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5년 충남 유성 출생. 2003년 <시평>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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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의 시와 그림 <모계의 꿈> |
모 계 의 꿈
조 명
할머니는 털실로 숲을 짜고 계신다. 지난 밤 호랑이 꿈을 꾸신 것이다. 순모사 실뭉치는 아주 느리게 풀리고 있다. 한 올의 내력이 손금의 골짜기와 혈관의 등성이를 넘나들며 울창해진다. 굵은 대바늘로 느슨하게, 숲에 깃들 모든 것들을 섬기면서. 함박눈이 초침 소리를 덮는 한밤, 나는 금황색 양수 속에서 은발의 할머니를 받아먹는다. 고적한 사원의 파릇한 이끼 냄새! 저 숲을 입고 싶다. 오늘밤에는 어머니 꿈속으로 들어가 한 마리 나비로 현몽할까? 어머니는 오월 화원이거나 사월 들판으로 강보를 만드실지도 모른다. 그러면, 이백여섯 개의 뼈가 뒤틀린다는 진통의 터널을, 나는 통과할 수 있을 것이다.
- 합동 시집 <2005 젊은 시>(문학나무)에서
1955년 충남 유성 출생. 2003년 <시평>으로 등단.
1955년 충남 유성 출생. 2003년 <시평>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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