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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01.05 19:04 수정 : 2020.01.06 02:35

‘잘 쓰고 잘 부르는’ 음악인
힐·화장 대신 오롯이 무대
“페미니즘? 당연한 걸 할 뿐”

송가인부터 펭수까지. 2019년에는 유독 대중문화계를 뒤흔든 수많은 샛별이 탄생했다. 올해는 누가 혜성같이 등장해 판을 뒤집어놓을까. <한겨레> 문화팀이 추천한 2020년 빛날 별들을 소개한다. 여러분의 기대주도 함께 점쳐보시길.

싱어송라이터 버둥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기 앞서 사진을 찍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이렇게 예뻤던 나를 얼마에 가지고 싶나요/ 이렇게 나를 더럽게 봐도 왜 손을 놓지 않았나요/ 그렇게 나를 비웃어 놓고 값은 매기지 않았나요”(‘하우 머치’ 가사 중)

신인가수 버둥은 여성을 경멸하면서도 손은 놓지 않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되묻는다. 그러면서 “나의 잘못이 아니었단 걸 깨닫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어”(‘이유’ 가사 중)라고 위로한다.

“18살에 음악을 시작했는데, 저를 소개하며 왜 ‘여고생’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지 이해가 안 됐어요.” 최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 사옥에서 만난 버둥은 10대 때 자신을 ‘여고생 싱어송라이터’라고 소개하는 것을 거부했다고 했다. 지금도 자신을 ‘20대 여성 뮤지션’이 아닌 ‘변화에 대한 열망을 음악에 담는 사람’으로 봐주길 원한다. 그래서 “힐도 신지 않고, 화장도 하지 않고, 안경도 쓴 채” 무대에 선다.

버둥은 고등학생 때인 2013년, 자작곡으로 인천의 한 축제 무대에 서며 활동을 시작했다. “버둥버둥 열심히 해보자”는 의미를 담아 예명을 지었다. 이후 홍대 등에서 공연을 했지만 정식 앨범을 내기까진 시간이 꽤 걸렸다. 소속사가 없는 그는 직접 프로듀서, 뮤직비디오 감독을 찾아다녔고, 앨범 홍보문도 홀로 작성했다. 또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라이브 영상, 커버곡 등을 올리며 팬들과 소통했다. 그렇게 발로 뛰어 2018년에 낸 데뷔 앨범이 <조용한 폭력 속에서>다. ‘하우 머치’, ‘이유’ 등 네 곡이 담긴 버둥의 데뷔앨범은 평론가들에게 잇단 호평을 받았고, ‘2019 헬로루키’(EBS) 등 각종 경연대회에서 ‘루키’로 선정됐다.

버둥의 매력은 뭘까. 호소력 있는 목소리와 흡인력 있는 가사, 풍성한 편곡과 연출 등이 꼽힌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괜찮은 가사를 쓰고도 난해한 코드 진행, 설익은 가창 때문에 전달에 어려움을 겪는 싱어송라이터가 있는데, 버둥은 음악성과 이야기 모두 완성도가 있다. 잘 쓰고 잘 부르니 사색적이면서도 시니컬한 가사가 더 큰 흡인력을 발휘한다”고 평가했다.

‘페미니스트 뮤지션’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버둥의 음악, 부담은 없을까. “페미니즘에 관심이 많긴 하지만, 여성운동가라고 하기에 저는 너무 당연한 걸 하고 있을 뿐이죠. 그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싶어요.”

버둥은 지난달 두번째 앨범 <잡아라!>를 발표했다. 이번 앨범에서도 “욕해 봐 맘껏 해/ 진실이 궁금한 사람 있긴 해?”(‘칼’)라고 묻고 “그냥 울면 안 될까/ 웃으며 우는 넌 안쓰러워”(‘안쓰러워’)라고 위로를 건넨다. 버둥은 이미 다음 앨범에서 ‘혼자 온전한 여성의 모습’을 그리겠다는 계획도 해둔 상태다. 새해 펼쳐질 버둥의 다음 이야기가 사뭇 궁금해진다.

신지민 기자 godji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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