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가 돌아온 것입니다 1년 전 어느 날 갑자기 그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평소에도 여럿이 잘 어울려 다니던 그저 친한 친구. 딱히 눈에 띄지도 않고 그렇다고 둘이 만날 정도로 가깝지도 않은 그런 친구였습니다. 언제나 그는 바라보고 있었는데 제가 그 시선을 의식하게 된 것이지요. 하지만 그뿐이었습니다. 그는 저를 알아보았고 저는 그를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인우는 현빈(여현수)을 한번에 알아보지는 못했습니다. 선생님이 된 그가 현빈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담임으로서 그 아이가 궁금했던 거겠지요. 하지만 현빈이 던지는 질문, 손가락을 말아올리는 작은 습관, 지니고 있는 라이터. 병헌은 믿을 수가 없었지만 그 여자가 돌아온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인우는 현빈 속에 있는 그 여자를 알아보았지만 현빈은 인우를 잊었더군요. 사실 인우도 그 여자를 잊었다고 스스로 최면을 걸었을 겁니다. 그 여자는 이미 세상을 떠났고 그로서는 어쩔 수 없는 상태에서 살아가야 하는 나날들이 많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 여자를 잊었다고 그 여자는 떠났다고 최면을 걸며 살아남았을 겁니다. 그러나 현빈을 보며 그 여자가 되살아난 것이지요. 최면상태가 풀린 겁니다. 이제 다시 그 여자를 잃을 수는 없는 그런 절박함이 그를 저돌적으로 만들었고 현빈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겠지요. 저도 당황했습니다. 그는 저를 알아보았다고 했지만 저는 그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제 세계로 한발짝 들어오려고 하는 그를 내칠 수밖에 없습니다. 좋은 친구에게 냉정하게 대하기는 싫었지만 오히려 그런 편이 그에게도 저에게도 나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끝까지 저는 그를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그는 제가 살고 있는 근처를 지날 때면 가슴 한쪽이 뻐근해진다고 했습니다. 너무 쉽게 그의 진심을 묻어버린 제 자신이 가볍게 느껴져서 싫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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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적인 사랑의 결말에 가슴 묵직해지기도 했지만 어찌 보면 해피엔드로 끝맺는 그들의 결단이 대견해 보였습니다. 서로를 알아보고 그 사랑을 지켜내는 연인들이 얼마나 될지. 간절히 원한다면 그런 사랑이 제게도 올까요? 황정민 KBS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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