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주의에 대한 급진적 비판
앨런 E. 뷰캐넌 지음, 이종은·조현수 옮김/갈무리·2만4000원 미국 철학자 앨런 뷰캐넌의 <맑스와 정의>는 ‘정의’에 관한 마르크스의 사상을 재구성하고 평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마르크스의 정의는 ‘분배적 정의’에 국한하지 않으며, 임의체포와 압수로부터의 자유나 자유로운 언론에 대한 권리, 그리고 종교의 자유에 대한 권리 등 다양한 시민권과 정치적 참여권에 대해서도 기억할 만한 대목들이 있다는 것이다. “비분배적 권리들의 정의, 특히 시민권과 정치참여권에 대한 마르크스의 복잡하고 통찰력 있는 비판은 무시되었다. (…) 나는 정의에 대한 마르크스의 견해를 협소하게 물질적 재화의 정의로운 분배로서 이해하는 분배적 정의에 관한 논의로만 파악하지 않는다. 그리고 형사상의(criminal) 정의가 정의로운 처벌 관념을 포함하고 있는 한에서 형사상의 정의에 대한 간결하지만 도발적인 마르크스의 논평들은 시민적·정치적 정의라고 칭해질 수 있는 것도 포함한다.” 뷰캐넌은 마르크스가 헤겔의 급진적인(근본적인) 후손이라는 점을 검토한 뒤, <정의론>의 존 롤스와 마르크스 사이의 화해를 시도한다. <정의론>이 좌파로부터 날카로운 비판을 받았지만, 뷰캐넌이 보기에 그 비판은 “롤스나 마르크스, 혹은 양자 모두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한 것으로 종종 보이곤 한다”는 것이다. “롤스의 최대한의 평등한 자유의 원칙과 공정한 기회평등의 원칙은 소비재의 분배에 관한 원칙이 아니다. (최소 수혜자에게 최대의 혜택이 되도록 하는) 차등 원칙도 소비재의 분배에 관한 원칙이 아니다. (…) 정의에 대한 논의의 관점에서 볼 때, 공산주의의 우월성은 이 체제가 분배적 정의의 올바른 원칙을 결국 생각해내고 효과적으로 이행함으로써 결국 분배적 정의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공산주의의 우월성은 이 체제가 분배적 정의의 모든 문제를 불필요하게 만든다는 데 있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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