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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의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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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교황청은 1942년 아우슈비츠에서 죽은 유대인 수녀 에디스 슈타인을 순교자로 시복한 데 이어 성인품에 올렸다. 그러나 슈타인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살해당하기 오래 전에 이미 같은 이유로 카톨릭 교직을 박탈당했다.“슈타인을 비롯한 유대인들이 나치의 광기 앞에 스러져 갈 때 당시 교황 비오 12세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슈타인은 역시 카톨릭으로 개종한 언니와 함께 형장으로 향하면서 “이제 우린 우리 민족을 위하여 떠나는군요”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말하자면 카톨릭은 스스로를 나치의 방관자가 아닌 희생자로 둔갑시키기 위해 슈타인의 죽음을 가로챈 것이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미국의 역사학 교수이자 독실한 카톨릭 신자가 쓴 <교황의 죄>는 교황으로 상징되는 카톨릭의 역사상의 죄과와 교의상의 잘못을 신랄하게 꼬집는다. 지은이는 교회 직무에서 여성을 배제하며 사제의 독신을 강요하고 동성애와 피임 등에 관한 비현실적 교리를 고집하는 것 등이 성서의 가르침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과거의 잘못된 가르침을 반성하고 바로잡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과잉 신화화된 게바라 바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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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는 현대의 영웅이며, 그의 삶은 현대의 신화다. 장폴 사르트르가 헌정한 “20세기의 가장 완전한 인간”이란 말은 그 신화에 아우라를 부여했다. <체 게바라와 쿠바 혁명>은 게바라에게 부여된 이 과잉 신화화를 제어하려고 쓴 책이다. 지은이는 게바라를 신화적 영웅으로 만드는 요소들을 하나하나 불러내 사실 관계를 따지고 평가의 시비를 가린다. 가령, 게바라는 스스로를 마르크스주의자라고 말했지만, 그의 게릴라 전술은 대중조직이나 노동자 권력이라는 마르크스주의의 핵심 명제와는 동떨어진 것이었다. 게바라는 무기를 들고 투쟁하는 사람들만을 혁명의 주체로 인정했으며, 일반 민중은 전사를 공급하고 그 전사들을 지지하는 혁명의 주변인으로 인식했다. 지은이는 피델 카스트로가 쿠바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대중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수단으로 게바라 영웅화를 자극했음을 지적한다. 게바라를 역사와 무관한 박제된 이미지로 만들어 판매하는 사람들에 의해 게바라가 착취당하고 있음도 강조한다. 동시에 지은이는 게바라가 더 좋은, 더 인간적인, 더 정의롭고 평등한 세계를 갈망하는 사람들의 표상이 되는 과정에도 주의를 돌린다.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일상적 관심사로 쉽게푼 첨단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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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과학서를 성공으로 이끄는 관건은 얼마나 정확한 지식이 얼마나 쉬운 이야기로 쓰여졌느냐 하는 것이다. 안에 담겨있는 지식의 정확성은 일반인들이 가늠하기 힘들지만 읽다가 너무 어려운 난이도에 배신감을 느끼는 일이 허다하다.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를 2장 이상 읽을 수 없는 독자를 겨냥’했다고 머릿말에서 못을 박은 이 책은 영국 BBC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는 두 지은이의 글쓰는 감각이 날렵하다.
‘완벽한 이상형을 애인으로 만드는 방법’으로 복제기술의 핵심인 클로닝을 설명하고, ‘원수같은 뱃살을 빼는 방법’으로 유전공학의 최근 이슈들을 소개한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적 관심사에 첨단 과학기술의 핵심이론을 밀착시키려는 의도다. 그러면서도 지은이들은 과학만능주의나 맹신주의에 빠지는 것을 경계한다. 유전자 치료와 유전자 변형식품을 통한 살빼기에 대해 설명해놓고 “과학적 해결책이 불안하다면 먹는 것을 줄이고, 당장 헬스클럽에 등록하라”고 권유한다. 과학은 보편적으로 우리 삶의 환경을 개선하지만 정답을 찾는 건 각자의 몫이라는 열린 태도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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