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8월, 재일교포 문세광에 의한박정희 대통령 부인 육영수 여사 피격 사망 직후 일본 경찰 관계자들이 입국했던 것으로 20일 밝혀졌다. 한국정부가 이날 공개한 1974년 외교문서에 포함된 총 573쪽짜리 `대통령 영부인 육영수 여사 장례식, 1974년'(전 2권)에 의하면 일본정부는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당시 수상이 이끄는 공식 조문단과는 별도로 경찰 관계자 3명이 입국했다. 이런 사실은 그 해 8월 15일 오전 서울 국립극장에서 개최된 8ㆍ15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육 여사가 피격돼 사망한 하루 뒤인 16일, 주일대사가 본국 외무부장관 앞으로 긴급 타전한 전보문에 의해 드러났다.
일본 외무성 연락 내용을 토대로 작성됐다는 이 문건에 따르면 이들 일본 경찰관계자는 다나카 수상 일행과는 별도로 선발된 요원으로서 17일 오전 9시15분발 일본항공(JAL) 편으로 서울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전하고 있다. Ⅲ급 비밀로 분류됐다가 1974년 12월 31일 일반문서로 재분류된 이 문건에 나타난 일본 경찰 관계자 3명은 경찰청 공안제2과장 나카무라 야쓰오를 필두로, 경시청외사2관 히로가와 야쓰히로, 경시청 외사2과 소속 요시노 세쓰오라고 하고 있다. 이들 일본 경찰관계자가 방한 이후 어떤 행적을 보였는지는 이 문건 자체로는추가 정보가 없어 알 수 없다. 하지만 피격 사건 직후 서울지검에 설치된 `대통령저격사건 수사본부'(본부장김일두 서울지검장) 1차 조사 결과 문세광이 재일교포인 데다, 한국 입국을 위해 가짜 일본 여권을 사용했으며, 범행에 사용된 권총 또한 일본에서 구한 것으로 발표됨에 따라 두 나라 관계가 악화할 것에 대한 대응과 공조 수사를 위해 공식 조문단 외에 경찰 관계자들을 한국에 파견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일본 외무성이 주일한국대사관을 통해 경찰관계자 파견 예정을 통보한 16일 당일 오후에 일본 경찰은 문세광에게 가짜 여권 발급을 도와준 혐의로 요시이 미키코(吉井美喜子)라는 당시 24세의 여인을 전격 연행했다. 한편 이번 육 여사 장례식 관련 문건에는 일본이 이례적으로 수상을 대표로 하는 조문단을 파견키로 한 데 대한 주일대사관의 `분석' 문건도 포함됐다. 일본정부가 다나카 수상의 조문단 파견을 발표한 16일 당일에 작성된 이 문건에서 주일대사관은 "일본정부로서 취할 수 있는 최대의 조의표시"라고 평가하면서 그이면에는 △이 사건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을 표시하며 △김대중 사건이 이후 냉각되고 있는 양국 관계 개선에 대한 일본정부의 열의표시 등이 작동한 것으로 파악했다. (서울=연합뉴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