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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08 23:59 수정 : 2019.12.09 09:54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결성 뒤 43년만에 고척돔 공연한 유투]
여성주의 담은 ‘허스토리’를 메인 메시지…
나혜석·서지현 검사·설리 등 얼굴 스크린에
음악 뿐 아니라 사회운동가적 면모 드러내

9일 문 대통령 환담 예정…김정숙 여사도 찾아
역대급 무대 장치에 24곡 꽉 채운 공연 선봬
한국어로 “감사합니다” 인사에 팬들 떼창 화답
마지막 곡 ‘원’으로 평화의 메세지도 전해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우리 모두가 평등해질 때까지는 우리 중 누구도 평등하지 않다.”

아일랜드 출신의 세계적인 밴드 유투(U2)가 결성 43년 만에 한국을 찾아 던진 메시지는 강력했다. 이번 공연의 주요 메시지는 여성주의 시각을 담은 ‘허스토리’(HERSTORY)였다. 유투는 'Ultraviolet (Light My Way)'를 열창하며 세계를 움직인 여성들과 나혜석, 서지현 검사, 김정숙 여사, 설리 등과 함께 위 슬로건을 한국어로 올려 감동을 더했다. 음악 활동뿐 아니라 사회적인 이슈와 현안에 앞장서 목소리를 내 노벨평화상 후보로도 거론됐던 사회운동가다운 면면이 도드라지는 모습이었다.

8일 저녁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막을 올린 유투의 첫 내한공연은 철학적이고 깊이 있는 가사와 완성도 높은 사운드, 압도적인 무대 연출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유투의 보컬 보노가 9일 문재인 대통령을 접견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가운데, 부인 김정숙 여사도 이날 공연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유투는 1976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보노(보컬·기타), 디 에지(기타·키보드), 애덤 클레이턴(베이스), 래리 멀린 주니어(드럼·퍼커션) 등 4명이 결성한 그룹으로, 원년 멤버들이 지금까지 함께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내한은 1976년 결성 이후 43년 만에 성사된 것으로, 단 1회 공연으로 진행됐다. 특히 이번 공연은 유투를 세계 최정상급 스타 반열에 올린 5집 <더 조슈아 트리>의 발매 30주년을 기념해 진행된 ‘조슈아 트리 투어’의 연장 공연의 일환이다.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공연 시작 전부터 공연장의 열기는 대단했다. 2만8천여 명의 관객이 스탠딩 구역과 객석을 꽉 채웠으며, 세대와 문화를 아우르는 밴드답게 관객층의 연령대와 국적도 다양했다.

유투는 조슈아 트리의 모습을 형상화한 돌출 무대에서 ‘Sunday Bloody Sunday’를 부르며 공연의 포문을 열었다. 이 노래는 1972년 1월 30일 북아일랜드 델리(Delly)에서 평화적 시위를 하던 아일랜드인들 28명이 영국군의 발포로 잔혹하게 희생당한 '피의 일요일'(Bloody Sunday) 사건을 이야기한 노래다.

연이어 ‘I Will Follow’와 ‘New Year's Day’ ‘Pride (In the Name of Love)’를 선사한 유투는 한국 팬들에게 첫인사를 건넸다. 유투는 "땡큐, 코리아!(Thank you, Korea)"를 외쳤고, 팬들은 환호로 화답했다. 보컬 보노는 멤버들에게 한국에 방문한 소감에 대해 물었고, 디 에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래리 멀렌 쥬니어와 아담 클래이톤은 "다시 돌아오겠다"고 말해 환호를 자아냈다.

이후 첫 그래미 수상 앨범인 <더 조슈아 트리>의 수록곡 전체를 불렀다. 'I Still Haven't Found What I'm Looking For'를 부를땐 관객석으로 마이크를 건네 후렴구를 함께 부르기도 했다. 이후 유투의 대표곡이자 한국 팬들에게 유명한 'With or Without You'를 열창하자, 관객들은 공연장이 떠나가도록 ’떼창’이 멈추지 않고 이어졌다. 이어 'Bullet the Blue Sky' 'Running to Stand Still' 'Red Hill Mining Town'와 'In God's Country' 'Trip Through Your Wires' 'One Tree Hill' 'Exit' 'Mothers of the Disappeared'를 라이브로 선사했다.

라이브네이션코리아 제공

유투는 <조슈아 트리> 앨범 트랙을 마무리하며 "엄청난 환영에 감사하다"며 소감을 전했다. 이어 앙코르를 앞두고 'Desire'를 부르자, 팬들은 노래에 맞춰 떼창을 펼치며 분위기를 달궜다. 이후 앙코르곡을 부른 유투의 보노는 또박또박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를 두 번 외치기도 했다.

마지막 곡은 역시 '원(one)'이었다. 이 노래는 베를린 장벽 붕괴에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곡으로 독일이 통일한 1990년 베를린 한자 스튜디오(Hansa Studios)에서 녹음됐다. 지난달 19일 문재인 대통령 국민과의 대화에서 '원'이 배경음악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한편, 이날 공연에선 역대급 규모 역시 관객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투어 역사상 최대 규모인 가로 61m, 세로 14m, 8K 해상도 LED 비디오 스크린은 공연장 배경을 가득 채웠다. 황금색 배경의 비디오 스크린에는 은색 조슈아 트리가 그려졌고, 비디오 스크린 위까지 뻗어 나온 조슈아 트리의 그림자처럼 메인 스테이지에서 관객석으로 이어지는 돌출 무대도 설치됐다. 이번 내한공연을 위해 화물 전세기 3대 분량, 50피트 카고 트럭 16대 분량의 글로벌 투어링 장비가 그대로 공수됐고 공연 무대 설치와 운영을 위해 150명 규모의 투어 팀이 함께 했다. 또 한국어로 자막을 띄우거나, 공연 마지막에 태극기를 스크린에 선보이기도 했다.

한국 팬들에겐 43년을 기다려온 공연인 만큼 유투 역시 최대한 많은 노래를 들려주려 애썼다. 24곡을 가득 채운 시간 동안 만큼은 공연장 안의 모두가 평등했다.

신지민 기자 godji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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