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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01.10 06:01 수정 : 2020.01.10 10:28

명상 프로그램 안내자가 물었습니다. 이 사과는 누가 만들었나요? 농부가요, 자연이요…. 대답이 속출했지만 정답은 ‘온 우주’였습니다. “당신도 똑같습니다. 온 우주가 움직여 당신을 만들었습니다.” 큰 감동을 받았지만 너무 막연한 이야기라 허무하기도 했습니다.

역사학자 데이비드 크리스천은 1991년 ‘빅 히스토리’라는 개념을 만든 사람입니다. 빅 히스토리는 ‘빅뱅에서 현재, 미래에 이르는 모든 역사에 대한 포괄적 이야기’를 가리킵니다. 그와 함께 국제 빅 히스토리 협회를 설립한 신시아 브라운의 책 <세상이 궁금할 때 빅 히스토리>가 최근 번역돼 나왔습니다. 빅 히스토리 개념에 대한 길잡이가 돼줄 만합니다.

‘우주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나는 어디서 왔나?’ 같은 거대한 질문을 해명하려는 ‘빅 히스토리’를 두고는 찬반이 엇갈립니다. 박민영 문화평론가는 <반(反)기업 인문학>(2018)을 통해 ‘도끼날 비판’을 내놓기도 했죠. 이 개념이 융합학문의 ‘끝판왕’으로 현재의 지구적 문제를 눈감게 한다는 지적이었습니다.

<배움의 발견> 지은이 타라 웨스트오버는 선지자처럼 정답을 제시하는 역사학에서 아예 벗어나 ‘역사를 쓰는 사람은 바로 나’라고 선언합니다. 하지만 저는 ‘빅 히스토리’ ‘스몰 히스토리’ 사이에서 선택을 유보하기로 했습니다. 어쩌겠습니까. 빅뱅부터 인류의 역사를 다루면서 서양 중심사관과 민족사관 모두 극복하는 신선한 시각의 <신세계사 1>이나, 지구의 현재적 문제를 다룬 <에코사이드>나, ‘조선의 잔다르크’로 불리며 항일 무장투쟁을 전개한 김명시를 재발견한 소설 <명시>처럼 읽을 책들은 쌓여만 가고 말입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 역사는 어떻게 진행되는가? 거대한 질문을 던졌던 이들이 내놓은 다양한 해답을 저는 당분간 더 열심히 읽어볼 생각입니다.

이유진 책지성팀장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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