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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20.01.13 16:52 수정 : 2020.01.14 02:34

스토리피 제공

[강하늘, ‘환상동화’ 첫 무대]

‘동백꽃…’ 차기작 공연서 인기폭발
전석매진에 대포 카메라까지 동원
‘나 홀로 퇴근길’ 팬들 둘러싸여
공연 관계자도 “이정도 일 줄이야”

황정민도 반한 탄탄한 기본기
발성·재능·노력 다 갖춘 연기력 빛나
“너무 하고 싶었던 따뜻한 공연
사랑스러움 담으려 노력했어요”

스토리피 제공

지난 11일 서울 대학로에 ‘동백꽃’이 피었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한국방송2)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공연 무대에 오른 것이다. ‘황용식’을 연기한 강하늘이 연극 <환상동화> 첫날 공연을 시작했고, 같은 시각 인근 공연장에서 용식의 친구이자 ‘필구’의 야구 코치 ‘양승엽’ 역의 이상이가 <조지아 맥브라이드의 전설> 무대에 올랐다. 동료의 공연을 보려고 극 중 ‘옹벤져스’ 멤버들과 공효진 등 <동백꽃 필 무렵> 배우들도 대학로를 찾았다. 토요일 저녁, 무대 위아래로 번진 ‘동백꽃’ 향기에 대학로가 들썩였다.

“여러분, 얘 보지 마시고 저만 보세요.” 특히 강하늘의 첫 공연이 열린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 코튼홀은 아이돌그룹의 콘서트 현장을 방불케 했다. 함께 출연한 배우 원종환이 이런 즉흥대사(애드리브)를 내뱉었을 정도다. 평소 3분의 1 정도 여유가 있던 객석이 이날은 꽉 찼다. 제작사 스토리피 쪽은 “강하늘 출연 회차는 티켓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전석 매진됐다”고 말했다. 객석 호응도는 <개그콘서트> 이상이었고, 첫 줄부터 마지막 줄까지 대포 카메라를 든 팬들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촬영이 허용된 커튼콜 땐, 셔터 소리가 따발총처럼 터져 나왔다. ‘다다다다.’

스토리피 제공

강하늘은 데뷔 이후 가장 많은 사랑은 받은 <동백꽃 필 무렵>에 이어 바로 ‘무대’를 택했다. 방송에선 2007년 <최강! 울엄마>(한국방송2)로 시작해 2014년 <미생>(티브이엔)으로 솟아오른 뒤, 2019년 ‘황용식’으로 폭발한 강하늘이다. 그를 눈앞에서 볼 기회를 잡으려는 경쟁을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관계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공연장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에는 ‘분장실·백스테이지에 들어오지 말아달라’는 협조문이 붙었다. 쇼케이스 때는 기자들마저 선착순 200명으로 제한하는 등 공연계에서는 이례적인 일들이 잇따랐다.

사실 강하늘의 출연 자체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그는 “2010년 즈음 <환상동화>를 보고 나중에 능력이 되면 꼭 해보고 싶단 생각을 했다”며 김동연 연출에게 어떤 역할이든 맡겨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동백’에게 앞뒤 안 재고 직진했던 황용식처럼 <환상동화>에도 직진한 것이다. 그는 “극장을 나올 때 눈앞의 현실이 어색하게 느껴졌던 몇 안 되는 작품 중 하나”라며 “공연을 보고 나서 발걸음이 가볍고 즐거워지고, 가슴이 따뜻해져서 좋았다”고 말했다. “너~무 하고 싶었던” 공연인 만큼 우리의 ‘황! 용시기’는 ‘사랑광대’로 완벽 변신한다. 사랑스러운 분장을 하고 애교 가득한 목소리로 줄곧 “사랑이 최고”라 외친다. 사랑 이야기를 하자며 투정도 부리고 떼도 쓴다. “그는 민낯이 사랑스럽지 않아 분장으로 사랑스러움을 담으려 노력했다”며 웃었다.

스토리피 제공

2003년 초연, 2013년 재연 이후 6년 만에 선보인 <환상동화>는 광대를 맡은 세 배우가 끌어가는 작품이라 배우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다. <환상동화>는 사랑광대, 전쟁광대, 예술광대가 각자 주장하는 사랑과 전쟁, 예술이 섞인 한편의 동화를 만드는 이야기다. 작품 자체가 화려하거나 내용의 밀도가 높지는 않다. 광대라는 콘셉트상 연기를 못하면 자칫 유치해 보일 수도 있다. 그래서 배우의 조합에 따라 무대가 꽉 차 보이기도, 허술해 보이기도 하는데, 강하늘의 존재감은 그런 우려를 씻어낸다. 발성이 좋아 대사도 잘 들린다. 2006년 뮤지컬로 먼저 데뷔했고 연극 <쓰릴미>에 출연한 걸 보고 배우 황정민도 반했을 정도로 무대에서 기본기를 다졌다. 2015년 <해롤드 앤 모드>까지 꾸준히 무대에 올랐다. 그런데도 그는 “부족한 것투성이”라며 <환상동화> 연습도 열심이었단다. 김동연 연출은 “재능 있는 배우가 성실하기는 어려운데 둘 다 가진 게 강하늘의 장점이다. 그만해도 될 것 같은데도 늘 더 하려고 해 말려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스토리피 제공

배우에 대한 지나친 관심이 여러명의 열정으로 빚은 결과물을 갉아먹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온다. 첫 공연이 끝난 뒤 팬과 배우가 짧게 인사하는 ‘퇴근길’에서 강하늘이 팬들에 둘러싸이는 촌극도 벌어졌다. 강하늘은 연극 연습을 할 때는 되도록 소속사 차를 타지 않고 혼자 다닌다고 했다. 이날도 혼자 공연장에 온 그는 고대하던 첫 무대를 마친 뒤 팬들에게 둘러싸인 ‘퇴근길’을 경험했고, 팬들과 함께 택시 정류장까지 이동했다. “지친 배우를 더 지치게 하지 말자”는 목소리가 팬들 사이에서 흘러나왔다. 스토리피 쪽은 “퇴근길 중지 등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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