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20.01.10 06:01 수정 : 2020.01.10 10:56

세상 종말 믿는 아버지와 취약한 어머니 아래 16살까지 고립
폭력 가정 벗어나 케임브리지 진학…박사학위 받기까지 성장담

배움의 발견
타라 웨스트오버 지음, 김희정 옮김/열린책들·1만8000원

한 번도 학교에 다녀본 적이 없었던 15살 소녀 타라에게 먼저 세상으로 나간 오빠 타일러가 말한다. ‘집 바깥의 세상은 넓다’고. ‘아버지가 자기 눈으로 보는 세상에 대해 속삭이는 것을 더 이상 듣지 않으면 세상이 완전히 달라 보일 거’라고. 이 말은 아버지가 세운 질서 안에 머물던 타라를 비로소 “스스로 타고난 본연의 가치, 아무도 흔들 수 없는 가치”를 찾는 길 위에 서게 했는지도 모른다. 그 여정을 담은 타라 웨스트오버의 회고록 <배움의 발견>은 자아를 찾아나가는 한 여성의 시리고, 빛나던 순간들을 진솔하게 펼쳐낸다.

지은이 타라 웨스트오버. 그는 배움을 통해 성장하면서도 가족을 향한 애정 또한 버리지 않는다. 열린책들 제공

타라는 세상의 종말이 임박했다고 믿는 모르몬교 근본주의자 아버지와 산파이자 동종요법 치유사로 남편의 뜻에 순종하며 사는 어머니 아래서 1986년 7남매의 막내로 태어났다. 자녀의 학교 교육을 거부하고, 의사를 믿지 않는 아버지로 인해 그녀는 9살이 돼서야 ‘생후 출생증명서’를 받는다. 또래 아이들이 친구들과 관계를 맺으며 학교에 다닐 때에도 그녀는 아이다호의 산골에서 아버지를 도와 폐철 처리장에서 일하거나 어머니를 거들며 산다. 다른 남매들은 어땠을까. 아버지가 그어놓은 선에서 벗어나지 않는 이가 있는가 하면 공부를 하거나 자기 일을 찾아 경계를 넘는 이들도 있다. 그중 가학성이 있는 오빠 숀은 타라에게 정신적·신체적 학대를 가하지만 이는 가족들의 묵인 아래 사과와 용서라는 헐거운 포장지로 덮이기도 한다.

어린 시절의 타라 웨스트오버. 열린책들 제공

오빠의 조언에 따라 독학으로 대입자격시험(ACT) 공부를 하고 브리검 영 대학에 들어가게 된 타라가 내딛는 걸음은 험난하다. 17살의 타라는 갓 태어난 아기처럼 매 순간의 삶을 습득해나간다. 그녀는 점차 확장되는 자신의 세계와 불균형한 아버지의 세계 사이의 격차를 실감하며 시야를 넓힌다. 부모가 주입한 생각들은 자신의 경험으로 하나씩 부수어진다. 가장의 왜곡된 신념이 타라에게도 내재화돼 있어 때때로 그 걸음을 더디게 하지만 그럼에도 나아간다. 처음엔 낙제를 걱정했던 그녀가 케임브리지대와 하버드대 등에서 수학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따라가다 보면 유년 시절은 어느새 생경한 배경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배움을 통해 점점 변화해가면서도 가족을 향한 애정 어린 시선을 버리지 않는 것도 인상적이다. 조울증·과대망상 같은 단어로 설명할 수밖에 없는 아버지여도, 그런 아버지가 어린 자신을 길러낸 사람임을 인정한다. 책의 말미에 그녀는 자문한다. ‘내가 시작한 모습과 내가 끝나는 모습이 꼭 같아야 할까. 한 사람이 처음 띤 형태가 그 사람의 유일하고 진정한 형태일까.’ 그녀의 ‘배움의 발견’ 끝엔 오롯한 자아가 서 있다.

2018년 출간된 뒤 미국 출판계 최고 화제작으로 떠올랐고 장기간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있는 이 책에 대해 빌 게이츠, 오프라 윈프리 등 유명 인사들은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배움을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면서도 자신이 떠나간 세계를 향해 여전히 깊은 이해와 사랑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강경은 기자 free1925@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