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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13 21:22 수정 : 2005.01.13 21:22

‘학벌=대학서열체제’ 개념화
90여개 여론조사·통계표
‘서열’ 위력 낱낱이 드러내
‘국립대학 통합네트워크’ 대안

학벌주의 또는 학벌구조의 가공할 위력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한국 사회에 발딛고 있는 한, 그로부터 피해 또는 이익을 취한 경험이 없을 리 없다.

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원장 정진상)이 이를 파헤쳤다. 우선 학벌이라는 말을 ‘대학서열체제’라는 개념어로 정리했다. 각종 사회조사 자료를 총동원해 그 구조를 실증적으로 살폈다. ‘국립대학 통합 네트워크’라는 대안까지 제기했다. 〈대학서열체제 연구-진단과 대안〉(한울 아카데미)은 이런 내용을 한 권에 담은 연구보고서다.

학벌문제에 대한 비판적 진단은 이전에도 많았다. 그러나 〈대학서열체제 연구…〉처럼 사회과학적 분석으로 초지일관한 연구는 드물었다. 2003년 봄부터 10여명의 교수들이 ‘대학개혁 연구팀’을 만들어 매달 토론과 연구를 거듭해 왔다.

380여쪽에 담긴 90여개의 각종 여론조사·통계표는 이들의 연구가 무엇을 지향했는지를 웅변한다. 비판여론에 기대 학벌주의를 준엄하게 꾸짖는 차원을 넘어, 대학서열체제가 한국 사회에서 어떤 구조를 통해 가공할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지를 실증적으로 드러내려 했던 것이다.

이때의 대학서열체제는 “대학입시를 매개로 한국교육의 총체적 모순을 낳고 있는 주범”이다. 문제는 이 서열이 정상적이고 공정한 경쟁을 한번도 거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서열은 대학교육의 질에 대한 평가보다는 외부 요인들에 의해 매겨졌고, 이에 대해 대학 구성원들은 저항도 하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자연적 경쟁’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것은 학문세계의 경쟁에 따르는 원리다. 그러나 현재의 대학서열체제는 “계급고착화의 구조를 은폐하는 외피”에 불과하다. 그것은 “다른 학문의 존재기반까지 무너뜨리”는 가공할 것이다. 이 구조의 정점에 서 있는 서울대는 “한국 사회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압도적인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독점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가장 중요한 권력기관”이다.

그래서 “대학서열체제 혁파는 우리 사회의 지배구조의 중요한 원리에 대한 도전”이며, “그렇기 때문에 기득권층은 대학서열체제에 대한 효과적 해결책에 대해 그토록 비판하고 비난하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국립대학 통합 네트워크’ 구성을 대안으로 내세운다. 대학교육의 공공성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대책이다. 서울대를 비롯한 전국의 국립대를 통합 네트워크에 포함시키고, 학생들은 서울대가 아니라 국립대 네트워크 체제 아래 교육을 받도록 한다는 것이다.

안수찬 기자


대학서열 체제에 기댄 대다수 지식인

90년대 중반부터 ‘내부자고발’ 본격화

학벌체제에 대한 지식인들의 비판은 일종의 ‘내부자 고발’이다. 대다수 지식인들이 기존의 대학서열체제에 기대어 생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 및 교수사회, 학벌체제 등에 대한 지식인들의 비판적 연구와 발언이 드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관련 논의는 1990년대 중반 본격화됐다. ‘서울대 폐지’를 주창한 강준만 교수(전북대)의 <서울대의 나라>(개마고원·1996)가 이 논의를 대중화시켰다. 이후 학벌주의에 대한 지식인 사회 내부의 반성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김경근 교수(전북대)의 <대학서열 깨기>(개마고원·1999), 김동훈 교수(국민대)의 <한국의 학벌, 또하나의 카스트인가>(책세상·2001), 김상봉 문예아카데미 교장의 <학벌사회>(한길사·2004) 등이 대표적이다.

학벌주의를 비판하는 대표적 시민단체인 ‘학벌없는 사회’( www.antihakbul.org )와 ‘학벌없는 사회 만들기’( www.goodbyehakbul.org )는 각각 홍훈 교수(연세대)와 정영섭 교수(건국대)가 대표를 맡아, 학벌주의에 맞서는 지식인들의 우물 역할을 하고 있다. 이밖에도 정회익 한성학원 이사장(전 서울대 교수)·유팔무 교수(한림대)·김동춘 교수(성공회대) 등도 학벌주의 비판에 관심을 쏟고 있다.

그런 면에서 정진상 교수(경상대)의 ‘국립대학 통합네트워크’ 구상은 10여년에 걸친 이들의 비판적 연구를 아우르는 하나의 결실이다. 이 구상에 대한 비판이 없진 않지만, 다분히 선동적이었던 서울대 폐지론이 교육 체제 전반을 아우르는 ‘정책 대안’의 수준으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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