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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26 19:32 수정 : 2005.01.26 19:32

“죽어 천성산의 전설이 될 것이 아니라 살아 청성산의 어미가 되소서”

생명을 건 지율 스님의 단식 농성을 방관하고 있던 조계종 총무원이 기도 형식으로 동참하기로 했다.

총무원은 27일부터 1주일을 ‘지율 스님과 생명 평화를 위한 성찰과 발원 기도 정진’ 기간으로 정해 서울 조계사 극락전에 서 철야 용맹정진 기도를 하기로 했다.

26일 현재 92일째 단식으로 지율 스님의 생명이 꺼져가는 데 대한 우려가 높아가던 참에 종단의 참여로 지율 스님의 단식도 새로운 전기를 맞을 것이란 기대가 높아가고 있다. 그동안 지율 스님은 환경단체와 종교계에서도 고립무원의 상태에 있었다. 천성산 터널공사를 중지한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 재검토로 변경된 뒤 재검토위원회에도 지율 스님 쪽이 제외되는 ‘파행’이 이런 사태를 불러왔다.

그 뒤 지율 스님의 단식 투쟁이 이어졌으나 부산 지역민들의 터널 찬성 여론에 환경운동단체와 종단 등 종교계마저 지율 스님을 외면하기에 이르렀다. 지율 스님이 목숨을 건 극적인 투쟁 방식을 택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청와대 앞 골방에서 단식하다 지난 21일 행방을 감춘 지율 스님의 건강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에야 종교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 고립무원의 처지에서 목숨을 건 단식을 하고 있는 지율 스님의 야윈 뒷모습(한겨레 자료사진). 오른쪽은 조계사 극락전에서 참회 단식중인 문규현 신부와 도법 스님 등 종교인들




조계종 환경위원회가 “정부당국의 무책임과 약속 위반에 대해 당사자들의 겸허한 반성과 솔직한 사과가 있어야 할 것”이라며 호소문을 냈고, 문규현 신부는 이날 ‘천성산’(cheonsung.com)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스님은 죽어 천성산의 전설이 될 것이 아니라 살아 천성산의 어미가 되어야 한다”며 단식을 풀 것을 간곡히 요청했다. 그럼에도 지율 스님이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에 도법 스님과 문 신부, 이동훈 신부, 양재성 목사 등이 조계사에서 ‘참회 단식’을 시작하고, 조계종 총무원장 법장 스님과 도법 스님이 이 문제를 놓고 대화하는 등 총무원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날 밤 농성장으로 지율 스님의 동생 조경자씨가 문 신부와 도법 스님을 찾아와 얘기를 나누고 돌아가고, 종단의 기도 참여 소식이 전해진 뒤 농성장의 어두운 분위기는 한결 밝아졌다.

글·사진 조연현 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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