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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15 16:48 수정 : 2019.12.16 02:33

지난 4월 전용 극장이 개관하면서 부산 뮤지컬 시장이 커지고 있다. 샹들리에를 무대가 아닌 객석에 매달아야 해 공연이 까다로웠던 <오페라의 유령>이 한국 초연 18년 만에 부산에서 처음 공연한다. 에스앤코 제공

지역 선정 까다로운 작품 ‘오페라…’
3번째 내한 공연에 부산은 첫 방문

1700여석 규모·기술력 뒷받침된
드림씨어터 개관이 유치에 한몫

극장 쪽 “평균 유료 점유율 80%↑
부산의 잠재적 뮤지컬 시장 열려”

지난 4월 전용 극장이 개관하면서 부산 뮤지컬 시장이 커지고 있다. 샹들리에를 무대가 아닌 객석에 매달아야 해 공연이 까다로웠던 <오페라의 유령>이 한국 초연 18년 만에 부산에서 처음 공연한다. 에스앤코 제공

6천개가 넘는 비즈로 장식한 샹들리에가 객석 1열의 12.5m 위에 걸린다. 지난 13일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개막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장면이다. 이 샹들리에는 41개 나라 183개 도시의 공연장을 밝혀왔지만, 이번 부산 드림씨어터에서의 점등은 남다른 상징성을 지닌다.

<오페라의 유령> 오리지널팀은 2001년 초연, 2012년 재연에 이어 7년 만에 내한했는데, 부산 공연은 처음이다. 부산은 공연장 가동률이 64.4%(예술경영지원센터 ‘2017 공연예술실태조사’)로 서울(82.5%)에 이어 두번째로 높다. 그만큼 문화 소비가 활발하다는 뜻이지만, 그동안 의외로 뮤지컬 시장은 좁았다. 2017년 ‘인구 10만명당 세부 장르별 공연 건수 및 횟수’(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18 문예연감’)를 보면 부산은 연극은 118.9건으로 서울(304.8건)과 대구(145.3건)에 이어 세번째지만, 뮤지컬(48.1건)은 서울(200.8건), 대전(146건), 대구(84.8건), 광주(48.3건) 다음이었다.

그런 부산을 공연 지역 선정이 까다로운 <오페라의 유령> 오리지널팀이 찾은 것에 대해 업계는 부산 공연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준 단적인 사례라고 풀이한다.

실제로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을 보면 올해 부산의 공연 전체 매출액은 1분기 6억5천여만원에서 4분기 26억여원으로 늘었다. 1분기엔 대구(19억9천여만원)보다 한참 저조했지만, 4분기(28억9600여만원)에는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급증한 셈이다.

지난 4월 전용 극장이 개관하면서 부산 뮤지컬 시장이 커지고 있다. 샹들리에를 무대가 아닌 객석에 매달아야 해 공연이 까다로웠던 <오페라의 유령>이 한국 초연 18년 만에 부산에서 처음 공연한다. 에스앤코 제공

부산 뮤지컬 시장의 호조에는 지난 4월 개관한 1727석 규모의 뮤지컬 전용관 드림씨어터의 구실이 컸다. <오페라의 유령> 라이너 프리드 협력연출도 “이번에 부산을 찾을 수 있었던 이유는 극장 때문이다. <오페라의 유령>을 올릴 때 필요한 모든 기술적인 부분을 잘 갖추고 있어 가능했다”고 말했다. 부산에는 큰 공연을 올릴 수 있는 1천석 이상의 공연장이 몇곳 없었다. 서울 17곳, 대구는 7곳이나 되는데 부산은 3곳(2019 등록공연장 현황, 2018년 기준)뿐이었다. 뮤지컬 전용관인 소향씨어터가 있기는 하지만, 대형 뮤지컬을 장기간 소화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랐다. <캣츠>와 <레미제라블>이 한달가량 공연한 것을 빼고는 대부분 1주일 남짓에 그쳤다.

하지만 드림씨어터가 개관하면서 올해는 <라이온 킹>을 시작으로 <스쿨 오브 락> <오페라의 유령> 등 대형 뮤지컬이 부산 무대에 올랐다. <라이온 킹>은 8주간 공연을 했고, <오페라의 유령>은 두달 동안 선보인다. 드림씨어터 김정현 운영대표는 “<라이온 킹> 등 드림씨어터에서 선보인 공연이 서울과 동일한 티켓 가격으로 주 8회 공연했는데, 평균 유료 점유율이 80%를 넘었다. 그간 세계적 수준의 공연을 원했지만 볼 수 없었던 관객이 앞다퉈 공연장을 찾으면서 뮤지컬 시장이 훨씬 성장했다”고 말했다.

문화 수요가 잠재돼 있던 지역인 만큼 좋은 콘텐츠와 이를 담을 그릇이 생기면서 시장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부산은 물론 김해, 창원 등 인근 지역에서도 관객이 빠르게 유입되고 있는 것이다. <라이온 킹>의 경우, 부산에서 동원한 총 8만5천명 중 40%는 인근 경남 지역 관객으로 분석됐다. <오페라의 유령>도 현재 6만명이 예매했고, 이 중 40%는 인근 지역 관객이다. 드림씨어터 멤버십 회원도 개관 8개월 만에 2만5천명을 넘어섰다. 신동원 공연 프로듀서(에스앤코 대표)는 “서울 외의 지역의 경우, 뮤지컬 시장의 발전과 확장이 숙원인 분위기다. 부산의 경우 좋은 공연장이 생기면서 잠재적 수요가 현실화됐고, 이는 더 좋은 콘텐츠를 부르는 순환 작용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전용 극장이 개관하면서 부산 뮤지컬 시장이 커지고 있다. 샹들리에를 무대가 아닌 객석에 매달아야 해 공연이 까다로웠던 <오페라의 유령>이 한국 초연 18년 만에 부산에서 처음 공연한다. 에스앤코 제공

2001년 <오페라의 유령> 내한 공연은 수도권에서 뮤지컬 붐을 일으켰다. 이번엔 부산 뮤지컬 시장의 불을 밝히는 기폭제가 될 수 있을까. 13일 개막한 <오페라의 유령>은 여전히 맑은 넘버(노래)와 웅장한 무대 등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샹들리에는 2012년보다 1.5배 빨라진 속도로 오르내린다. 특히 ‘유령’ 역을 맡은 조너선 록스머스의 섬세한 연기가 눈길을 끈다. 그간 마이클 크로퍼드를 시작으로 브래드 리틀 등 수많은 유령이 거쳐 갔는데, 그가 표현하는 유령은 좀 더 드라마틱하다. 조너선표 유령은 부산에서 2월9일까지 머물다 3월14일엔 서울, 6월에는 대구에 찾는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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