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20.01.17 06:01 수정 : 2020.01.17 09:37

[잠깐 독서]

속지 않고 살 수 있다
박병하 지음/생각정원·1만5000원

생활 속 수학의 쓰임을 알았더라면, 학창 시절 수학 문제를 보며 하품했던 시간이 조금이라도 줄지 않았을까. ‘문과생’에게 수학이 가져다 준 좌절과 시련 중 하나는 ‘도무지 일상에서 쓸 일이 없을 것 같은’ 공식과 문제 풀이를 반복해야 한다는 데 있었다. 소금물의 농도를 구하고 루트를 배우는 게 대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늘 자문했다.

편견이 오랫동안 쌓여 만들어진 장벽에 이 책이 균열을 냈다. 저자는 세상을 수학의 눈으로 바라보는 즐거움을 안내한다. 소개팅을 얼마나 해야 짝을 만날 수 있는지, 집을 구매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집을 봐야 하는지, 채용을 하려면 몇 번이나 면접을 봐야 하는지, 사실은 수학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확률을 기반으로 한 ‘최적 중지 전략’을 활용하면, ‘다다익선’이 늘 정답은 아니란 걸 알게 된다.

수학의 쓰임은 더 있다. 대체 왜 내 로또는 늘 꽝일까. ‘기댓값’ 개념을 활용해 풀어낸 설명을 들으면 고개가 조금 끄덕여진다. 슈퍼마켓 전단지가 내세우는 교묘한 할인율에 속지 않으려면, 소금물 농도를 구할 때처럼, ‘분모, 분자’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한 입으로 두말하는’ 행위를 막말의 최고봉으로 꼽고, 이런 막말이 어떻게 참과 거짓의 경계를 지우는지 수학적으로 증명하는 부분은 자못 흥미롭다.

고백하건대 이 ‘문과생’은 책에 나오는 수식을 전부 이해하진 못했다. 다만 ‘루트’를 둘러싼 증명을 법정 상황극 형태로 풀어내는 저자의 재치와 발랄한 문장 덕에 수학의 장벽 너머를 흘끔 들여다보는 일이 조금 수월했다는 사실을 보탠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