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1.21 11:28
수정 : 2005.01.21 11:28
술 접대 없이도 상대방을 설득하는 비즈니스 에티켓
요즘 기업의 직원 서비스교육은 퍼스널 이미지를 높이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옷차림, 인사법, 명함 건네는 법, 전화 응대법 같은 기업에 맞는 교육을 하는 것이 예전 방식이라면 최근엔 커뮤니케이션 기술, 와인 매너 등 개인의 자질을 높이는 방식을 선호한다. 개인적 접촉이나 개인의 네트워킹이 기업 이미지에 미치는 영향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기업 이미지와 명성은 개인이 조직에 관해 보이는 신념과 느낌으로 전달되며, 자신 있고 깔끔한 매너를 통해 표출되는 개인 이미지는 고객과 사업 파트너에게 깊은 인상을 준다.
리마리오처럼 느끼한 영업부 김 과장. 그 느끼함에 사람들이 미끄러지듯 떨어져나갈 것 같지만 주변엔 늘 그를 찾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사무실 동료들은 물론 거래처 사람들과의 대인관계도 매끄럽고, 난공불락 같은 광고주도 김 과장의 잦은 접촉에 말랑해진다. 영업 실적, 대인관계 모두 굴비 엮듯 엮이는 비결은 뭘까. 김 과장의 거래처 이모 부장은 이렇게 얘기한다.
“한번은 김 과장과 우리 직원들이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술자리 시작은 서먹하기도 해서 서로 술을 권하며 술잔이 돌았죠. 그런데 김 과장, 자신이 마신 소주잔을 물잔에 살짝 담가 냅킨으로 한번 닦아서 상대방에게 돌려주는 게 아닙니까. 누구 잔인지도 모르고 돌아가는 술잔이 꺼림칙할 때가 있는데 그렇게 배려하는 모습을 보니 햐~ 사람이 믿음이 가요. 술 취한 사람이 횡설수설하는 말도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해 주고, 분위기가 처지면 적당히 유머를 풀어내는 솜씨도 훌륭하구요. 평소에 상대방을 설득하는 대화의 기술도 있고요. 다른 거래처 사람 말로는 경조사가 있는 사람에게 빠지지 않고 인사한다더군요. 그게 어디 마음이 있다고 쉽게 할 수 있는 일입니까. 볼수록 사람이 맘에 드니 그 기업에 대한 이미지도 좋아지고, 한번이라도 광고를 더 주고 싶더군요. 거래처 사람이지만 탐나는 사람이죠.”
다 알고 있고 잘하고 있는 것 같지만 의외로 놓치는 것이 에티켓이다. 형식적인 행동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상대방과 대화할 때 고개를 끄덕이는 제스처, 이 한 끗 차이로 비즈니스 성과물이 달라지기도 한다. 서비스 교육업체 itcs 정지원 대표는 “요즘은 기업에서 술 접대로 비즈니스를 하는 일이 많이 줄었습니다. 접대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부담스럽기 때문이죠. 다만 사업적 성과와 상관없이 지속적인 파트너십을 유지하길 원할 때, 가볍게 식사나 와인을 즐기는 자리를 마련하게 되는데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커뮤니케이션 방법과 와인 매너입니다. 개인을 기업에 맞추는 서비스교육보다는 개인이 기업 이미지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개인의 자질을 높이는 쪽으로 서비스교육의 흐름이 바뀌고 있는 거죠.”라고 말한다.
상대 영역을 존중하는 거리두기
비즈니스 에티켓은 거리 유지부터 시작된다. 상대방이 편안해하는 거리 유지부터 고객 상담을 할 경우 좌석 권하는 법, 와인을 마시는 장소 선정 등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서도 이미 에티켓은 시작되고 있다. 보통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상대방과의 적당한 거리는 80~140cm 정도. 60cm 이내로 근접할 경우 거부감과 부담감을 느끼게 되므로 조심해야 한다. 남성은 넓은 공간에서 정면을 바라보며 정중한 어조로 대화하는 것을, 여성은 남성보다는 다소 좁은 공간에서, 반경어체로 측면에서 말하는 것을 선호한다. 상석의 의미를 잘못 알고 있기도 하다. 소파의 경우 1인석보다는 3인석 자리를, 창가를 바라본 자리보다는 등지고 앉는 자리를 권해야 한다. 이것이 협상시에도 상대방이 창밖에 시선을 돌리며 산만해지지 않고 자신의 얘기에 집중할 수 있어 유리하다. 커뮤니케이션의 제일은 경청하는 자세다. 상대방의 말을 중간에 끊거나 끼어들지 말아야 하고, 상대의 의중을 잘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때 맞장구를 쳐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상대방의 감정에 동조하는 눈빛이나 고개를 끄떡이는 등의 제스처, 또는 “그래서요?”라고 다음 이야기를 꺼낼 수 있도록 하는 것들이 방법이다. 상대방과의 비즈니스 상담시에는 메모가 효과적이며, 적절한 보디랭귀지는 커뮤니케이션의 윤활유가 된다.
와인 매너는 필수, 정치 얘기는 금물
%%990002%% <와인을 알면 비지니스가 즐겁다>는 책에서는 와인을 알면 비즈니스 세계를 리드할 수 있다고 말한다. 와인 비즈니스의 시작이 상대를 배려하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특히 국제적인 비즈니스 자리일 경우 와인은 언어와 문화가 다른 사람을 연결해 주는 중요한 매개체가 될 수 있다. 와인을 대접할 때는 손님의 취향을 미리 알고 장소 선정부터 와인, 안주를 알아서 준비하는 것이 좋다. 와인 리스트를 손님에게 권하며 고르도록 하는 것보다 호스트(host)로서 대접한다는 생각을 갖고 미리 예약을 해놓는다. 바나 레스토랑에서 자리를 권할 땐 사무실에서 권하는 자리와는 다르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여기선 전망이 좋은 자리가 최상석으로, 창가라면 경치가 내려다보이는 곳, 스테이지나 플로어에서 쇼를 관람하는 경우라면 스테이지가 제일 잘 보이는 곳이 좋다. 와인을 마실 땐 잔의 다리나 받침부분을 잡고 와인의 색과 향, 맛을 음미하며 천천히 마신다. 잔은 3분의 1만 채우고, 식사와 함께 와인을 마실 때는 냅킨으로 입 언저리를 눌러 닦는 것이 좋다. 대화의 주제도 중요하다. 가볍게 와인을 마시며 지속적인 파트너십을 유지하기 위한 편안한 자리라도 논쟁의 여지가 생길 만한 주제는 피한다. 개인적인 질문으로 실례를 하거나, 정치나 사업 이면의 얘기들로 신경전을 하지 않는다. 마시는 와인에 대한 얘기나 날씨 같은 편안한 주제들이 즐겁게 대화를 유도해 갈 수 있다. 흡연도 에티켓이 필요하다. 재떨이가 놓여 있지 않은 곳은 일단 금연 지역이라고 보면 된다. 불부터 붙인 다음 재떨이를 찾는 행동은 예의에 어긋난다. 담배를 사양하는 것은 결례가 아니며, 상대가 이리저리 라이터를 찾는 경우가 아니라면 불을 붙여줄 필요는 없다. 김미영/ 자유기고가 instyle@hani.co.kr
|
| |
%%990003%% ■ 와인 고르는 기준과 마시는 방법 보통 와인은 만찬 같은 공식적인 모임이냐, 개인적으로 만나는 비공식 모임이냐에 따라 선택 기준이 달라진다. 전자는 와인의 라벨이나 등급에 주의해야 하고, 후자는 와인의 지명도보다 음식과의 조화, 개인의 취향이 더 고려된다. 와인을 마시는 순서도 미숙성 와인에서 숙성 와인, 드라이한 와인에서 스위트한 와인, 화이트 와인에서 레드 와인 순으로 마셔야 한다. ‘고기 요리에는 레드, 생선 요리에는 화이트 와인’ 하는 식의 규칙에도 얽매일 것 없이 맛있는 음식과 좋아하는 와인을 같이 먹어야 즐거움도 크다.
■ 조문시 무언(無言)은 때론 극진한 위로 경조사를 챙기는 일이 비즈니스라고 해서 특별할 건 없다. 다만 심리적인 거리가 가깝지 않아 문상의 경우는 더욱 어렵게 느껴질 뿐이다. 부고를 받았다면 가급적 조문을 가는 것이 예의이고, 필요하다면 화환을 보내 먼저 조의를 표하는 것이 좋다. 영정 앞에 분향할 때는 향의 초를 입으로 불거나 흔들어 끄지 않고 손끝으로 살짝 잡아서 끈다. 영정을 향해 2배 절하고 허리를 깊이 숙여 다시 반배한 뒤 상주와 맞절을 하며 애도를 표한다. 대개 사람들이 문상을 가면 어떤 인사말을 해야 할지 머뭇거리는 경우가 있는데 말하기 곤란한 상황이라면 상주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물러나와도 된다. 이는 상을 당한 사람을 위로해야 할 자리이지만 그 어떤 말도 상을 당한 사람에게는 위로가 될 수 없다는 뜻일 수 있어서다. 오히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더 깊은 조의를 표하는 것이 된다. 그러나 실제 문상의 말은 문상객과 상주의 나이, 평소의 친분 관계 등에 따라 적절하게 건네는 것이 합리적이다.
<도움말: EGS CS 강사 박소은>
| | |
|
미래를 여는 한겨레 경제주간지 <이코노미21>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