 하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미국 등 서구 공동체들 상당수가 이 흐름을 따르고 있다.



생태적인 삶과 사회적 실천
‘뉴에이지 공동체’집중 조명

세상 문제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관점이 다양한만큼 그 해결책으로 시도하는 공동체들의 종류 역시 그만큼 다양하다. 그래서 책이 소개하는 공동체들의 모습을 읽는 것은 분명 어딘가 잘못되어 있는데도 좀처럼 바꾸기 힘들어보이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실험을 만나는 것과도 같다. 비교적 널리 알려진 스코틀랜드의 핀드혼 공동체부터 영리 교육 법인과 노동자가 소유하는 협동조합이 특징인 시리우스 공동체, 비즈니스의 영적 가치를 중시하는 아난다 공동체, 공동체 토지신탁으로 공동체를 일구는 알바스트라, 신성한 아나키즘을 지향하는 오로빌, 성 평등과 공동육아를 중시하는 트윈 오크스, 땅과 농부의 영적이 관계를 중시하는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을 지키는 스프링밸리 공동체, 모든 종교의 조화를 보여주고자하는 요가빌, 생태건축 도시로 도시내 공동체를 지향하는 아르코 산티, 심지어 실업자 공동체까지…. 그 이념과 방법은 달라도, ‘미래를 위한 실험’이란 점에서 모든 공동체들은 다를 바 없다.

나무가 자라면 많은 이들이 나무 그늘에서 쉬게 된다. 그럼에도 정작 그 나무를 틔워낼 씨앗의 중요성을 사람들은 주목하지 않는다. 공동체는 분명 실험으로 이뤄낸 가치를 사회에 전파해 그 성과를 모두에게 나눠주는 씨앗과도 같다는 것을 책은 알려주고 있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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