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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01.03 04:59 수정 : 2020.01.03 09:39

내가 죽은 뒤에 네가 해야 할 일들
수지 홉킨스 글·할리 베이트먼 그림, 전하림 옮김/F·1만5500원

가까운 이가 세상을 떠난다. 몸과 마음을 거대한 폭풍이 할퀴고 지나간다. 일상으로 돌아가 몸과 마음을 회복할 즈음 예기치 못한 곳에서 그의 빈자리가 불쑥불쑥 튀어나와 남겨진 이를 당황케 한다. 그가 좋아했던 음식을 마주했을 때, 새 친구를 사귈 때,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매 순간 이런 의문이 떠오를지 모른다. ‘그가 지금 옆에 있으면 뭐라고 했을까?’ 

<내가 죽은 뒤에 네가 해야 할 일들> 삽화. F 제공

<내가 죽은 뒤에 네가 해야 할 일들>은 이러한 의문에서 시작된 책이다. 미국의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할리 베이트먼은 늘 그 자리에 있을 것만 같은 엄마가 언젠가는 세상을 떠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인 수지 홉킨스에게 죽은 다음 자신이 따를 수 있는 지침서를 써 달라고 부탁했고, 엄마는 흔쾌히 응답했다. 책의 부제도 ‘엄마가 딸에게 남기는 삶의 처방전’이다. 엄마는 자신이 죽은 다음 날인 디(D)+1일부터 D+2만일까지 딸에게 애정을 듬뿍 담은 조언과 잔소리를 차곡차곡 문자로 남겼다. 사람들의 형식적인 위로에 “미소를 지으며 고개만 끄덕이면 돼”(D+17일)라고 하거나, “네가 끝내주게 멋진 여자라는 사실을 일깨워 줄 수 없다는 게 너무도 슬프구나”(D+450일), “누가 뭐래도 주인공은 바로 너란다”(D+2만일) 같은 말을 건네는 대목에선 자신을 속속들이 알고, 무조건 지지해주는 존재가 있다(있었다)는 게 축복이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책을 덮고 나면 앞서 세상을 떠난 누군가와의 추억을 떠올리거나 자신의 주변에 숨쉬고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돌아볼 듯싶다. “우리가 나눈 끝없는 기억의 강물이 여전히 우리를 서로에게 이어주고” 있을 테니까.

이승준 <한겨레21> 기자 gamja@hani.co.kr

<내가 죽은 뒤에 네가 해야 할 일들> 삽화. F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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