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9.12.09 08:00 수정 : 2019.12.09 10:29

“말 편하게 하세요 누나.” “아 쉽지 않네.” 최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가 유쾌한 웃음으로 가득 찼다. 2019년 특히 빛난 배우 김미화(45)와 현봉식(35)은 첫 만남에도 금세 어우러졌다. 실제 인물을 그대로 가져다놓은 듯한 자연스러운 연기는 물론, 어딘가 닮은 듯한 두 사람. 2020년에는 두 사람이 ‘누나-연하남’으로 만나 알콩달콩 사랑하는 연기를 해보면 어떨까. “콜!”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2019년을 빛낸 배우 김미화, 현봉식
“화면보다 순하시네, 틀면 나오데”
‘동백꽃’ ‘구해줘2’…‘타인은’ ‘청일’ 등
‘생활밀착형’ 자연스러운 연기로
드라마 속 ‘사람 냄내’ 더하며 호평

연극이 좋아 무대만 좇던 김미화
설치기사서 ‘밥벌이’ 바꾼 현봉식
목소리 톤·표정·사투리 등 과장 없이
미세한 변화로 ‘타고난 듯’ 완벽 소화

스타 욕심보다 ‘연기 자체’가 목표
새로운 역 도전 2020년 바람
이참에 두 사람의 멜로는 어떨까
“꼭 저랑 찍어요” “누나, 말 놓으세요”

“말 편하게 하세요 누나.” “아 쉽지 않네.” 최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가 유쾌한 웃음으로 가득 찼다. 2019년 특히 빛난 배우 김미화(45)와 현봉식(35)은 첫 만남에도 금세 어우러졌다. 실제 인물을 그대로 가져다놓은 듯한 자연스러운 연기는 물론, 어딘가 닮은 듯한 두 사람. 2020년에는 두 사람이 ‘누나-연하남’으로 만나 알콩달콩 사랑하는 연기를 해보면 어떨까. “콜!”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화면보다 순해 보이시네. 드라마 너무 잘 봤어요. 틀기만 하면 나오데~.” “저도 ‘동백이’ 열심히 봤어요. 솔직히 ‘청일전자’보다 더 재미있었어요. 하하하.” 만나자마자 덕담이 오간다. “어쩜 이렇게 연기를 잘하냐” “화면을 씹어 드시더라”며 칭찬이 끊이지 않는다. 오늘 처음 만났다는데 원래 알던 사이처럼 서로에게 금세 스며든다. 이 자연스러운 어우러짐이 이들을 이 자리에 있게 한 비결이 아닐까. 올해 드라마를 빛낸 ‘2019년 진짜 조연이 주연이다’ 김미화(45)와 현봉식(35)을 최근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났다.

올해 드라마 속에는 ‘사람’이 살았다. 수년 동안 방송사들이 제작비 등을 이유로 주연에 집중하며 조연을 대거 지워왔던 것과 달리 올해는 여러 인물이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제 역할을 하는 드라마가 쏟아졌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빛났는데, 두 사람은 내 주변에서 살고 있는 듯한 일상적인 인물을 빚어내며 드라마 속 가상 이야기가 설득력을 갖는 데 큰 몫을 했다. 김미화는 <구해줘2>(오시엔)에서 사이비 종교에 빠진 대구댁, <동백꽃 필 무렵>(한국방송2)에서 동백의 마을 떡집 사장을, 현봉식은 <타인은 지옥이다>(오시엔)에서 동네 양아치 조폭, <청일전자 미쓰리>(티브이엔)에서 짠내 나는 영업부 과장으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그래서 두 사람도 올해 특히 신이 났다고 한다. “주로 대기하다가 내 장면만 찍고 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주연배우와 함께 만들어간다는 느낌이 들어서 현장도 즐겁더라고요.”(현봉식) “우리 같은 조연들은 처음엔 주연을 도와주면서 나왔다가 사라지는 경우가 많은데, (두 드라마는) 끝까지 책임을 지더라고요. 장면마다 주인공이 변화하듯 조연들의 심리 상태도 변해가는 것도 좋았어요.”(김미화) 김미화는 “저마다의 인생이 있듯이 사람이 어우러지는 이야기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물론 작가와 감독이 잘 쓰고 잘 찍었기 때문일 테지만, 두 사람이 연기력으로 배역을 잡아먹은 덕이 크다. 이들은 목소리 톤이나 표정, 몸짓 등을 절대 과장하지 않고 미세한 차이로 전혀 새로운 인물을 빚어내는 점이 비슷하다. 대사도 실제 옆 사람에게 이야기하듯 말한다. 김미화도 <구해줘2> 대구댁과 <동백꽃 필 무렵> 떡집 사장을 목소리 톤의 높낮이 조절로 차별화했다. “정말 잘하시더라고요. 현장에서 연기를 너무 잘해서 감독님과 작가님이 배역을 키운 거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현봉식) “이분도 정말 소소하게 스며들잖아요. 연기하는 거 같지 않고 진짜 생활밀착형. 그냥 어떤 작품을 보더라고 그 인물이 돼 있을 정도로 연기가 실감 나잖아요.”(김미화) “근데 누나 말씀 편하게 하세요. 저 84년생이에요.”(현봉식) “응? 아… 네…. 근데 말이 안 놓이네…요. 하하하.”(김미화)

박종식 기자
남다른 캐릭터 분석법을 물으니 “비결이 없다”며 “얼굴이 평범해서 그런가?”(김미화) ‘셀프 디스’를 한다. 스스로를 낮추지만, 드라마 속 연기처럼 무대 위에서, 현장 안에서 묵묵히 쌓아온 진정성의 산물이다. 연극을 오래 해온 김미화는 대구시립극단에서 2003년부터 2017년까지 활동했다. 연기하는 이들은 주로 서울의 큰 무대를 꿈꾸고 영화와 드라마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어 하지만, 그는 “연극하는 것 자체가 좋아서 다른 욕심은 없었다”고 한다. 어떻게 알았는지 연락을 해오는 드라마 피디와 영화 감독의 섭외 전화도 극단 스케줄과 맞지 않으면 거절했다. “아마 피디님도 황당했을 거예요. 하하하.” 하지만 세상은 ‘선수’를 그냥 내버려두지 않는다. 2017년 <힘쎈 여자 도봉순> 팀이 배려해줘서 일주일에 하루 케이티엑스를 타고 올라가 신을 몰아서 찍고 내려오는 일정으로 드라마를 시작하게 됐다. 2018년 <암수살인> 전까지는 서울과 대구를 오가면서 촬영했다. 이후 서울로 거처를 옮긴 것은 이젠 ‘큰물’에 대한 욕심이 생겨서일까? 아니다. “남편 일 때문에 가족이 다 같이 이래저래 등 떠밀려 오게 됐어요. 하하하. 서울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도 했는데 많은 이들이 도와주고 기회를 줘서 감사할 뿐이죠.”

“인기보다 연기 자체가 목표”라는 점에서는 현봉식도 마찬가지다. 초등학교 때부터 유도를 시작해 고등학교 때까지 선수 생활을 했지만 부상과 함께 질풍노도의 시기가 겹치면서 그만뒀다. 이후 아픈 아버지를 대신해 집안을 돌보며 이런저런 일을 닥치는 대로 했고, 26살 때 설치 기사를 하다가 연수를 받으면서 상황극을 한 것이 그의 진로를 바꿨다. “‘진상 고객 대처법’이란 상황극을 하며 진상 고객을 연기했는데, 너무 즐거운 거예요. 그때는 월급날 말고는 맨날 욕이 나오던 나날이었는데(웃음), 이걸로 밥 먹고 살면 참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후 서울에 와서 직접 프로필을 돌리며 연기를 시작했다. 조연배우는 무명 생활을 오래 겪고 빛을 본 경우가 많은데, 두 사람은 그들의 농담처럼 정말 타고났나. 현봉식은 딱 두번째로 오디션을 본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년)에 바로 캐스팅됐고, 이후에도 오디션을 보면 두 작품 중 한 작품엔 반드시 캐스팅돼 5년 동안 40여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일이 너무 잘 풀리다 보니 2015년 <극비수사> 이후 자아도취 돼서 초심을 잃은 적도 있다며 뜬금없는 ‘고해성사’를 한다. “다들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칭찬에 맛이 갔는지 2년간 계속 오디션에 떨어지더라고요.” 아니 벌써? “그러니까. 뭐 했다고. 하하하.”

김미화를 빛낸 얼굴들. <품위 있는 그녀> <구해줘2> <동백 꽃 필 무렵>
오디션 좀 떨어지는 걸로 초심 잃었다 자학할 정도로 겉멋 따윈 없다. 스타가 되겠다며 꼼수 부리지 않고 욕심내지 않아서인지 자신들의 장기인 자연스러움을 그대로 녹여낼 수 있었다. 둘 다 부산과 대구 사투리를 구수하게 사용하는데 작품에도 그대로 활용한다. 보통은 배우가 되려면 배역에 제약이 있을까 봐 사투리부터 고친다. “작품 미팅이나 오디션을 볼 때 처음부터 감독님한테 ‘저는 서울말이 안 됩니다. 하지만 사투리로는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할 수 있습니다’라고 솔직하게 얘기했어요. 사투리로 하면 더 자연스럽게 잘할 수 있는데, 어색하게 표준어로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현봉식) <타인은 지옥이다> 외에 모든 작품에서 애초 서울말로 된 대사를 사투리로 바꿔 연기했다. “저도 <은주의 방>을 제외하고는 모든 작품에서 사투리로 대사를 했어요. 서울말로도 연기할 수 있지만, 제게 자연스러운 사투리를 원하기도 했고요.”(김미화) 신인이, 조연이 자신의 의지를 확고하게 밝히는 건 쉽지 않다. 그들은 “어떤 욕심이 없었으니, 잘 몰랐으니 용감했을지도 모른다”며 웃었다.

본연의 자연스러움을 살리려는 그 배포는 ‘비주얼’로도 이어진다. 김미화의 주름도, 현봉식의 비뚠 치아도 그 자체로 작품에 녹아들어 현실감을 살린다. 현봉식은 “얼굴이 무섭다고” 보조출연 아르바이트를 갔다가 대기만 하고 정작 촬영에서는 빠지게 된 적도 있고, “얼굴이 무섭다고” 배달 아르바이트도 못 해서 주로 일용직을 하는 등 ‘피해’도 봤다. 촬영장에서는 분장을 한 줄 알고 건너뛰기도 한단다. “<극비수사> 때도 안 해도 될 것 같다며 선크림만 발랐고, <타인은 지옥이다> 때는 분장하려고 대기하고 있는데 분장팀이 ‘어, 했네’ 하고는 넘어가더라고요. 하하하.” “우리가 한번 보면 쉽게 잊히는 얼굴은 아니지.”(김미화) 오히려 그 자연스러움이 배우로서 특징으로 녹아들고, 작품도 빛냈다. 캐스팅으로도 연결된다. “<타인은 지옥이다>는 <사라진 밤> 때 감독님이 30대 초반한테 55살 경비원을 맡긴 게 미안한지 연락을 주셨어요.”(현봉식) 30대 젊은이가 55살 배역에 전혀 이질감이 없었다니. “얼굴이 찰떡이지예?”(현봉식)

현봉식을 빛낸 얼굴들. <1987> <타인은 지옥이다> <청일전자 미쓰리>
두 사람에게 올해는 대중에게 얼굴을 많이 알리고 각인시킨 해로 기억된다. 고맙고 좋은 작품을 많이 만났다. 현봉식은 11월 개봉 영화 <카센타>에서 데뷔 후 가장 큰 배역도 맡았다. 알아보는 사람도 많아졌다.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부끄러버서.”(김미화) 주변에선 변하는 거 아니냐고 걱정도 한단다. “오히려 주변 환경이 바뀌더라고요. 예전에는 집에 가면 호적을 파버린다던 어머니가 ‘이번에는 얼마 받노’라며 너무 친절하세요. 하하.”(현봉식) 두 사람만의 전매특허 같은 특유의 자연스러움 덕에 섭외도 끊이지 않는다. “계속 연기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면 좋겠어요.”(김미화) 김미화는 무당, 미용실 원장 등 주로 소시민을 연기했다. 현봉식은 조폭과 형사가 많다. 스타가 되고 싶은 욕심은 없지만, 2020년 새해에는 좀 더 새로운 역에 도전하고 싶은 바람은 있다. 현봉식은 2월 드라마 <하이에나>(에스비에스)에서 변호사로 등장한다. 한가지 단점이라면 ‘연애 젬병’이라는 것. “그래도 이게 어딥니까. 내가 변호사라니.”(현봉식) 내친김에 멜로도 욕심내 보자. 두 사람의 만남을 계기로 ‘누나-연하남’ 커플이 돼 재미있는 사랑을 하는 작품에 동반 출연하면 어떻겠느냐니 이구동성으로 외친다. “콜!” “불러주면 콜이지요. 언제든지 합니다.”(현봉식) “정말 꼭 나랑 해야 돼요!”(김미화) “근데 누나 말 놓으시라니까요. 저 84예요.”(현봉식) “아… 네…. 그게 참 쉽지 않네. 하하하.”(김미화)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