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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01.03 05:00 수정 : 2020.01.03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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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의 세계사
오무라 오지로 지음, 진효미 옮김/더봄·1만7000원

“거위가 울지 않게 하면서 깃털을 뽑아내는 기술”이라는 저 유명한 은유가 과세 원리로 흔히 인용되지만, ‘탈세’를 주제어로 그것도 불온하게 제목까지 뽑아 다룬 단행본은 과문하지만 거의 들어본 적이 없다. 징세권은 화폐발행권, 경찰·군대 등 폭력적 국가기구 운영과 더불어 국가의 물적 기초를 형성하는 ‘3대 독점권’으로, 탈세는 국가변란 죄목처럼 국법으로 추상같이 다스려져 왔다. 일본 국세청에서 10년간 국세조사관으로 일한 저자의 이력까지 보태져 제목(‘탈세의 세계사’)부터 묘한 흥미를 자극한다.

△1960년대 공산주의 혁명에 대한 두려움 속에 서방 국가들이 부유층에 부과한 과세율 80~90% 세금폭탄 △14세기 초 교황 ‘아비뇽 유수’와 16세기말 스페인 무적함대 쇠락의 한 배경으로서 세금 △조세피난처 행운을 누려 경제발전을 이룩한 초기 미국사 △절세 꾀를 냈다가 스스로 발목 잡혀 해체의 길에 들어서게 된 록그룹 ‘비틀스’ △중세 기독교 보급·전파의 원동력으로서 교회세 △로마제국 말기에 돌연 이슬람 제국 출현을 가져온 ‘낮은 세금’ △오스만 제국의 기독교 지역에서 대거 이슬람 개종을 낳은 면세·감면 특권 △세금과 얽힌 영국 청교도혁명과 프랑스 대혁명의 기원까지….

세금이란 창을 통해 역사상 굵직한 흥망성쇠들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시도는 참신하면서도 언뜻 ‘대담한 가설’에 불과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다 읽고 나면 “아마도 당신은 이해가 되지 않던 사건의 인과관계가, 세계사의 수수께끼가 풀리게 될 것”이라는 머릿말이 결코 허장성세가 아님을, 기왕의 역사 서술 곳곳에 ‘세금’이라는 남은 이야기가 아직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될 것이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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