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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01.10 06:01 수정 : 2020.01.10 10:40

정신병원을 폐쇄한 사람
존 풋 지음, 권루시안 옮김/문학동네·2만5000원

이탈리아 정신의학자 프랑코 바잘리아는 1961년 말 고리치아 정신질환자 보호소 소장으로 부임한 뒤 충격에 빠졌다. 파시스트 정부에서 투옥을 경험한 그에게 그곳은 감옥과 다르지 않았다. 창살에 갇힌 ‘환자’가 고문 당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었다. 바잘리아는 ‘치료 공동체’ 건설에 나섰고 고리치아는 68세대의 성지가 되었다.

바잘리아는 한걸음 더 나아간다. 정신병원 시설을 그대로 둔 채 근본적 개혁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트리에스테 정신질환자 보호소로 옮긴 그는 정신병원을 아예 폐쇄하는 데 헌신했다. ‘바잘리아 운동’이 확산되어 정신병원이 사라진 대신 협동조합이 만들어지고 응급 정신보건 환자를 위한 개방형 센터가 설립됐다. 오늘날에도 트리에스테의 정신보건 서비스는 세계 최고로 꼽힌다고 한다.

바잘리아의 개혁운동은 이른바 ‘180호법’, 일명 바잘리아법으로 결실을 맺고, 이탈리아의 모든 정신병원을 폐쇄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무엇보다 이 법을 통해 이탈리아에서는 정신질환자를 인격을 지닌 인간으로 인정하여 인권을 보장했다. 일반적 기본권은 물론, 자신의 치료에 대한 통제권, 바깥세상에서 살 권리 등을 포함한다. 바잘리아 운동은 정신병원에 그치지 않고 모든 보건서비스로 확산되어 적용되고 있다.

이탈리아 현대사 전문가인 존 풋 영국 브리스틀대 교수는 파란만장한 바잘리아의 정신보건 개혁운동을 <정신병원을 폐쇄한 사람>에 담았다.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실현된 해방과 격변에 관한 이야기”에 담긴 사례는 무척 생생하고 흥미롭다. 전체 640쪽 중 주석과 용어 및 고유명사 설명이 120쪽을 차지한다.

김진철 기자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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