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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06 13:56 수정 : 2005.01.06 13:56

2002년 말 개봉된 김범수ㆍ김선아 주연 영화 `몽정기'에서 청소년기 성적 호기심이라는 주제를 끌어간 소재는 몽정이 아니라 수음(手淫. 마스터베이션)이라고 보는 쪽이 더 정확할 것이다.

전편 흥행을 발판으로 14일 개봉되는 `몽정기2'는 `몽정'과 전혀 관계가 없을법한 여고생들을 주요 등장인물로 설정하고 있다. 제목만 보면 전편이건 후속편이건 관람객을 우롱하고 있는 셈이다.

그건 그렇고 도대체 몽정이란 무엇인가? 평균 이상 수명을 사는 남성이라면 대체로 몽정이라는 신체적 현상을 경험한다. 대체로 남성이 한창 신체적, 성적으로 성숙하기 시작하는 청소년기에 집중되기 마련인데, 그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수면 중에 성적 흥분을 일으켜 정액을 쏟아내는 행위가 곧 몽정이다.

대체로 몽정은 꿈과 동반되기 마련인데, 이 경우 몽정과 연동된 꿈이란 것도 실상은 섹스와 관련되는 경우가 많다. 한데 이런 행위를 표현하는 가장 익숙한 표현이 몽정이지만, 이 말 자체에는 잠자다 사정한다는 의미가 도대체 없다는 점이 기이하다.

몽정이라는 말 그 자체를 굳이 해석한다면 두 가지 정도가 가능성하다.

첫째,精을 명사로 간주할 경우 `꿈 속의 정액' 정도로 풀이되며, 둘째, 그것을 동사로 간주했을 경우에는 `꿈 속에서 精한다'는 의미가 된다. 둘 다 우리가 이해하는 잠 자다가 정액을 쏟는 행위라는 의미는 없다. 따라서 가능성은 한 가지밖에 없다.

언제, 누구에 의해서인지는 확실치 않지만,지금의 소위 `콩글리시'처럼 아무렇게나 조작된 말이 어느 새인가 일반 용어로 굳어진 결과인 셈이다.

그렇다면 몽정은 한국이 속한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어떻게 표현되었을까? 정(精)이란 말 자체는 의학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 아주 널리 사용되는 글자지만, 그 원초적 의미가 신체나 성적 관념과 연동되어 있음은 부인하기 힘들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精이라는 말이 남녀의 성별에 상관없이 두루 사용된다는 사실이다.

이런 면모는 적어도 전한 시대에는 완성되었음이 분명한 중국 고대의학서의 대표주자인 황제내경(黃帝內經)을 봐도 명백하다.

그래서 精은 남성의 정액뿐만아니라 성적으로 흥분할 때 여성이 내는 분비물도 아울러 의미한다.

여기에 굳이 그 뜻을 나타내는 부수에 쌀 미(米)가 들어간 까닭은 말할 것도 없이 그 분비물이 쌀뜨물과 같다고 인식된 데서 비롯된 것이다.

그래서 몽정의 가장 일반적인 표현은 `몽설'이었다.

이 때 설(泄)이라는말은 그것을 응용한 설사라는 조합어에서 보듯 꿈 속에서 쏟아내는 행위를 의미한다. 여기서 泄하는 대상은 말할 것도 없이 精(정액)이다.

이와 비슷한 의미로 몽유라는 말도 자주 띈다. 여기서도 유(遺), 즉, 내어 보내는 대상은 두 말할 나위 없이 精이다. 그것을 더욱 분명히 하고자 할 때는몽유정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런 표현들이 허준이 편집한 동의보감(東醫寶鑑)에 자주 보이고 있다.

현대적 의학의 관점에서 몽정은 지극히 정상적인 신체 현상이나 전통시대에는질병으로 간주됐다는 점이 크게 다르다.

몽유정에서 遺는 泄과 같은 의미이므로 몽설정이라고도 할 수있으나, 이 표현은 쉽게 보이지는 않는다.

이로 볼 때 몽정이라는 말은 夢遺精에서 遺라는 동사를 생략해 버린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을 듯하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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