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1.05 17:35
수정 : 2005.01.05 17:35
담론의 역사적 흐름 ‘진맥’
1980년대를 주도했던 담론은 마르크스주의였다. 1990년대에 도래한 새로운 현실을 개념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인물은 미셸 푸코(1926~1984)다. 푸코의 영향은 너무나도 강해서 어떤 사람들은 자신들이 그의 어휘들이나 사고방식들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면서 그것들을 사용하고 있을 정도이다. 예컨대 사람들은 ‘담론’이라는 말을 늘 쓰면서도 이 말의 현대적 의미를 푸코가 내놓았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잊어버리곤 한다.
광인들·환자들·범죄자들을 비롯해 숱한 ‘타자들’의 세계를 파고들었던 푸코는 생애 한가운데에 도달했을 때 <지식의 고고학>(1969, 한국어판:이정우 옮김·민음사)을 저술했다. 이 책에서 푸코는 자신의 작업을 가능케 한 인식론적 토대를 점검하면서 언표, 담론, 역사적 아프리오리, 문서고 등의 개념들을 비롯해 많은 중요한 개념들을 다듬어내고 있다. 이 점에서 이 저작은 푸코 사유의 ‘중간 점검’이며, 그의 방법론을 상세하게 드러내 보여주는 저작이기도 하다. 때문에 푸코의 저작들 중 특이하게 추상적이고 난해하다.
푸코는 여기에서 자신이 속해 있는 지적 장, 곧 ‘인식론적 장’을 언급한다. 마르크스와 니체가 남긴 19세기 철학의 유산, 바슐라르와 캉길렘의 인식론, 구조주의와의 친화성과 차이 등 여러 담론사적 맥락들이 서술되고 있으며, 언어분석 철학자들과의 차이 또한 분명하게 제시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푸코 사유가 담론사 전체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푸코의 언어철학·인식론·존재론 등, 그의 사유의 심층을 들여다보기 위해 꼭 읽어야 할 명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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