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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25 16:14 수정 : 2005.01.25 16:14

뮤지컬 <새장 속의 광인>에서 게리 비치(가운데)가 주인공인 드랙퀸 앨빈으로 분장하고 캬바레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뉴욕타임즈> 사진제공



1983년 8월21일, 뮤지컬 <새장 속의 광인들>이 무대에 올려졌을 때 사회적인 충격은 굉장했다. 당시만해 해도 거의 범죄자 같은 취급을 받은 동성애자 커플의 아들이 결혼을 선언하며 생기는 소동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년 전인 82년에 에이즈가 공식적으로 발표되었고 영화배우 록 허드슨이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나와 자신이 동성애자이며 에이즈에 걸렸다고 고백한 것도 그 무렵이다. 금기시되던 소재를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렸으니 떠들썩했을 반응이 눈에 선할 정도다.

웃음뒤 일어서는 당당한 나
동성애 편견은 가족애에 묻어버려!

원작은 1978년에 개봉한 동명의 프랑스 코미디 영화로 미국에서도 크게 히트했다. 남프랑스의 항구 생 트로페의 드랙퀸 카바레(여장 남자가 시중을 드는 호모 술집)를 무대로 수준높은 드랙퀸 벌레스크(여장남자 배우가 옷을 하나씩 벗는 쇼) 장면이 가득 펼쳐지는 동명의 원작 영화는 누구라도 뮤지컬로 만들고 싶다고 생각할만치 매력적이다.

뮤지컬 황금기의 마지막 세대라 할 만한 작곡가 제리 허먼(1933-)이 곡과 가사를,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의 대본작가이기도 한 아더 로렌츠가 연출을 맡은 이 작품은 이 두 사람만 보자면 당시로서도 웬지 고루할 듯 싶지만 여기에 한창 치고 올라오던 반짝이는 작가이자 배우였던 젊은 하비 파이어스틴이 대본작가로 참여해 노장과 신예의 조합을 이루었다. 소재의 제한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원작이 지닌 따듯한 유머감각과 인간애를 잘 살려낸 대본과 제리 허먼의 잘 짜여진 음악 덕분이었고, 결국 1984년 토니상 작품상, 대본상, 작곡·작사, 남우 주연, 연출, 의상 등 6개 부문을 휩쓸며 4년 반동안 롱런하는 성공을 거두었다.

그로부터 21년이 지난 2004년 12월 다시 리바이벌된 이 뮤지컬은 과거의 고민은 완전히 잊은 채 더욱 세련되고 화려해졌고, 소재상의 파격도 그 무엇도 아닌 그야말로 가장 근본적인 ‘가족애’를 이야기하는 즐거운 쇼로서 열렬히 환영받고 있다. 개막식에 참석한 작곡가 제리 허먼의 말대로 <윌 앤 그레이스>(동성애를 소재로 한 미국 텔레비전 인기 시트콤)가 사랑받고 있는 것이 바로 지금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게이 캬바레를 운영하는 조지와 그곳의 스타 드랙퀸 배우인 앨빈 커플이 아들 때문에 ‘평범’하게 보이려고 애쓰는 과정은 다분히 동성애자에 관한 편견에 살짝 기대어 그 자체가 웃음을 자아내는 코미디가 된다. 그러나 이 작품은 만만치 않다. 대본을 쓴 하비 파이어스틴(그 자신도 동성애자이다)은 자신을 감추려 들던 앨빈과 조지가 당당하게 스스로를 드러내기까지의 마음의 변화를 웃음 한 번 잃지 않으면서도 제대로 따라간다. 그들은 다르지 않다는 그 어떤 웅변보다도 주인공 커플이 서로를 돌봐주는 일상적인 모습들이 더 큰 울림을 준다. 과거에 앨빈 역으로 ‘나는 나’ 를 가슴 터지게 불러제껴 토니상 남우 주연상을 받은 명배우 조지 한에 이어 이번에는 <프로듀서들>로 토니상을 받은 게리 비치가 앨빈 역으로 등장해 찬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역시 동성애자인 이 작품의 안무가 제리 밋첼의 말처럼 이 작품은 동성애가 아닌 ‘인간애’와 ‘가족애’를 말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숨쉴 새 없이 재미있다. 최소한 브로드웨이에서는 동성애가 더 이상 터부도 색다른 소재도 아님을 21년만의 리바이벌 공연이 보여주고 있다.

이수진·조용신 공연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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